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세문학: 이세모노가타리, 이즈미 시키부 일기, 사누키노스케 일기, 우게쓰 이야기, 하루사메 모노가타리

 [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 이세 모노가타리]

[출처] [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 이세 모노가타리]|작성자 진냥

(이글루스 2006-12-28의 백업본입니다.)

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 이세 모노가타리 / 구정호 옮김 ; 제이앤씨 2005

[겐지 모노가타리]와 [마쿠라노소시]등의 일본 헤이안 시대 문학 안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 [이세 모노가타리]입니다. 작품 중의 와카에서 따온 부제가 참 멋스럽습니다만 이 부제때문에 이 책이 [이세 모노가타리]인 줄 몰랐다는 비극이...=ㅅ= 현린님의 제보로 간신히 이 책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ㅁ=/

[이세 모노가타리]는 표면상 당대의 아름다운 와카를 그것이 쓰여진 배경과 더불어 채록되어 있는 형식입니다만, 한 청년의 관례 장면에서 시작해서 동일 인물이 묘하게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 인물은 당대 이름난 시인 중 하나인 아리와라노 나리하라. 바로 [이세 모노가타리]의 주인공 격으로, [마쿠라노소시]에서는 저자 세이쇼나곤이 이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를 편드는 구절이 나오지요.

그래서 이 당대 이름난 시인이자 풍류객이었던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라는 인물의 인상은-

....나쁜 넘입니다.

워낙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인 만큼 연애담이 줄줄줄- 나오는데 소꼽친구에서부터 고귀한 신분의 여성, 먼 타향에서 잠시잠깐 만난 처자까지... 대체 몇을 후리고 다닌 거야?!

물론 그런 시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버려진 여자의 원한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원한을 사면서까지 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아리와라씨 댁 말이오. 하긴 욕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도 있었지....

뭐 와카는 아름답습니다.... 특히 번역 하신 분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느껴질 만큼 유려합니다.

하지만 전 아리와라 그 자식의(이젠막말) 좋은 평 받았던 시보다, 그가 객지에서 잠시 만났던 여성이 읊었던 것이 훨씬 강렬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 놈의 닭 머리를 물에 처넣으리 날 밝기 전에 울어 내 님 떠나보내네

.....처자 굿잡.....

근성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왕 비틀 거 아리와라라는 녀석의 목을 비틀었다면 후대의 여자들이 얼마나 눈물을 그쳤을는지.

또 인상 깊었던 시 중 하나는

당신 덕택에 체험하게 되었네 세상 사람들 이런 기분을 두고 사랑이라 말하리

....이 시는 말이죠...

주인공인 남자(아리와라노 나리하라)가 친구인 기노 아리쓰네의 처소에 갔다가 외출하고 없어서 오래 기다리면서 지은 시입니다.

....차라리 호모로 내달렸으면 당대 실연으로 우는 여성이 획기적으로 줄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여간... 헤이안 시대 정서는 지금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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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2014-09-02의 백업본입니다.)

이즈미시키부 일기 / 이즈미시키부 지음 ; 노선숙 옮김 ; 지만지 2014

자 그럼

숙원의 헤이안 시대 여류 문인 일기 문학 릴레이

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앗!!!!!

....진정하고...

이즈미시키부는 무라사키시키부와 동시대의 여류 문인. 우에 마사무네의 딸로 와카를 잘 지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다치바나노 미치사다와 혼인하여 모녀가 나란히 [백인일수]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재능 있는 딸 고시키부를 얻고, 평범한 중류 귀족 여성으로 살아가는 듯 하였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다치바나노 미치사다가 다른 부인을 데리고 지방관으로 부임하고.... 홀로 남겨진 그녀는 당대 최대의 스캔들에 휘말리고 맙니다. 바로 레이제이 천황의 아들 다메타카 황자와 염문이 퍼진 것이지요. [마쿠라노소시]에 등장하는 이치조 천황과는 사촌 관계일 만큼 고귀한 신분이었다던가요.

다른 기록에 의하면 다메타카 황자는 수도에 전염병이 퍼지는 와중에도 이 여자 저 여자(이즈미시키부도 이름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방문하다가 병에 걸려 요절했다고 합니다만, 그렇듯 순수하게 슬퍼할 수 없는 죽음인 탓인지 남겨진 이즈미시키부는 상당히 백안시당한 듯 합니다. 아버지에게도 의절당할 정도였다던가요.

