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금리 오르고 이자 늘고 '악순환' /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에 놀란 뉴욕증시…반도체주 급락 / 레이 달리오 “美 부채 위기, ‘경제적 심장마비’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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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1년 동안에만 3조달러가 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기록했다. 막대한 부채 부담에 장기 국채 금리까지 치솟자 미 재무부는 장기채 매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부채 증가가 금리를 끌어올리고 다시 이자비용을 늘리는 악순환에 대한 경고도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BC 등 미국 주요 언론은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연방정부 총부채가 전날 40조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년 동안 3조달러 증가했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가장 빠른 증가세다.
미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졌다.
2000년 무렵 6조달러에도 미치지 않았던 국가부채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규모 재정지출을 거치면서 급증했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전체 부채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났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민간 보유 연방부채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를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역사적 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6년에는 GDP 대비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부채가 늘어날수록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를 우려해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다. 미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부채 이자비용은 이미 국방비 지출을 넘어섰다.
마크 골드웨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 수석 정책국장은 현재 상황을 자동차의 "'엔진 점검' 경고등이 거대하게 깜빡이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당장 내일 엔진이 망가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당히 통제 불능이라는 강력한 신호"라며 "문제는 부채 규모뿐만 아니라 이 수준에 도달한 속도"라고 지적했다.
부채 급증에 따른 국채시장 불안이 커지자 미 재무부도 대응에 나섰다.
재무부는 이날 최근 장기 국채 매도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기채 매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채 바이백을 늘려 장기채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급격한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 발행 비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실시한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차입 비용을 부담했다. 이날 실시된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갚아야 할 돈이 엄청나다"며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더 늘어나고, 이는 다시 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마이클 피터슨 피터슨재단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가 정치권에 경고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차입을 계속한다면 어느 순간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미국을 더 위험하게 평가하고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심판의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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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30년물 5.337%…2007년 이후 최고
독·프도 급등…재정 우려에 시장 ‘몸살’
트럼프 “이란과 대화 없다” 브렌트유 91달러
빅테크 채권 급증…국채와 자금 조달 경쟁
반도체지수 4.98%↓…마이크론·SK하닉 ‘뚝’
“채권금리 상승 요인 당장 완화되지 않을 것”

미국 뉴욕증시가 전세계적인 국채 금리 급등,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38포인트(0.22%) 내린 5만 3343.4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전장보다 53.30포인트(0.69%) 내린 7691.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55.20포인트(1.33%) 내린 2만 6289.71에 각각 마감했다. S&P500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도 세계 각국 국채금리가 꿈틀대며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3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5.337%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오후들어 금리는 하락 전환, 5.286%로 전 거래일보다 2.4bp(1bp=0.01%포인트) 내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255%를 기록하며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프랑스는 4.118%까지 올라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부채 수준이 더 높은 국가들의 국채금리도 크게 올랐다.
전세계적인 국채금리 급등 현상은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채와 빅테크가 발행하는 채권이 시장에서 자금 조달 경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용 투자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앞다퉈 채권을 발행, 선택의 폭이 넓어진 투자자들은 국채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법을 깬 외교정책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도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특히 이날 반도체 관련주가 타격을 입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98% 하락했고 마이크론은 6.94%, SK하이닉스ADR은 9.19% 미끄러졌다. 샌디스크는 9.01%, 웨스턴 디지털은 7.43%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17일 종료됐지만 이를 연장하거나 재개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며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현재 이란과 어떤 대화도 하고 있거나 예정에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91.02달러로 전장 대비 0.17%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4.95달러로 전장 대비 0.52%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7월 24일 이후 최고치다.
로건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피츠패트릭 포트폴리오매니저는 CNBC에 “시장은 채권수익률 측면의 어려움을 간과하고 견실한 실적과 AI 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선가 매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내일 당장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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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부채만 5경원...한국 정부 77년치 예산과 맞먹어

“미국의 국가 부채 증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 위상을 흔들어) 세계 자본시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국들은 거대한 ‘부채 사이클(debt cycle)’의 끝자락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곤 했습니다. 미국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투자자이자 기업가로 불리는 인물. 1975년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해 40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로 성장시킨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란 초강대국의 어깨를 짓누르는 빚이 결국 미국을 무릎 꿇릴 수 있다는 경고였다.
