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인간을 강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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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인간을 강인하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사람들에게 만병의 근원이자 없어져야 할 악(惡)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도리어 인간을 성장시키고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아이러니한 사실, 아시나요?
무엇보다 스트레스는 인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통찰력 있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 역사의 발전 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인류의 역사란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역사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 그는 안락하고 풍족한 환경에서는 인류 문명이 발전하지 못한 반면에, 척박하고 험난한 지역에서는 도리어 문명이 이룩되고 발전하였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문명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에는 양쯔강과 황허강 두 개의 큰 강이 흐릅니다. 양쯔강 유역은 기후가 따뜻하고 농토가 비옥해 농사를 짓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에 황허강은 매우 척박한 지역의 땅으로, 겨울에는 강이 꽁꽁 얼어붙어 배가 다닐 수 없고, 여름에는 강물이 범람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골치아픈 지역입니다. 황허강의 범람 문제는 오늘 날의 인류조차 해결하지 못할 만큼 규모가 크고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찬란한 고대 문명은 풍요로운 양쯔강 유역이 아니라 척박한 황허강 일대에서 태동하기 시작하여 오늘 날 까지 이어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집트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은 해마다 물이 범람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악명 높은 지역이었지만, 이집트 최초의 문명은 나일강 유역에서 싹트기 시작하였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모든 문명의 발상지는 인간이 살기 힘든 험난한 지역에서 꽃피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인더스 문명과 미노스 문명, 수메르 문명을 비롯한 모든 인류 문명이 그와 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토인비는 인류가 험난하고 척박한 환경에 터를 마련했기에 역설적으로 문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강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한 결과 인류는 도르레와 수레를 발명할 수 있게 되었고, 제방 축조술을 연마하여 기술 혁명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사 짓기가 까다로운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경작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을 연구하였으며, 이를 통해 학문이 발전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험난한 환경이 인류의 위대한 정신을 깨어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풍요롭고 안락한 환경에서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인류는 나태함과 방종에 빠져 변화하는 환경과 외부의 침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멸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인비는 도전(Challenge)적인 환경에서 인간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응전(Response)을 해왔으며, 도전과 응전이 격렬하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위대한 기술 문명이 태동하고, 이를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갈 수 있었던 역설을 강조한 것입니다.1
스트레스의 순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메기 이론> 또한 인용합니다. 영국인들은 아침을 푸짐하게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들이 즐겨먹는 아침 음식으로는 청어 요리가 있습니다. 청어는 북해나 먼 베링해협에서 잡히는 물고기인데, 문제는 청어들이 배로 운반되는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죽어버린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런던에 살아 있는 청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업자나 나타났습니다. 그 업자는 살아있는 싱싱한 청어를 런던에 공급함으로써 아주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런던 전역에 퍼져나가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살아있는 청어를 런던까지 수습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캐물었고, 그는 비결을 알려주기에 이릅니다. 그는 청어를 끝까지 살려낼 수 있었던 비법으로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를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청어들이 가득 담긴 수조에 천적인 물 메기를 몇 마리 넣습니다. 이렇게 되면 청어들은 수조 안에서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힘껏 도망 다니기 시작합니다. 공포에 휩쌓인 청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힘을 쓰게 되고, 이런 각성 과정 덕분에 청어가 오랫동안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있지만, 내분비학의 관점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 분비는 생명체의 에너지 지속 능력을 높입니다.) 즉, 가혹한 스트레스가 청어들의 생존 시간을 늘려준 것입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자립심과 탐험 정신을 북돋아준다
가혹한 스트레스는 문명과 역사의 발전에 도움을 준 것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생명체에게 자립 능력과 탐험 정신을 배양시키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이자 발달심리생물학의 선구자인 세이무어 레빈(Seymour Levine)은 역경과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조명하는 기념비적인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레빈의 연구팀은 위해 매일 새끼 쥐를 어미쥐로부터 강제로 분리한 뒤 15분간 방치하는 작업을 21일 동안 진행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연구팀은 쥐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이 모두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강제적으로 어미로부터 분리 당한 쥐는 성체가 되었을 때 외부의 고통과 좌절에 저항하는 능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욕구도 매우 뛰어났던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매일 안전하게 어미와 붙어 있던 쥐에게서 발생하였습니다. 어미와 떨어져서 홀로 생활해본 경험이 없는 쥐들은 성체가 되었을 때 별 일 아닌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괴로워하였고, 외부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부족하였습니다.2
자기 심리학의 대가인 하인즈 코헛은 인간이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가며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며 극복할 때 인간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3
이외에도 스트레스와 좌절이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사이언스(science) 저널의 뉴스에 소개된 연구에서, 고난과 역경을 견디며 공동체 생활을 해온 사람은 부족함 없이 풍족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보다 타인에 대한 이해 능력과 공감 지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반면에 풍요로운 환경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자라온 사람들은 타인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는 폭이 좁았습니다. 험난한 인생 살이는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간이 트라우마를 겪은 뒤 퇴보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트라우마 덕분에 더욱 큰 성공을 이뤄내는 ‘외상 후 성장' 과정을 거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4
역사의 수레바퀴는 인류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할 때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 또한 도전과 응전의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강인한 인생을 만들 수 있음을 봅니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1. Toynbee, A. J.; Cover of D. C. Somervell's abridgement of A Study of History Author; Oxford University Press, 1934; p 61.
2. Seymour Levine and others, ‘Physiological and Behavioral Effects of Infantile Stimulation’, Physiology and
[출처] 스트레스의 장점|작성자 withcere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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