그런 와중에 그녀는 편지를 받은 것이지요- 바로 다메타카 황자의 동생, 아쓰미치 황자의 편지를.

[이즈미시키부 일기]는 바로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정말 본인이 쓴 것인지 확증은 없습니다. 일단 주어도 '여자'라고만 쓰고 있고, 그녀가 알기 어려운 일(아쓰미치 황자의 정비와 그 언니가 나눈 편지 내용 등)도 언급되어 있는 등.... 하지만 구절구절에 넘쳐흐르는 감정은 꾸며낸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부모에게도 솜옷이나 봄나물과 함께 살뜰하게 와카를 지어 보낼 만큼 정이 깊은 이즈미시키부로서는,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가족들도 등을 돌린 현실이 고통스러웠겠지요. 도피 심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사려가 깊지 않은 탓에'라고 스스로 서술하면서, 그녀는 아쓰미치 황자의 편지에 답장을 보냅니다. 오가는 편지는 곧 만남이 되고 이윽고 사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지 못한 명성이 퍼져 버린 탓에, 그리고 다른 친척 여성들과 함께 사는 탓에 그녀의 집 문간에는 남자들의 우차가 끊어질 새 없고 그것을 보고 만 아쓰미치 황자가 오해하는 일도 자주 벌어집니다. 그러잖아도 부끄러운 처지에 더욱 수치를 더하는, 그리고 고귀한 신분의 황자에게 언제 버림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그런 관계에서-

두 사람을 강하게 묶어둔 것은 바로 와카.

어느 밤 이즈미시키부가 읽었던 와카 구절의 '팔베개 소맷자락'이라는 구절이 두 사람의 마음을 울려, 마치 사랑의 키워드인 양 경쟁적으로 와카에 집어넣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것이지요.

결국 아쓰미치 황자는 이즈미시키부에게 자신의 집에 오라고 강권합니다. 일단 시녀라는 명목이지만, 거의 시첩이나 마찬가지였죠. 이즈미시키부는 망설이고 고민하지만 결국 황자가 거의 우격다짐으로 데려오다시피 하여 황자의 저택으로 갑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아쓰미치 황자의 정비는 머리끝까지 노여워하고 슬퍼하지요. 마침내 정비가 황태자비인 언니의 권유로 가출을 하면서(...) 이즈미시키부 일기는 끝을 맺습니다.

실은 저 말이죠~ 예전에는 이런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 대개 드는 생각이 '밥은 먹고 다니냐?'.....

먹고 살기 바쁜데!!! 주위를 휘몰아 박살내는 사랑 따위에 올인할 여유가 어디 있어!!! 네~ 네~ 참 살기 편하시져?!?!

하지만 저도 늙어선지(.....) 이제는 그렇게까지 비뚤어진 생각은 들지 않는 겁니다. 아니 오히려 이즈미시키부가 귀엽고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몇 번이나 사랑에 배신당하고 세상도 그녀에게 등돌렸는데도 이토록 열정적이고 순수하게 사랑에 매달릴 수 있는 여자.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제멋대로의 도련님이지만, 와카 한 구절에 홀린 듯 이즈미시키부를 사랑하고 놓지 못하는 황자.

그래... 어쩌겠니.... 잘 살아라 짜식들...ㅠㅠ 하고 말해주고 싶지만....

결말은 이미 알려져 있죠. 몇 년 후 아쓰미치 황자는 병사하고, 남겨진 이즈미시키부는 무라사키시키부와 마찬가지로 미치나가의 딸 중궁 쇼시의 시녀로 출사합니다. 미치나가가 그녀를 '바람둥이 여자'같은 식으로 칭했다는 데에 데해서 그녀가 어떻게 여겼는지는 전해지는 바 없습니다만. 이후 미치나가의 가신으로 용맹함으로 이름난 후지와라노 야스아키와 재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잇따라 떠나보내고, 딸 고시키부조차 앞세운 그녀의 말년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치나가 사후의 법회에 공물을 바쳤다는 기록을 끝으로.

말년의 그녀는 돌아오지 못하는 과거를 어떻게 추억했을까요...

하지만 후세의 사람으로서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지저귀는 두견새처럼- 장한 그녀의 노래를 아름답게 여길 따름입니다.

...아 근데 이건 좀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내용 중 아쓰미치 황자가 방위를 피하느라 사촌 집에 가 있다가, 이즈미시키부를 우차에 태워서 데려와서는...

