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격수 살린 ‘트럼프 전화’ 논란 WSJ “심판 판정을 나랏일로 만들어” UEFA·벨기에 FIFA 결정 대응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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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격수 살린 ‘트럼프 전화’ 논란
WSJ “심판 판정을 나랏일로 만들어”
UEFA·벨기에 FIFA 결정 대응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8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나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미국 대표팀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에 대한 ‘출전 정지 유예’ 논란이 국제 축구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수뇌부에서조차 “수치스럽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벨기에와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IFA 최고위층·유럽 축구계도 반발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FIFA 부회장 중 한 명이 발로건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왓츠앱 메시지로 “완전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FIFA 결정이 상대팀이나 팬들의 반발에 머물지 않고 FIFA 최고위층에서도 문제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부회장은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FIFA 부회장은 모두 8명이다. 6개 대륙 축구연맹 회장과 각 연맹이 선출하는 축구 행정가들이 맡는다. 이들은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평의회에 참여한다.

유럽 축구계도 움직이고 있다. UEFA와 벨기에왕립축구협회가 FIFA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는 발로건이 직전 경기에서 퇴장당하고도 자국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영향을 받은 당사자다.

폴리티코는 UEFA가 벨기에축구협회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UEFA 고위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 결정 후 “이번 월드컵과 향후 대회에서 모든 참가팀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축구의 기본 원칙인 페어플레이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불만 표명을 넘어 공식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백악관 ‘판정 뒤집기’ 작전 내막
발단은 미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월드컵 32강전이다. 발로건은 후반전 상대 선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비디오 판독(VAR) 절차를 거쳐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 경기에서 미국은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버텨 2대 0으로 이겼지만 발로건은 다음 경기 자동 출전 정지 대상이 됐다. 8강 진출이 걸린 경기를 앞두고 핵심 공격수를 잃게 된 것이었다. 다음 상대는 FIFA 랭킹 9위 강팀인 벨기에였다. 당초 미국축구협회는 항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개입 내막을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경제 각료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집행국장 앤드루 줄리아니가 움직였다. 줄리아니 집행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아들이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발로건의 출전 정지를 풀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출전 정지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벨기에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붙을 때 미국 대표팀의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출전 정지를 해제할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러트닉 장관과 줄리아니 집행국장 등은 트럼프 측 변호사들을 동원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쟁점은 VAR 판독 방식이었다. 발로건이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은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보고 레드카드로 판단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문제 삼는 구상이었다고 한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계획을 미국축구협회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이를 두고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대담한 시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계획”이라며 “백악관은 심판 판정을 국가적 사안으로 끌어올려 축구 경기의 판정을 뒤집겠다는 것이었다”고 해설했다.

트럼프-인판티노 밀착 관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 F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결정적 연결고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관계였다. 2016년부터 FIFA를 이끌어 온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이어 왔다. 백악관 집무실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고, 마이애미 UFC 경기와 이집트의 가자 관련 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축구의 왕”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FIFA 평화상을 수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자동 1경기 출전 정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며칠 뒤 두 사람이 다시 통화했을 때 인판티노 회장은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집행이 유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FIFA는 미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5일 발로건의 1경기 출전 정지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징계규정 제27조였다. 이 조항은 징계위원회가 징계 조치를 내릴 때 재량으로 1~4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옳은 일을 하고 큰 부당함을 바로잡아 준 FIFA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FIFA는 징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는 입장만 밝혔다. 백악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도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美, 이겨도 평생 꼬리표” 비판
노르웨이 감독 스톨레 솔바켄은 이번 일에 대해 “월드컵에 해를 끼칠 나쁘고 나쁘고 나쁘고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들이 이긴다면 이 문제는 언제나 그 승리에 따라붙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루디 가르시아 감독r과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표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발로건의 퇴장이 레드카드감은 아니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이 한 명 부족한 상태로 경기를 마친 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는 논리였다. 대통령이 FIFA 징계 절차에 관여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그는 스페인어로 “결국 우리가 피해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FIFA는 각국 정부의 축구 개입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FIFA는 회원협회 운영과 축구 관련 의사결정이 정치권력 등 제3자의 부당한 영향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다.

폴리티코는 이 사태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리히의 FIFA 본부까지 이어진 나흘간의 조직적 로비, 법적 움직임, 외교전’이라고 규정했다. WSJ는 백악관의 개입을 두고 “심판 판정을 국가적 사안으로 만들고 축구 경기의 판정을 뒤집으려 했다”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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