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상사에서 보듯, 일본은 무역이 아닌 해외투자 위주 국가 vs 한국은 해외무역 위주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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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종합상사는 어떻게 '신의 직장'이 되었나

[아무튼, 주말]
[장부승의 海外事情]
버핏이 수십조원 투자
한국 경제가 배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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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대 종합상사에 꼽히는 ‘스미토모상사’의 광고판. 영어로 ‘생명과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문구를 적어뒀다. 워런 버핏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일본 5대 종합상사에 꼽히는 ‘스미토모상사’의 광고판. 영어로 ‘생명과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문구를 적어뒀다. 워런 버핏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4년 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즉 미쓰비시(三菱), 미쓰이(三井), 스미토모(住友), 마루베니(丸紅), 이토추(伊藤忠)의 주식을 5%씩 취득했다고 발표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이 5대 종합상사의 주가는 평균 3배 올랐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평균 지분율은 8.5%가 됐다.

이 5대 종합상사의 현재 시가총액 합계는 무려 47조엔, 406조원이다. 삼성전자(7월 2일 현재 488조원)에 비하면 작지만, 한국 주식시장 2위부터 5위 기업(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364조원)보다 크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은 대략 30조원에서 40조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사례 중 최대 규모이다.

워런 버핏은 왜 이 5대 종합상사를 선택한 것일까? 작년 봄 그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하여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이 회사들의 수익모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회사들 주식이 터무니없이(ridiculously) 저평가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안정적인 배당과 향후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앞으로 10년, 20년은 더 보유할 것이라고도 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가 있기 전부터 일본 국내에서 이 5대 종합상사는 ‘신의 직장’이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도요케이자이(東洋経済)’는 매년 ‘입사가 어려운 유명 기업 순위’를 발표하는데, 이 5대 종합상사는 항상 최상위급에 이름을 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연봉과 종신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작년도 일본 5대 종합상사의 평균 연봉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쓰비시상사는 사상 최초로 2000만엔을 돌파했다. 다른 종합상사들도 모두 1000만엔대 후반을 찍었다. 작년 우리 기업 중 평균 급여가 가장 높았던 곳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공동 1위)으로 1억5200만원이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

일본의 종합상사는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보통 30대 초반까지다. 30대 중반부터는 연봉이 2000만엔을 넘는 직원들이 나오고, 그 후 연공에 따라 급여는 3000만엔까지 오르며, 대부분 직원들이 정년을 채운다. 보수는 민간 최고 수준인데, 안정성은 ‘공무원급’이다. 진정한 ‘신의 직장’이다.

일본의 종합상사는 무엇을 해서 이렇게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패전 후 재편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무역 업무로부터 출발했다. 수출 기업들에 원자재 조달과 제품 판매 서비스를 제공했고 주수입원은 무역 대행 수수료와 취급 대상 품목의 시세 차익이었다. 그러나 이미 1960년대부터 이 사업 모델은 벽에 부딪혔다. 일본의 수출 기업들이 스스로 자재 공급망과 제품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상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종합상사들은 해외 자원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대규모 투자 필요성과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천연자원 시장에서 개별 제조업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80년대 중반 이후 엔화 강세를 배경으로 종합상사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광산, 유전, 자원 기업들의 인수에 나섰고, 90년대 이후에는 자원 분야뿐 아니라 전 업종에 걸쳐 유망한 국내외 업체를 인수하여 경영 개선에 나서는 이른바 ‘사업투자’형 모델을 본격화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현재 일본 종합상사들의 업태는 더 이상 무역회사라기보다는 칼라일 그룹 같은 사모펀드 혹은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에 더 가깝다. 미국에 월스트리트가 있다면 일본엔 종합상사가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에 안정적인 자원 흐름을 위한 설루션을 제공하고, 종합상사가 보유한 네트워크, 자본, 경영 노하우를 활용하여 업종을 가리지 않고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여 배당과 자본 이익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 현재 일본 종합상사의 수익 모델이며, 이는 미국 월가의 고소득 투자 전문가들이 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미쓰비시상사의 연결 대상 회사가 1800개에 이르고, 미쓰이물산이 국내외 500개 가까운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 것은 모두 이러한 사업 전략의 귀결이다.

우리 종합상사들은 어떤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작년도 삼성물산 등 우리나라 5대 종합상사의 매출 합계는 약 106조원, 영업이익은 5조원이었다. 일본 5대 종합상사는 매출 580조원, 당기순이익 37조원이었다. 한일 간 경제규모 차를 고려해도 격차가 크다. 무역 중심적 수익 모델만으로는 이 격차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무역’에서 ‘투자’로 중심 전환이 불가피하다. 해외시장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체를 직접 인수하고 우리가 보유한 자본, 기술, 경영노하우, 네트워크를 투입하여 경영상태를 개선함으로써 이익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미래 수익모델이 되어야 한다.

일본 종합상사들에 워런 버핏이 수십조원을 넣었다고 부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워런 버핏이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일본의 종합상사들을 ‘롤 모델’ 삼아 더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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