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테이션과 상징을 통해 삶을 향유하는 존재인 인간 / 신화와 상징, 장미의 은유
안녕하십니까? 제 새 책 <텃밭과 정원>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책 표지도 봐주세요. 하얀색 겉 표지를 벗기면 나옵니다. 기본학교 제자 중에 해랑이 있습니다. 해랑이 제게 제 정원 미문에 서 있는 저를 그려주었습니다. 그 그림을 이번에 표지로 썼습니다. 해랑은 역시 기본학교 제자인 구돌 작가와 함께 만든 책, <국경>으로 2025년 프랑스 소시에르 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습니다. 소시에르 상은 <헤리포터>의 작가인 J.K 롤링도 받은 권위 있는 상입니다.
<텃밭과 정원>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장미의 겉뜻(디노테이션)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의 꽃’이다. 장미를 가장 담백하고 검소하게 축약한 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현실을 넘어 신화를 사는 존재다.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의 꽃’이라는 이 메마른 정의만으로 장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장미를 통해 사랑이나 열정, 가시 돋친 아름다움 등의 신화적 얼개를 짓는다. 인간은 이처럼 사치할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이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확신이 들 때 삶은 벅차오른다. 이것을 부추기는 힘이 속뜻(코노테이션)이다. 사전 속의 단어는 죽어 있는 박제와 같지만, 인간의 발음기관을 거쳐 나오는 순간 단어는 코노테이션이라는 숨을 쉬기 시작한다. 우리는 디노테이션이라는 땅을 딛고 서서, 코노테이션이라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존재들이다. 전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 ‘의미의 사치’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생물학적 생존 그 이상의 무엇도 아니고, 길가의 가로수나 전봇대처럼 그냥 존재할 뿐이다. 디노테이션이 없이는 어떤 것도 그것으로 존재하거나 생존하지 못한다. 존재와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코노테이션이 없다고 어떤 것이 존재하지 못하거나 생존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코노테이션은 존재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모험심도 목숨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이지 않다. 모험심이 오히려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명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기보다, 안전한 생존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모험의 결과다. 모험은 생존을 건 도박이면서 사치다. 인간이 신화를 사는 존재라면, 인생 자체가 생존을 건 도박이자 사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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