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in Delon: Ange et Voyou — 《알랭 들롱: 천사와 건달》
정황만 놓고 보면 알랭 들롱 또는 최소한 들롱 주변 인물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건 충분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내가 확률을 매긴다면 “들롱이 직접 죽였다”보다는 “Marcantoni를 포함한 들롱 주변 범죄세계에서 제거됐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겠어.
이유가 있어.
가장 강한 정황은 역시 Marković 자신의 사전 경고야. 그는 실종 직전 친구에게 편지를 맡기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Alain Delon, Nathalie Delon, François Marcantoni를 찾아보라고 정확하게 이름을 적었다. 그냥 사후에 누군가 만들어낸 소문이 아니라 피해자가 죽기 전에 남긴 문서라는 점 때문에 무게가 크다.
더 수상한 건 Marcantoni야. Marković는 사라지기 직전 Marcantoni와 만날 예정이었던 것으로 수사됐고, 시신을 싸고 있던 특이한 Tréca Impérial 매트리스 비닐 커버를 추적했더니 같은 시기에 제조된 해당 매트리스 구매자 가운데 피해자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Marcantoni였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그래서 Marcantoni만 실제로 살인 공모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
들롱도 완전히 깨끗한 정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그는 처음에는 살해 당시 Saint-Tropez에서 La Piscine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나중에 수사판사가 촬영기록을 검토하자 1968년 9월 22일에는 촬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고, 다음 날 파리에서 보낸 엽서도 발견되어 그의 시간표가 다시 조사 대상이 됐다.
그래서 수사기관도 들롱을 단순 참고인 한 번 조사하고 끝낸 게 아니야. 1969년에는 35시간이나 garde à vue(경찰구금) 상태에서 조사했고 여러 차례 다시 불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반대쪽 증거가 있어.
수년 동안 수사했는데도 들롱이 살인을 지시했다거나 직접 가담했다는 물증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의심받은 Marcantoni조차 유죄판결까지 가지 못했다.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았다.
또 Marković에게는 들롱 외에도 위험한 인간관계가 있었다. 당시 수사에서는 마약, 유고슬라비아계 범죄조직, 무기 절도, 협박/폭로책 계획 등 여러 동기가 검토됐지만 어느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당시 수사자료만 보고 추론한다면 순서를 이렇게 둘 것 같아.
① Marcantoni 또는 그 주변 범죄세계가 살해에 관련됐을 가능성 → 상당히 의심스러움
② 그 살해가 Delon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일어났을 가능성 → 충분히 의심할 만함
③ Delon이 “Marković를 없애라”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 → 가능하지만 입증되지 않음
④ Delon 자신이 직접 Marković를 살해했을 가능성 → 위 세 가설보다 낮음
특히 나는 “들롱이 직접 살인했다”와 “들롱 때문에/들롱을 위해 누군가가 Marković를 제거했다”를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고 봐.
만약 실제로 Delon 쪽이 관련되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당시 그의 범죄세계 인맥을 생각할 때 세계적인 영화배우인 들롱이 직접 사람을 묶고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하는 것보다는 Marcantoni 같은 인맥을 통해 처리됐다는 시나리오가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사건이 50년 넘게 계속 의혹을 낳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거야. 피해자가 죽기 직전에 정확히 Delon–Nathalie–Marcantoni를 지목했고, Marcantoni와 시신 포장재까지 연결됐는데도 결국 누구도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 단순한 연예인 루머라고 치부하기에는 실제 정황이 꽤 강했던 사건이야.
그 의미라면 네가 말한 가설과 내가 말한 ③이 사실상 같은 가설이야. 즉 “들롱이 직접 손을 댔다”가 아니라, 들롱의 의사·지시에 따라 Marcantoni 또는 그쪽 인맥이 Marković를 제거했다는 시나리오.
정황상 이 가설이 계속 의심받는 이유도 명확해. Marković가 죽기 전에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Delon·Nathalie·Marcantoni를 조사하라고 이름까지 남겼고, 실제 수사에서는 Marcantoni 쪽에서 시신 포장재와 연결되는 정황 등이 나왔다. 반면 세계적인 배우였던 Delon이 직접 살해를 실행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래서 Delon 측 연루설을 전제로 한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는 네가 말한
Delon과 Marković 사이의 심각한 갈등/위협 → Delon의 의사 또는 지시 → Marcantoni 계열 인물의 실행
이야.
다만 마지막 “Delon의 지시” 부분을 입증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로 확정할 수 없는 거고, 바로 그 부분이 사건의 핵심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거야. Marcantoni 자신조차 결국 살인 공모로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으니까.
즉 정황을 가지고 범행 시나리오를 추론하는 것과 사법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구분하면 된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네 시나리오가 충분히 개연성 있는 주요 가설이야.
