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와 대화와 소통을 잘 하는 비결 by 세정tv; 세정tv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둔 자식이면 부러울 것 같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와 소통을 잘 하는 비결

프로파일 세정TV  2025. 3.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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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의 고등학교 학부모들의 단톡방이 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야간자율학습은 어떻고 수행평가는 어떤지 다양한 정보를 서로 나눈다. 몇몇 부모가 아이들이 말한 내용을 전달해 주면 또 다른 이들은 정보를 전달받는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대해 말을 안 하기 때문에 학부모 단톡방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말을 많이 전달하는 편에 속하게 되었다. 나의 아들이 학교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해주기 때문이다. 자녀와 대화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한다고 한다.

나는 큰아들이 둘째에 비해서 까칠한 편이라고 불만이었지만, 그조차도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하면 말을 잘 하는 편에 속했나 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은 아이들 셋이 사이가 좋고 서로 잘 놀며, 엄마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한다. 나도 어릴 때 집에서 부모 형제와(아버지 제외) 말을 많이 하고 자랐는데, 나의 아이들에게도 대화하는 분위기를 물려주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잘 하느냐의 여부는 유전보다는 엄마의 양육 태도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아이들 중에 엄마 성격을 닮은 아이도 있고 아빠 성격을 닮은 아이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즐겁게 수다떨고 노는 것을 보면 엄마인 내가 그렇게 키워서 그런 듯 하다.

* 자녀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떤 부모는 아이가 관심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의무, 과제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나는 장난을 잘 치고 허술한 유머를 날리며 아이들과 친구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쓸모 있는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들은 영양가 없고 쓸모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해야 친해진다. 사춘기 자녀가 부모에게 마음을 여는가, 열지 않는가의 문제는 유아기부터 누적되어 오는 것이지 한번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어떤 사소한 일에 대해서든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관심을 가진 일이라면 게임이든 포켓몬이든 같이 흥미를 갖고 대화해서 아이의 정신세계를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에 대해서 '나를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사람'이라는 시선을 내려놓고 경계태세를 풀게 된다. 부모라는 정해진 역할을 벗어나서, 때로는 자녀에게 친구처럼 공감해줄 수 있는 '그저 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큰아들이 어릴 때는 종이접기를 같이 해주기도 했고 끝말잇기같은 단순한 게임을 했다. 둘째가 어릴 때는 공룡의 종류와 특징, 다양한 동물과 곤충의 생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셋째는 아직도 인형들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이 역할놀이를 해준다.

셋째가 학교에서 키링에 달린 작은 인형을 가지고 친구와 쉬는 시간에 역할극을 하고 논다고 했다. 그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는데 나에게 인형을 보여주었다.

"얘는 이름이 뭐야?"

"포포예요."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인형을 물건이라 하지 않고 이름을 물어봐 주니 그 친구의 나에 대한 긴장이 한 순간에 풀리는 것이 보였다.

* 부모가 먼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자녀와 대화하기 위한 방법 두 번째는, 자녀에게 말을 시킬 것이 아니라 부모 본인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어서 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 간에 다양한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들 앞에서 엄마 아빠가 자기 생활과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서 아이를 감정쓰레기통으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적으로 오늘 엄마가 뭘 했다는 이야기부터 해보는 것이다.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하고 추궁하기보다 엄마가 먼저 알아서 고백하는 것이다.

"오늘 엄마가 저쪽 붕어빵 가게에 갔는데 이쪽 붕어빵보다 크고 맛있더라. 역시 붕어빵은 미니 사이즈보다 큰 게 좋아."

"오늘 빨래하고 나서 보니 네 바지에서 천원짜리 8개가 나왔어. 돈세탁이 된 거야. 다음에는 주머니 체크해라."

부모가 자신의 삶에 대해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그래서 기분이 어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늘상 하다 보면 아이도 비슷하게 말하게 된다. 나의 큰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스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저희 국어 선생님은 30대 남자분인데 소설을 쓰는 분이래요. 저번에 지문 하나를 보여주셨는데 알고 보니 그게 본인이 쓴 소설이었어요. 국어 수업이 재미있어요."