실제로 미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부채는 처음으로 37조달러(약 5경1600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인 한 명당 약 1억5000만원씩 빚을 진 셈이자, 한국 정부가 77년 동안 쓸 예산(2025년 673조3000억원 기준)과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부채가 곧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달리오는 신간 ‘빅사이클’ 발간을 계기로 국내에선 WEELLY BIZ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만약 미국이 급격한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예산 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해 국채 발행을 점점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과한 부채, 결국 ‘경제적 심장마비’ 불러”
-대규모 정부 부채 위기는 왜 발생하나.
“빚이 많아지면 부채 상환 부담 역시 소득에 비해 커지게 된다. 이는 비유하자면 동맥에 찌꺼기가 쌓여 신체 곳곳으로 가야 할 영양 공급을 막는 것과 비슷하다. 악화된 부채 상환 부담은 경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지출을 압박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경제적 심장마비’로 이어진다. 상황은 이렇게 전개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되는 국채뿐 아니라 기존에 발행한 국채마저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해 매도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는 줄면서 채권 금리가 치솟는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올라 자금 구하기 어려워지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돈을 더 풀거나 통화를 추가 발행한다. 이렇게 돈을 더 찍어내 부채를 갚게 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그 화폐는 ‘부(富)를 저장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훼손된다.”
-국가 부채 중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하는 건전한 부채도 있지 않나.
“만약 부채 증가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소득 성장을 이끌며, 소득 증가분이 부채 상환액을 충당하거나 웃돈다면 부채를 통한 성장은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부채가 만들어내는 소득 증가가 필요한 부채 상환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러한 부채 성장은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대의민주제 국가에선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아우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원금을 달라거나 금리를 내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플라톤이 ‘국가(The Republic)’에서 지적했듯, 대의민주제 역사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이 뽑은 지도자에게 (지속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늘 당장의 욕구를 요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와 부채가 쌓이고 금융 불안이 초래됐다. 이는 역사적으로 종종 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지곤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당신이 말하는 ‘장·단기 부채 사이클’이란 뭔가.
“경제는 마치 기계처럼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상황도 ‘부채 사이클’이 기계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살펴보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의사가 병의 진행 과정을 알고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 어떤 나라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 테고, 이는 시장 활성화와 경제 호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돈이 계속 풀리면 거품이 끼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이는 다시 시장의 쇠퇴와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통상 6년 안팎에 걸쳐 이어지며, 이를 ‘단기 부채 사이클’이라고 한다. 1945년 이후 미국에선 단기 부채 사이클이 총 12번 발생했고, 올해 3월 현재 13번째 사이클의 3분의 2까지 지나갔다고 해석한다. 이런 작은 사이클들이 누적돼 과도한 부채가 더는 관리할 수 없는 수준까지 악화하는 거대한 흐름을 ‘장기 부채 사이클’, 즉 ‘빅 사이클’이라 한다. 이는 보통 80년 안팎의 기간을 두고 전개되며, 종종 파멸적인 결말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빅 사이클 사례가 많았나.
“그렇다. 이런 부채 사이클은 역사적으로 기축통화 및 기축통화를 발행한 제국에서 반복되곤 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영국 파운드와 대영제국의 쇠퇴였고, 그 이전에는 네덜란드 길더와 네덜란드 제국의 몰락이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 제국의 여러 화폐가 약화되고 제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부채 비율이 급등하며 파운드의 위상이 추락했다. 감당할 수 없는 국가 부채는 한 나라의 경제와 통화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나.
영국 재무부 산하 예산책임처(OBR)에 따르면 19세기 초 영국의 부채는 GDP 대비 30% 정도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기간 143%까지 올랐고,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엔 249%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부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나라에서의 통화는 결국 약세를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화폐와 국채는 ‘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흔들리게 된다. 누구든 이 나라의 통화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결국 해당 국가의 화폐 가치는 급락하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도 크게 줄어든다. 즉, 구매력이 약화한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 측면에서의 힘도 약화시키게 된다.”
◇美, 부채 사이클 끝자락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장기 부채 사이클(빅 사이클)에 대입해 설명해주신다면.
“여러 지표가 빅 사이클 말기에 와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억제할 예산 조정을 하지 않으면, 세계 주요국, 특히 미국은 기존 빚을 갚기 위해 부채를 훨씬 더 늘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장기 부채 사이클은 전형적인 말기 단계에 이를 것이다.”