확인되는 범위에서는 알랭 들롱은 특정인을 “마르코비치를 죽인 범인”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어. 특히 François Marcantoni를 범인으로 몰지 않았다.
1969년 경찰의 네 번째 조사 뒤 들롱이 직접 기자들에게 한 설명이 꽤 중요해. 그는 수사가 자신의 생활, Marković와의 관계, 협박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며 “François Marcantoni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 주변 사람을 범죄에 연결하는 실질적인 자료는 Marković가 남긴 편지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들롱의 기본 입장은 오히려 Marković 주변에서 나온 증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에 가까웠어. 그는 경찰에 나타난 사람들을 허언증 환자, 협박범, 해고된 직원 등으로 강하게 깎아내리면서 자신과 자기 주변에 대한 다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가장 강하게 의심한 사람은 Marcantoni였어. 피해자가 죽기 전 Delon 부부와 Marcantoni를 지목했고, Marcantoni가 Marković를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그래서 Marcantoni는 결국 살인 공모(complicité d'assassinat)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래서 네가 앞에서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운 거야. Delon은 “Marcantoni가 몰래 내 측근을 죽였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반대로 Marcantoni와 오랜 친분을 계속 유지했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Delon의 살인지시가 입증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Delon 자신이 Marcantoni를 범인이라고 생각해서 관계를 끊었다는 흔적은 없다.
즉 아주 간단히 말하면:
“Delon은 누구를 범인이라고 했나?” → 확인되는 공개발언에서는 특정 범인을 지목하지 않았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그렇다면 Delon 본인은 도대체 누가 자기 전 경호원을 살해했다고 생각했는가?”라는 질문은 사건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으로 남아 있어.
응. 첫 번째 기억은 실제 들롱의 자기묘사와 상당히 가깝다. 다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범죄자”라는 정확한 문장을 내가 확인하진 못했어.
2018년 들롱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꽤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Je suis un voyou. J’en ai la mentalité.”
즉 “나는 불량배/건달(voyou)이다. 그런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도야. 당시 피갈의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술집에서 생활했고, 영화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자신은 포주가 됐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빠진 여성들이 여러 명 있었고, “영화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어디에 있었겠느냐”고 회고했다.
또 2021년에도 들롱은 “나는 거물 범죄세계(grand banditisme)와 많은 관계를 맺었고 직접 가까이 접하기까지 했다”고 인정했다. 즉 영화 속 Le Samouraï 같은 범죄자 이미지가 순전히 연기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어.
남자와 실제 성관계를 했나?
여기는 “그랬다는 상당한 증언은 있지만, 들롱 자신은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가 가장 정확해.
흥미롭게도 1969년 BBC 인터뷰에서 동성애 성향을 묻자 들롱은 부정부터 하지 않았어. 오히려 대략 이렇게 답했다.
“그랬다면 뭐가 문제인가? 내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조금 다른 설명을 했다. 젊었을 때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접근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그쪽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작가 Bernard Violet는 여러 증언을 조사한 뒤 훨씬 강하게 주장한다. 그의 결론은 들롱이 적어도 젊은 시절에는 양성애적 관계를 실제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이자 동성애 해방운동가였던 Daniel Guérin과 들롱이 연인이었다는 관계자의 증언을 제시한다. 한 증언자는 Guérin 본인에게서 들롱과의 관계와 결별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증거를 단계별로 놓으면:
확실: 젊은 들롱에게 남성들이 성적으로 접근했다. 들롱 자신이 인정했다.
확실: 1969년에는 남성과 관계를 갖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는 매우 개방적인 발언을 했다.
들롱 본인 주장: 실제 남성 관계는 거절했다.
전기작가와 주변인 증언: 실제 남성 연인이 있었으며 젊은 시절 양성애적 관계를 가졌다.
결론: 실제 남성과 성적 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본인이 생전에 명확하게 인정한 확정사실이라고 표현하면 과해.
특히 들롱이라는 사람을 이해할 때 “천사 같은 얼굴(ange)과 건달(voyou)”의 이중성은 상당히 중요한 테마야. 실제로 그의 전기 제목 자체가 Alain Delon: Ange et voyou이고, 들롱 자신도 젊은 자신을 voyou라고 표현했으니까.
찾아보니 네가 기억하는 문장은 아마 몇 가지 들롱 발언이 결합되어 기억된 것 같아. 특히 상당히 가까운 원문을 찾았다.
들롱은 자기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단순한 미남으로 취급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어. 1967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기에 인용돼 있다.
