프란스 마세릴과 보르헤스, 에셔의 관계
프란스 마세릴(Frans Masereel, 1889–1972)은 벨기에 출신의 화가·판화가이자 ‘무언의 그래픽노블’의 선구자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해. 특히 목판화 연작으로 전쟁, 자본주의, 도시의 소외, 노동자와 약자, 자유 같은 주제를 다뤘어. 1차대전 때는 강한 평화주의자로 제네바에 머물며 로맹 롤랑 등 반전 지식인들과 교류했고, 반전 신문에 거의 매일 그림을 실었어. 이후 파리와 프랑스 남부에서 활동했고, 나치가 그의 책을 파괴하고 작품을 미술관에서 철거할 정도로 반파시즘적 성향도 강했어. 전후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고 1972년 아비뇽에서 82세로 사망했어.
네가 말한 《Book of Books》라는 대표작은 확인되지 않아. 아마 《My Book of Hours》, 프랑스어로 《Mon livre d’heures》를 기억한 것 같아. 영어권에서는 **《Passionate Journey》**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어. 1919년에 나온 167장의 글 없는 목판화 소설이고, 마세릴의 가장 유명하고 성공한 작품이야.
그 밖의 대표작은 《25 Images of a Man’s Passion》(1918), 《The Sun》(1919), 《The Idea》(1920), 《Story Without Words》(1920), 《The City》(1925) 등이야. 이런 작품 때문에 오늘날에는 현대 그래픽노블의 중요한 선구자로 평가돼.
그리고 “보르헤스에게 영감을 받았나?”라면 거의 반대야. 마세릴의 결정적인 작품들은 1918~20년에 이미 나왔고, 보르헤스는 1899년생으로 당시 막 문단에 등장하던 청년이었기 때문에 마세릴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아 작품세계를 만들었다고 볼 근거는 없어.
오히려 흥미로운 연결은 반대 방향이야. 젊은 보르헤스가 스위스·스페인에서 유럽 아방가르드와 접촉하던 시기에 마세릴의 작업이 보르헤스 남매 주변에 존재했어. 보르헤스의 여동생이자 화가인 노라 보르헤스는 마세릴에게 명확하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한 연구는 마세릴이 노라에게 존경받았으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도 “매우 아마도” 알려지고 존경받았을 것이라고 봐. 실제로 보르헤스가 1919년 글을 실었던 제네바 신문 La Feuille에도 마세릴이 삽화를 그렸어.
다만 여기서 “마세릴이 보르헤스 문학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고까지 말할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해. 확실한 건 노라 보르헤스 → 마세릴 영향이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같은 유럽 표현주의·아방가르드 환경 속에서 마세릴을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야.
그리고 마세릴의 실제 주요 사상적·예술적 배경은 보르헤스보다는 중세 목판화, 뒤러, 사회주의·아나키즘, 1차대전 반전운동, 독일 표현주의, 로맹 롤랑과 슈테판 츠바이크 같은 유럽 지식인 네트워크였다고 보는 게 훨씬 정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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