달리오의 저서에 따르면 미국과 기존 세계 질서는 1945년 시작된 이번 빅 사이클 주기에서 약 80년을 지나왔다. 이는 이번 전체 사이클의 약 90~95%에 해당한다. 곧 심각한 갈등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시점이란 뜻이다. 현재 같은 상황은 1차 세계대전 직전(1905~1914년)과 2차 세계대전 직전(1933~1938년)과 흡사하다는 게 달리오의 분석이다. 이런 시점에서 국가들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며, 분열되고, 다른 나라들의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포퓰리즘적, 민족주의적, 보호무역주의적, 군국주의적, 권위주의적 접근 방식을 가진 지도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칩스법)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One Big Beautiful Bill·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 비교해 평가한다면.
“나는 (IRA와 칩스법과 같은) 이런 정책이 과도했다고 판단한다. 이는 코로나와 그 이후의 경제 상황 대응에 필요한 수준을 뛰어넘어 돈을 지나치게 푼 조치였고, 결국 대출을 늘려 부채와 재정 적자를 키웠다. 무책임하고 과한 조치였다고 본다.”
미국은 2022년 IRA와 칩스법이란 두 개의 거대 법안을 통과시켜 대규모의 재정 지원과 직접 보조금, 막대한 세액 공제, 파격적인 주정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 달러는 국제 결제와 무역에서 사용되고, 미국의 주식과 채권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자산에 속한다. 그럼에도 상승하는 미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미국의 국가 부채 증가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자본시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달러와 달러 표시 부채는 세계의 주요 교환 수단이자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무역과 자본시장을 사실상 지탱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무역과 자본시장이 위태로워지고, 그 안정성에 의존하는 각국 경제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GDP 규모를 가진 미국도 지급 불능(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파산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이는 ‘파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 상환 자체를 이행하지 못하는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해 파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구매력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는 부채를 상환하겠지만, 그 상환은 가치가 떨어진 달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당신은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국들은 거대한 ‘부채 사이클’의 끝에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같은 운명일 것으로 보나.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일본을 통한 반면교사
-일본 정부의 부채 비율은 GDP 대비 200%를 넘는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일본 사례는 부채와 이자 상환 부담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질 금리, 통화 가치, 국채 가격이 함께 떨어지고, 그 나라 국민의 부(富)와 소득이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일본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했고, 이를 일본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떠안으며 국채 보유 규모가 GDP 대비 90%까지 올라왔다. (일본은행이 자국 국채를 사들이며 금리 상승을 막아줘) 금리는 낮게 유지됐지만 엔화는 약세로 기울었다. 일본 국채는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매력이 사라져 미국 국채 대비 45%, 금 대비 60%로 그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일본 국민의 평균 소득도 1990년엔 미국인의 9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40%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런 충격이 글로벌 자본시장에까지 크게 파급되지 않은 이유는.
“엔화가 주요 기축통화가 아닌 데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널리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해외 자산을 많이 보유한 채권국이자 자국 통화 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요인들이 글로벌 시장으로의 충격 확산을 막아줬다. 그러나 일본 내부적으로는 막대한 부채와 이를 초래한 정책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 우려와 정치 갈등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연준 압박 “이해는 가지만 위험”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최근엔 금리 조정 결정에 투표권이 있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한다고 발표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연준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존 제도를 흔들고 대립을 불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특성이 중앙은행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트럼프의 성향으로 미루어) 겉으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다.”
-트럼프의 중앙은행 압박이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는.
“많은 나라가 중앙은행을 대통령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선출된 정치인들은 선거를 의식해 경기 부양을 선호하고, 이 과정에서 금리를 무리하게 낮추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정부 부채 수준이 워낙 높아, 부채 이자 비용만으로도 재정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약화하면 실질금리가 낮아지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기축통화인 달러와 달러 표시 자산도 덜 선호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결제 통화 중 달러의 비중은 줄고 있고, 미국인의 구매력 역시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반면 금은 점점 더 기축통화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달러 다음으로 많이 보유되는 준(準)기축자산 역할을 하는 상태다.”
☞레이 달리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전설적 투자자이자 거시경제 분석가.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해 주목받았고, ‘빅 사이클’ 이론을 통해 부채 누적과 권력 변동의 역사적 패턴을 설명했다. 투자뿐 아니라 세계 질서와 경제의 흐름을 통찰하는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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