마굿간에 내버려둠

....이즈미시키부가 멘붕하고 있었더니 이윽고 돌아와서는 우차 밖에 하인들이 돌아다니는데도 <자율규제>

야 새꺄 이거 카ㅅ.................

흐뭇하게 바라보던 기분이 그 순간만큼은 싸악 식었다는 건 안 자랑.... 안 자랑....,ㅠㅠ





(이글루스 2014-09-15의 백업본입니다.)

사누키노스케 일기 / 사누키노스케 지음 ; 정순분 옮김 ; 지만지 2013

헤이안 시대 여성 일기 문학 릴레이, 그 대망의 최종편-!!!

마지막으로 감상할 이 작품은 사누키노스케.... 호리카와 천황의 전시였던 여성이 쓴 책입니다.

전시라는 지위는 여관들의 관서인 내시사의 차관. 세이쇼나곤도 되고 싶어했던 것으로 중류 귀족 여성이 오를 수 있었던 최고의 여관이었습니다만.... 호리카와 천황 대, 다시 말해 원정 시대에는 다소 의미가 달라집니다.

원정이라는 것은 양위한 천황이 상황으로서 원이라는 곳에 자리하고 정치를 주도하는 형태를 이릅니다. 본디 헤이안 시대에는 익히 알다시피 후지와라 가문이 대대로 중궁을 배출하면서 섭정과 관백으로서 정치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시라카와 천황 대에 이르러 이러한 외척의 간섭을 차단하고 자신의 직계에게 천황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재빨리 양위하면서 원으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형태- 원정이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이와 궤를 같이 하여 기존의 후지와라 가문 아가씨들이 차지하였던 뇨고 등 비빈의 수가 퍽 줄어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천황을 밤낮으로 시중 드는 역할은 좀 더 격이 낮으며 권력에 위협이 되지 않는 전시에게 맡겨지게 되는 것이지요. 아마 이런 전통이 [천황의 하루]에서 엿볼 수 있는 메이지 시대의 궁중으로 이어지게 되었을 터이니 그 끈질김에는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ㅁ=

사누키노스케가 호리카와 천황을 시중들게 된 것은 바로 그런 때였습니다. 그녀는 호리카와 천황의 유모의 여동생으로, 신분은 명백히 시녀이지만 그녀의 서술 틈틈이 드러나는 추억 속에서 천황은 연인처럼 정답게 그려집니다.

그런 그녀가 일기를 쓰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호리카와 천황의 죽음을 필설로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호리카와 천황은 원래부터 병치레가 잦았는데 끝내 병고에 시달리다 29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맙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천황이고 지존의 자리. 범접해서는 안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시녀가 아니었던 사누키노스케가 그려낸 천황은 동시대 남성이 쓴 역사 서술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세세하게 쓰여진 병간호 장면과 나약하게까지 보이는 천황의 괴로워하는 모습- 그리고 천황의 사망에서 이어지는 신천황의 즉위. 그는 도바 천황, 역사에는 자신의 장남 스토쿠 천황(이복동생이라는 설도 있지마는=ㅁ=)도 잔혹하게 숙청해버리고 막부로 이어지는 일본사의 간극을 혼란에 빠뜨렸던 철권의 통치자였지만 사누키노스케의 일기에 그려진 그는 아버지를 잃은 다섯 살짜리 귀여운 아이일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느껴지는 시라카와 상황의 권세란..... 호리카와 천황의 죽음으로 슬픔에 젖어 있는 사누키노스케를, 이번에는 도바 천황의 전시로서 다시 출사하도록 강요하지요. 일기에서는 이러한 시라카와 상황의 처사에 대한 원망이 은연 중에 묻어나는 것 같아 이 또한 신경이 쓰이는군요.

뭐, 호리카와 천황을 끝없이 추억하는 사누키노스케의 모습이 가련하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한데....

이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천황의 궁정은 제법 막장이 되는 듯하단 말이죠.... 중궁을 세우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뇨고의 견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도와즈가타리]라는 자전적 작품을 쓴 고후카사카원의 시녀 니조의 경우 전시와 비슷한 위치에서 상황을 모시는데, 상황뿐만이 아니라 상황이 내킬 때에는 다른 신하나 황자들의 밤시중=ㅅ=을 들기도 하는 등 아주 험한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워낙 막나가는 내용인지라 이 [도와즈가타리]가 설마 정발이 되겠느냐 했습니다만...

