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엽 - 지명(地名)의 신비 / 현재는 배 이(梨)자를 쓰지만 원래 다를 이(異)자를 써서 혼혈아가 많다는 서울 이태원(梨泰院)

 


 

 

지명(地名)의 신비

-파자(破字)의 원리를 생각해서-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과 문자가 명멸했다. 어느 민족이 사용했는지 히말라야 오지와 안데스산맥의 암벽, 또는 이집트의 신성문자(神聖文字) 등 해독할 수 없는 것들이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문자 중에서 오천년을 전해오는 한자만큼 오묘하고 신비한 문자는 없다고 본다.

필자는 문자학이나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고, 다만 오행에 입문한 자로서 취미 삼아서 파자(破字)에 흥미를 갖게 되다보니, 한자는 다른 문자와 달리 주술적인 신비한 작용을 발휘한다고 본다.

이 신비한 작용을 응용한 것으로서 파자점(破字占)은 물론이고 성명학이란 것이 생기고, 그 성명학에서도 각 문자가 지니는 특이성과 거기에 획수를 가미해서, 여러가지 유파가 제나름대로 우후죽순처럼 횡행하면서 혹세 무민의 폐단이 되었다.

그러나 그 원맥은 파자의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여러가지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파자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문자를 분해해서 각 각 분해한 각 부위와 또는 허첨(虛添)을 해서 개개의 초점이 암시하는 것을 가지고 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이 파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야사(野史), 특히 「연려실기술」「대동야승」등등 여러 문헌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잘 알려진 것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이성계가 고려 왕조를 전복하기 전에 어느 파자술사에게 가서 물을 문(問)자를 집으니 좌군우군하여 군왕지상이라고 해서, 하도 신기하고 이상스러워 자기 문객에게 똑같은 옷을 입혀 보내서 같은 물을 문(問)자를 짚게 시켰다.

그러나 전혀 다른 해석을 했다. 즉 문내현구(門內懸口)하니 걸인지상이라. 문 안에 입을 달아맸으니 이 문전 저 문전 떠돌아 다니는 걸객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

그 파자라는 것은 글자 자체에 어떤 특이한 상징을 부여하면서도 거기에 다시 영감이 투영되는 것이 아니냐 !

흔히 쓰이는 상용 글자로만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이루어진 이름의 주인공은 평범한 성격과 생활관으로서 살아가지만 까다로운 글자로 이루어진 이름의 주인공은 까다로운 생을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말 두(斗)자가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에 들어간 그 글자는 파자에서 창 칼로 풀이했다.

그래서 말 두(斗)자라 가운데에 들어가느냐, 이름의 끝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강약도 다른데, 안두희 김두한 몇해전 신림동에서 총기 난사사건을 저지른 김대두 등 여하튼 성격이 괄괄하고 흥패가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한문 글자에는 순기능의 문자와 역기능을 하는 문자가 잇다고 하는 어느 일본인 학자가 쓴 글을 봤는데, 순기능이라고 하는 것은 그 글자가 뜻하는 그대로, 가령 예를 들자면 영화 영(榮), 심을 식(植), 쇠북 종(鐘) 등 많이 쓰는 글자들이고, 역기능을 하는 글자들은 예를 들어 복 복(福), 목숨 수(壽), 부자 부(富), 맑을 숙(淑) 등으로 본래의 뜻과는 달리 종종 그 반대로 작용하는 글자들이다.

어느 지방의 이름을 지을 때 이것이 순기능을 하느냐 역기능을 하느냐 역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논산군에 가면 구자곡면(九子谷面)이란 곳이 있다. 아홉구(九), 아들 자(子), 골 곡(谷). 연무대가 있는 곳이 바로 그 구자곡면이다.

그 이름이 언제부터 전해지는지를 「동국여지승람」등 옜문헌에 찾아 보아도 확실한 글거를 찾을 수는 없으나 8.15 6.25를 거쳐 이 곳에 훈련소가 생겨 아홉 골의 자식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예를 들자면 지명의 신비는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또 한가지 예를 들자면 충북 청원군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에 새로운 국제비행장을 설계하다 보니 활주로가 비상리에서 비하리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그 외에 높은 교각을 세운 충주 호반의 고교리(高橋里)라든지, 현재는 배 이(梨)자를 쓰지만 원래 다를 이(異)자를 써서 혼혈아가 많다는 서울 이태원(梨泰院), 저수지가 된 (水滿里), 면 전체가 물에 잠긴 한수면(寒水面) 등 무수히 많은 지명의 신비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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