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by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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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외부에서 나는 소리가 아무것도 없는데 머리나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이명 혹은 귀울림이라고 한다.

이명은 아무 의미가 없는 소음으로 말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리는 환청과는 다르다. 환청은 보통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들리게 된다는데 이명은 아무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시작될 수 있다.

누구나 아주 가끔씩 몇 초 정도 귀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젖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일반인의 약 75%가 경험하고 있는 생리적인 이명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명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그때부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이명으로 고통받기 전, 일반인의 75%가 경험한다는 생리적인 이명조차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이명을 분명히 경험한 기억이 있기는 한데 처음으로 사격을 할 때였다. 태어나서 가장 큰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고, 그때에도 삐~ 하고 들렸던 이명은 1분 이내 잦아들었다.

그랬던 내게 어느 날부터 잦아들지 않는 이명이 찾아왔다.

2019년 9월 5일. 나는 평생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로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나는 이명으로 인해 지옥 한복판에 있었다.

누구나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나에겐 그때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믿는 신과의 약속을 뒤늦게나마 지키기 위해서다.

2020년 1월 1일로 넘어가던 자정, 나는 청담동 성당에 있었다. 불도 다 꺼진 성당 안은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했다. 그랬으니 내 이명이 더 크게 들렸던 것이겠지.

오직 나 혼자만 들을 수 있는 그 요란한 굉음 속에서 나는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이 증상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잘 알겠으니, 여기에서 벗어나게만 해주신다면 이 증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진정으로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내 기도는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수개월을 더 고통받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명이 찾아왔을 때처럼,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명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그것은 우연도 기적도 아니었다.

나는 이명에서 벗어나고자 수많은 것들을 했고, 지금은 내가 마지막에 했던 그 방법만이 이명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모든 것들을 글로 적고자 한다.

이 글로 인해 이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2020년 11월에 출간된 이 책은 대한이과학회 이명연구회 소속 이비인후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명 치료 전문가이자, 귀 전문가인 서른네 분이 공동 집필한 책인데 나는 이 서른네 분의 선생님들 중 사진에서 체크 되어 있는 세 분께 치료를 받았다.

선생님들은 저마다 성격도 달랐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랐으나 세 분이 한 사람처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일반적인 환자들과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꼼꼼하며, 내가 메모해오고 분석해온 것들을 어디 연구논문 등에 싣고 싶다고들 얘기하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청담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선생님은 그 말을 실행했다.

이명완치 희망을 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이호기 선생님 파트의 대표적인 환자의 예시에 나오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173~174p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내가 소리치료만을 통해 이명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소리치료는 내가 이명을 느끼는 시간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내가 이명을 완전히 소멸시킨 '그 방법'에 집중하는 데 도 도움을 줬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이명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에 대해 쓰기 위해서다.

나는 그 방법이 다른 이명환자들에게도 통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불행하게도 그 방법을 가장 늦게 찾아냈다.

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한 수많은 것들 중 가장 늦게 말이다.

다음은 내가 이명을 극복하고자 행한 방법들이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 최고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찾아다녔고(그 중 이명완치 희망을 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 책의 저자가 세 분일 뿐이다), 신경과에서 뇌 mri도 찍어봤으며, 정신과 의사들과도 상담했다.

귀와 몸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들을 섭취했고, 침도 맞아봤으며, 혈 자리도 두드려 봤다.

척추 지압사에게 지압도 받아봤고, 경락의 균형도 맞춰봤으며, 채식주의자가 되어 채소만 먹어보기도 했다.

48시간 단식을 해보기도 했고, 간청소도 해봤으며, 샐러리주스만 먹어보기도 했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해봤고, 집안 곳곳에 히란야를 뒀으며, 신통력 있다는 장신구도 착용해 봤다.

반사요법과 기 치료도 받아봤고, 차크라의 균형도 맞춰봤으며, 심상화 기법을 시도했고, 심리학도 공부했다.

뇌에 좋다는 효소와 신경안정제 그리고 항우울제도 복용해 봤고, 최면으로 전생체험을 해보기도 했으며,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내면아이 치료도 받아봤다.

만트라를 외우고, 쿤달리니 요가 방식으로 불의 호흡도 해봤으며, 점술가나 무당도 찾아가 봤다.