둘째아들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중학교 급식이 초등학교 급식보다 맛있어요. 초등학교 밥은 병설유치원, 저학년 아이들도 있어서 매운 맛을 많이 못 넣는데 중학교에는 그런 제한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초등학교 급식에 나오는 마라탕은 가짜 마라탕이고, 중학교에서 주는 마라탕은 진짜 마라탕이에요."

막내도 온갖 이야기를 다 들려준다.

"우리 선생님은 달리기를 정말 잘 하고 달리기 대회에서 받은 메달이 집에 잔뜩 있대."

"그래, 너희 선생님 정말 날씬하시더라. 매일 달리기 하시나봐."

"친구네 집에 갔는데 내가 고양이 똥을 밟아서 양말에 묻었어. 그래서 친구 엄마가 양말을 빨아준다고 하고 친구 양말을 줘서 신고 왔어."

그런가 하면 아이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도 별 얘기를 다 한다.

"우리 엄마는 OO살이고 우리 아빠는 OO살이고, 외할아버지는 OO살이고 외할머니는 OO살이에요."

"그래? 할아버지가 정말 젊으시구나!"

그런데 그 친구 엄마 말로는 집에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 집의 수다 떠는 분위기에 동조가 되었나 보다.

막내는 혼자 VR게임을 할 때 쉬지 않고 중얼거리면서 하는데, 웬만한 게임방송 못지 않게 오디오가 쉴 틈이 없다. '아이앰캣'이라는 게임을 즐겨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말을 많이 해버릇 하면 도움이 된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주변의 상황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적으로 정리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언어적 능력을 키우면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기능도 자라게 된다. 힘든 일에 부딪쳤을 때 스스로와 대화하며 해결해 나가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말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정리하는 일에도 소홀하게 된다. 감정을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묵은 감정이 폭발하여 분노 폭발, 공황장애,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말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단지 정보 전달을 위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서 자기 내면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러고 보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를 충분히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자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도록 하려면 평소에 잘못한 일에 대해 심하게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큰아들이 중학교 때 시험을 못 본 과목의 점수를 말하기를 주저했다.

"말해봐. 괜찮아. 어차피 니 인생이지 내 인생 아니야. 니가 시험 못 보면 네 문제이고 네 책임인 거야. 엄마한테 창피해할 필요 없어."

"그래요? 휴우.. 다행이다."

둘째아들은 가끔 편의점에 가서 구글기프트카드를 사서 로블록스 게임 현질을 한다. 아들이 나와 같이 길을 가다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갈 테니 나보고 먼저 집에 가라고 했다. 딱 보니 현질을 하러 가는 것 같았다. 집에 왔을 때 말했다.

"왜 거짓말을 하니?"

"엄마가 싫어할까봐요."

"가끔 만원씩 현질하는 건 괜찮아. 한번에 5만원 10만원씩 쓰는 것 아니면 돼. 엄마도 가끔 퍼즐게임에 몇천원씩 현질 할 때 있었어. 게다가 아빠도 자기 취미생활에 돈 잘 쓰거든. 거짓말하는 게 더 나쁜 거니까 다음에는 거짓말 하지 마라."

최근에는 엄마가 싫어할 일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제 친구 부모님이 이제 집에서 게임을 못 하게 한다고, 친구가 같이 피씨방에 가자고 해서 오늘 처음 가봤어요. 그 친구도 처음 간다고 했는데, 지하라서 공기가 답답하고 냄새가 나서 별로였어요."

무엇이든 화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교정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그게 왜 문제이고 고쳐야 하는지 차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고쳐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부모도 자기 버릇을 못 고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자율적인 태도로 살아가고 스스로를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은 자녀 뿐 아니라 부모도 그렇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인생공부를 하는 중이니,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사람임을 이해하고 겸허한 자세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부모의 권위를 적당히 지킬 필요가 있지만, 권위적인 부모가 되어서 자녀를 억압해서는 안될 것이다.

긴 세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부모는 언젠가 늙고 자녀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자녀로 하여금 부모의 눈치를 봐서 적당히 속이고 둘러대는 사람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에 책임지고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성장한 아들에게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한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 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작자 미상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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