그런뎈ㅋㅋㅋㅋㅋㅋㅋ 그것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어머 이건 읽지 않으면!!!

여성 고전 수필 기행은 계속됩니다 깨-속!!!

[출처] [사누키노스케 일기]|작성자 진냥

 

 

 

 

 

(이글루스 2010-02-24의 백업본입니다.)

우게쓰 이야기 / 우에다 아키나리 지음 ; 이한창 옮김 ; 문학과지성사 2008

최근 새로이 공부할 곳을 찾아 국립 중앙 도서관에 가보았습니다. 꽤 좋더군요.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고.

...공부와는 상관없지만... 문학관도 기웃거려 보았더니, 이게 왠일.

문학 서가의 거의 반절을 라이트 노벨이 먹고 있었습니다....ㅇ<-<

예전에는 저도 곧잘 읽었지만 요즘 나오는 라이트노벨은 당췌 읽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게 한편으로는 다행일지도요.

그 대신 겐지 모노가타리에 관해 모아놓은 서가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덤태기로 꽂혀 있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우게쓰 모노가타리).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설화문학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오신화], 중국의 [전등신화]와 비슷한 종류의 작품이지요. 내용도 비슷비슷하지만, 이 작품의 특출난 점은 동북아 삼국 어디든지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를 일본적으로 해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느 점이 일본다운 건지 비전공자인 제가 알 리 없지만(...) 해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참고할 수 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것은 첫머리를 장식한 시라미네 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이쿄 법사가 여행을 하다가 스토쿠 천황의 무덤에 들려 추도를 하다 스토쿠 상황의 원령을 만나는 내용입니다.

스토쿠 상황은 양위한 천황인 상황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원정 시대의 인물로, 고시라카와 천황과 대립하여 호겐의 난을 일으켰다가 벽지로 유배되었습니다. 유배지에서 원한과 슬픔을 추스리고 경을 베껴서 천황에게 보냈더니 천황은 조정의 반역자가 보낸 것이니 저주의 문구가 쓰여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여 되돌려보냈다지요. 이에 원한이 극에 달한 스토쿠 상황은 귀신 같은 모습이 되어 자신의 피로 경에 저주를 쓰고 분사. 이후 일본을 떠들썩하게 하는 원령의 필두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이쿄 법사는 스토쿠 상황을 달래기 위해 그의 생전 행동을 조목조목 따지고, 원한을 풀 것을 청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 논리가 웃깁니다.

1. 상황은 정치를 바르게 한다는 유학의 가르침에 따라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셨는데, 우리 일본은 예로부터 유학의 가르침을 받들어왔다.(뻥까지마;)

2. 그런데 혁명의 정당성을 설파한 [맹자]의 책만은 싣고 오는 배가 족족 침몰해서 전해오는 바가 없다.(진짜냐?;)

3.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로 미루어보아 혁명 사상은 천황이 다스리는 우리 일본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어이 얌마...)

...수백 년 후에 읽는 사람도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설득에 스토쿠 상황이 마음이 흔들릴 리는 없고, 스토쿠 상황은 자신의 요괴를 부려 천하를 더욱 혼란시키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법사는 슬퍼하면서 그 마음을 담은 시가를 읊는데, 그 시가를 읊고 비로소 스토쿠 상황은 귀신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들 유학 오해하고 있어요. 뭐, 법사의 경우 자기 본진이 아니니까 조금 오해해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맹자 까지마라 맹자 까면 사살!

그밖에 쇼킹 아시아스러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파란 두건'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덕 높은 법사가 일본을 여행하는데(덕 높은 법사의 기본 소양인 것 같군요) 왠 마을에 들렀더니 마을 사람이 법사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랍니다. 달래 놓고 이유를 물어봤더니 마을 부근의 절에 있는 주지스님인 줄 알았다나요. 왜 주지스님 보고 까무러치나요- 문제의 주지스님은 과거 다른 곳을 여행하다가 열 몇살짜리 미소년을 데려왔답니다. 주지스님은 그 소년을 매우 아꼈지요(...그러니까, 여러분이 짐작하는 그런 방식의 아낌입니다...). 그런데 그 소년이 가엾게도 병에 걸려 요절했습니다. 주지스님은 미칠 듯이 슬퍼하다가 소년의 시체가 썩어가는 것마저 아쉬워에 살을 핥고 뼈를 빨아 마침내 모조리 먹어치워버렸다고....