퇴마사도 만나봤고, 매일 밤 십자가를 끌어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이명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위에 열거한 것 이상으로 끝없이 갖은 특효약과 다양한 정신 요법을 체험했지만 이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법으로 이명을 나에게서 완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제 세 편의 글을 쓸 것인데 이 글이 첫 글이고, 프롤로그 정도로 봐줬으면 한다.

다음 글에서 내가 이명으로 인해 겪었던 고통을, 마지막 글에서 어떻게 이명을 완전히 소멸시켰는지를 상세히 쓸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명으로 인해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두 번째 글은 건너 뛰고 세 번째 글만 보길 바란다.

지구상의 모든 이명 환자들이 이명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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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이 들리는 사람들은 이명의 소리를 저마다 아주 다양하게 표현한다.

가장 흔한 이명 소리는 '위잉~', '삐이~' 하는 고음 소리로 매미 소리나 쇠를 가는 소리 그리고 전자기구의 전파음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고음과 달리 저음의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 등이 들린다고 한다.

내 이명은 처음에는 '삐이~' (방송같은 데서 삐처리 한다고 하는 바로 그 소리) 하는 고음이었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더 높은 음으로 변하면서 '위잉~' 으로 들렸다.

기상 직후엔 '츠~' 소리로 들리기도 했으며, 오전엔 소리 양상이 곧잘 변했지만 결국 '삐이~' 소리를 하루 종일 듣고 있어야 했다.

이러한 '삐이~' 하는 소리는 정말 한순간에 찾아와서 없어지질 않았는데 전조증상이 분명 있었다.

청각과민 증상이었다.

내 직업은 주식이나 선물을 매매하는 일이고, 컴퓨터로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컴퓨터에 팬 돌아가는 소리에서 '둥둥~' 하는 진동음을 느꼈다.

나중에 나는 지인들에게 실험을 시키며 청력이 정상인 모든 사람이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나 환풍기 소리를 초집중해서 들으면 바람 소리와 함께 진동음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집중을 하지 않아도 컴퓨터만 켜놓으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둥둥~' 하는 진동음이 머리를 가득 채웠고, 그 소리는 마치 심장 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매매에 여간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컴퓨터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화장실을 비롯해 환풍기가 설치된 곳에서 그 진동음을 더 크게 느끼며 내 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유튜브에 청각과민에 대해 검색하자 끔찍한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청각과민증에 걸린 외국의 어떤 남자가 정상인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몇십 배 크게 듣게 돼서 늘 귀를 막고 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는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이비인후과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미래이비인후과였는데 내가 상담했던 선생님이 탤런트 송윤아의 친오빠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병원에서는 청력검사부터 시행했고, 청력은 모두 정상이었다.

선생님께 내 증상을 설명했다. 귀를 막고 있으면 (당연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리나, 환풍기 소리를 들으면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두두~' 하는 진동 소리가 함께 들린다고.

그때 선생님의 입에서 '이명'이란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청각과민 이후 귀에 대한 검사를 며칠 동안 한 터였기 때문에 나는 이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귀를 막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바람 소리 같은 것에 노출되었을 때만 어떤 소리가 함께 들리는데 그래도 이명이에요?" 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일단 약을 먹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스테로이드 알약을 처방받았다.

그날 약을 먹고 잠을 푹 잤다.

다음 날 아침 컴퓨터를 켜봤고, 그 진동음을 들으려고 해봤으나 들리지 않았다.

다시 본래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그날 아침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기분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던 청각과민증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생각했고, 스테로이드 약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가까운 후배를 불러 맛있는 점심을 사 먹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고요한 방에 들어서자 왼쪽 귀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나고 있음을 인식했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수시간 지속되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명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네이버 이명카페에 가입했는데 그곳에 글들을 읽을수록 마음은 착잡해져만 갔다.

긍정적인 글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이 나처럼 이명이 막 시작돼서 패닉에 와있거나 수개월, 수년째 지속되어 마지못해 살고 있다는 암담한 글들이었다.

무엇보다 나처럼 청각과민이 먼저 오고 이명이 시작된 케이스들의 글들도 접하다 보니 내가 지금 겪는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만 내가 겪는 일에 대해서 털어놓았고, 청담소리이비인후과가 귀를 잘 본다고 소개를 받았다.