« On dit : “Il est bien beau mais malheureusement…” Je n’ajouterai pas ce qu’on dit ! »
직역하면:
“사람들이 그러죠. ‘그는 정말 잘생겼지만, 불행히도….’ 그 뒤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생략된 말은 사실상 “beau mais con”, 즉 “잘생겼지만 멍청하다”는 당시 자신에게 붙던 평가를 말한다. 들롱은 이후 1990년 Guillaume Durand 인터뷰와 1996년 Bernard Pivot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beau et con(잘생겼지만 멍청한 놈)’으로 보는 이미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전기작가 Vincent Quivy가 정리한다.
그런데 네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외모 ↔ 내면의 건달/범죄자”라는 역설에는 또 다른 들롱의 자기묘사가 정확히 들어맞아.
그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회상하면서 스스로를 “voyou”라고 불렀고, 실제로 Pigalle의 범죄세계와 어울렸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2018년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영화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maquereau(포주)가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해서는 훨씬 직접적으로:
« Il faut quand même que je dise merci à ma mère, car c'est elle qui m'a donné la gueule que j'avais et tout est arrivé grâce à cela. J'ai tout eu grâce à cette beauté… »
즉,
“그래도 어머니에게 감사해야 한다. 내가 가졌던 이 얼굴을 준 사람이 어머니니까. 모든 것은 그것 때문에 일어났다. 나는 이 아름다움 덕분에 모든 것을 얻었다…”
라고 말한 기록도 있다.
그래서 들롱이 자신을 묘사하는 핵심적인 역설은 실제로 네 기억과 상당히 비슷해.
겉모습: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얼굴, 사람들이 ange(천사)라고 표현할 정도의 외모
내면/출신: voyou(건달·불량배), Pigalle의 뒷세계와 어울리던 인간
본인의 인식: 그 아름다운 얼굴 덕분에 범죄세계에서 빠져나와 영화배우가 됐다는 것.
그래서 Vincent Quivy가 들롱 전기의 제목을 아예 Alain Delon: Ange et Voyou — 《알랭 들롱: 천사와 건달》 — 로 붙인 것도 이 이중성을 정확하게 잡은 거야.
다만 “J’ai un visage d’ange mais une âme de criminel(나는 천사의 얼굴을 가졌지만 범죄자의 영혼을 가졌다)” 같은 한 문장을 들롱이 실제로 말했다는 1차 자료는 아직 못 찾았어. 네가 기억하는 표현은 이와 굉장히 유사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들롱의 직접 인용문이라고 만들어내면 안 될 것 같아.
원하면 내가 프랑스어 자료를 더 깊게 뒤져서 네가 기억하는 정확한 문장을 찾아볼 수 있어.
Daniel Guérin 와 헤어진 원인은?
현재 확인되는 자료로는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전해지지 않아. 이 부분은 앞서보다 조심해서 말해야 해. Delon–Daniel Guérin 관계 자체도 Delon이나 Guérin의 공개적인 자백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전기작가 Bernard Violet이 수집한 증언에 크게 의존한다.
Violet이 확보한 핵심 증언은 Guérin을 개인적으로 알았던 ‘Mathieu’라는 인물의 말이야. 그에 따르면 Guérin은 그에게 Delon에 대한 자신의 열정(passion)과 Delon과의 ‘divorce’, 즉 결별에 관해 길게 이야기했고,
« Il avait été son amant, et il en était éperdument amoureux. »
“그는 [Delon의] 연인이었고, 그를 미칠 듯이 사랑하고 있었다.”
라고 증언했다.
Violet은 다른 인터뷰에서 이 관계가 3년 이상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1998년 Delon이 Violet의 전기 출판을 막으려 했을 때 법원 문서에도 전기 초고가 Delon이 Guérin을 만나 그의 연인이 되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실제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누가 먼저 끝냈는지, 다른 연인이 생겼는지, Delon의 영화계 성공 때문인지 등의 구체적인 결별 원인은 공개된 증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Guérin이 Delon에게 버림받은 쪽이었나?”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읽힐 여지는 꽤 있어. 증언에서 Guérin이 수십 년 뒤에도 자신의 passion과 divorce를 길게 이야기했고, Violet 역시 이를 Guérin의 ‘chagrin d'amour’(실연의 상처)라고 표현하기 때문이야.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Guérin의 단편 《L'ange Gabriel》이야. 중년 남성과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젊은 해군 Gabriel의 사랑을 다룬 작품인데, Violet은 젊은 시절 해군이었고 압도적인 미모로 유명했던 Delon과의 유사성을 의도적으로 지적한다. 다만 Guérin이 “Gabriel은 Delon이다”라고 확인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자전적 작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현재 증거로 가장 정확하게 정리하면 “3년 이상 관계했다는 증언이 있고, Guérin 쪽이 Delon에게 상당히 깊은 감정을 가졌으며 결별로 상처받았다는 증언은 있지만, 정확한 결별 사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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