...........네네네네네네크로필리아입니까!? 시대를 앞서갔어!!! 너무 앞서갔다고!!!

...아무튼 주지스님은 그 뒤로 시체 먹는 것에 맛들려서 식인귀같은 꼴로 마을 주변을 싸돌아다니며 무덤을 파헤친다는 겁니다. 법사는 그 주지스님을 만나러 가서 그의 행각을 꾸짖고 시가로 만든 선문을 내려주고 돌아오지요. 수 년 후 법사가 그 절에 다시 가봤더니, 이미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몰골이 된 주지스님이 반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선문을 계속 계속 읊고 있었다나요. 법사는 꾸짖는 말을 외치며 그 어깨를 내리치고, 주지스님은 그 자리에서 형체도 없이 무너져버렸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야 선문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집착을 경계해서 내려준 말에 또 집착하고 있었던 주지스님의 모습이 기막혔던 것이겠지.. 하고 짐작해봅니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소재가... 소재가아아아ㅏ아ㅏ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다른 모노가타리가 있었는데 다음에 가서 읽어봐야겠군요.

[출처] [우게쓰 이야기]|작성자 진냥


 


(이글루스 2015-06-13의 백업본입니다.)

하루사메 모노가타리 / 우에다 아키나리 지음, 조영렬 옮김 ; 문 2009

모노가타리라면 본능적으로 손을 빧는 제가 전부터 국립중앙도서관 서가에서 눈여겨 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읽을 기회가 없던 차에(그외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ㅁ=) 때마침 동네 도서관에 있기에 비호처럼 손에 넣었습니다.

어쩐지 제목 분위기가 비슷하다 싶더니 [우게쓰 모노가타리]의 저자가 쓴 또 다른 모노가타리였습니다. 저자는 에도 시대의 국학자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작품 전반에 펼쳐져 있는 유교에 대한 이유 없는 적의도 납득이 갑니다. 그러고보니 불교도 꽤 까는 듯했죠, 주지 스님이 남색에 빠졌다가 네크로필리아로까지 떨어지는 이야기도 있고=ㅁ=

이 작품의 경우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로 꾸민 것과, 일종의 우화와, 악당이나 무식자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피카레스크스러운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 중에에는 [우게쓰 모노가타리]에 실려 있는 것 못지 않게 기괴하고 섬뜩한 스토리도 있겠죠. 이러한 이야기들에 저자가 숭배한 신토를 비롯한 일본 고래의 정신과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체 무엇인지 싶을 정도로.

으음 저도 알 수 없는 이야기는 넘어가고. [초역 백인일수 우타코이]로 익숙해진 요시미네노 무네사다와 기노 쓰라유키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언급되어서 반가웠네요. 이 작품에서 요시미네노 무네사다는 닌묘 천황의 총신으로 와카와 놀이로서 천황을 즐겁게 해주는 한편 분수를 알아 정치에는 그다지 참견하지 않았다지요. 한날은 무네사다가 궁녀에게 말을 걸면서 희롱한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자 재미있다고 여긴 천황이 여장을 하고 발 뒤에서 대기를 탔더니 어김없이 무네사다가 접근해와, 발 뒤로 끌어들여 기겁하고 황송해하는 무네사다를 보면서 즐거워했다는 일화가...

.......잠깐 이 천황과 신하 뭔가 이상해......

그러나 이렇게 풍류를 즐기던 무네사다도 닌묘 천황이 죽자 궁궐을 도망치듯 떠나고 맙니다. 천황 생전에 그를 시기했던 무리들이 그에게 순사를 강요할 것을 염려해서라고.... 도피행 중 오노노 고마치를 만나 시도 주고 받는데, 우타코이에 묘사된 두 사람을 겹쳐 보면 다소 짠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노 쓰라유키의 경우에는 이즈미에서의 수령 임기가 끝나자 돌아가는 뱃길에서 해적을 만났는데 그가 실은 귀족 사회에서 떨려나온 지식인으로 난데없이 쓰라유키의 저술을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더란 이야기였습니다. 일본 고전 문학에는 일천하기 이를 데 없는 저였기에 망정이지 알 만한 분들은 즐겁게 읽었겠지요? 으음... 사람은 역시 배워야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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