청담소리이비인후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이호기 선생님이 아닌 신중욱 선생님께 첫 진료를 받았다.

미래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청력검사지를 보여드렸고, 내 증상을 들은 신중욱 선생님은 일단 이명카페 글 읽는 것은 절대 금지하고, 며칠 푹 쉬어보라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약 처방도 없었고, 그냥 며칠 푹 쉬어보라고만 했다.

예민해져있던 나는 귀에서 이런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어떻게 쉬냐고 호소했고, 그러자 신중욱 선생님은 나같은 증상을 겪어도 며칠 이내 그냥 좋아지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은데 나처럼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지만 이명 환자들을 아무리 많이 상대한다 한들 본인이 직접 이명을 겪어보지 못한 의사선생님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명에 처음 노출되는 사람은 정말 패닉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마음 편히 지내라는 것은 누가 옆에서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데 고통을 느끼지 말라는 것과 같다.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도 일어나는 세상이다.

그렇게 사람은 듣기 싫은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정신이 나가버린다.

층간소음이야 무엇을 해도 해결이 안 되면 이사라도 가버리면 된다지만 이명은 지구 끝까지 나를 쫓아올 게 분명했다.

이명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이명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들으며 이명 소리를 차폐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이명소리를 완전히 덮으려면 정말 큰 소리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듣기 좋은 귀뚜라미 소리나, 파도 소리 등을 틀어놨는데 그 소리들도 크게 들어야 했으니 나중엔 그 소리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렇게 스피커를 끄면 내 귀에선 여전히 '삐이~' 하는 날카로운 고음소리가 울려대고 있었다.

본래 고요한 것을 좋아해 귀마개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나인데...

이제 그 고요함을 다시는 느낄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은 피폐해져만 갔다.

3개월. 나처럼 청력에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 이명이 왔을 때 만성으로 넘어가는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3개월.

이명카페에서도 그 3개월을 중시했고, 의사 선생님들도 3개월을 넘으면 만성이 되냐는 나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나는 3개월 안에는 반드시 이 소리를 잡아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1편에 썼던 온갖 방법들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이명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에게 오고 있었다.

우울증이었다.

이명에 걸리기 전에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다. 많은 것들을 이뤘고, 아직 더 이루고 싶은 것들도 많아서 삶에 무료함은 없었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았고, 결핍도 없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당시엔 시간문제라고 믿었다. 그랬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이명이라는 난치성 질환은 정말 버거운 상대였다.

이명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소리와 강도의 차이가 클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이명은 강한 놈이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통이 밀려올 정도였으니까.

ASMR이라고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들을 듣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람 소리, 계곡 물 소리 등. 그런 소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들이다.

반면 이명소리는 누구나 잠시도 듣기 싫은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리가 24시간 내내 지속된다고 생각해 보라.

한창 이명으로 고생할 때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암은 눈에 보이고, 수술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명은 내가 겪는 증상일 뿐, 어느 병원에서도 내 이명의 강도나 소리를 측정해 줄 수 없다. 따라서 학계에서도 이명은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명을 병으로 분류하지 않고, 증상으로 분류한다.

참으로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증상이 아닐 수 없다.

우울증이 극심해지며 나는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도 먹기 시작했는데 오래 먹지 못했다. 그런 약들을 먹을수록 이상하게 나는 우울감이 더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라도 이 듣기 싫은 소리만 사라지면 나는 다시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온갖 특효약과 치료 그리고 다양한 정신 요법을 체험해 봐도 이명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제 오른쪽 귀까지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극심한 고통의 나날들.

당시 나를 본 사람들은 얼굴에 생명이 없어졌다고들 했다.

내가 거울을 봐도 얼굴에 윤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눈은 퀭하니 좀비 같았다.

그렇게 극심한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 이명 3개월 차도 지나갔고, 2020년이 다가왔다.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질병이 코로나19가 되면서 전 세계로 번져가고 있었다.

2020년 초의 분위기는 확실히 그랬다. 이 질병으로 인해 인류가 종말이라도 할 것처럼 공포감을 주는 뉴스들 그리고 암울한 분위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암울한 분위기가 나에겐 위로가 되고 있었다.

세상에서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하는 그 마음이 나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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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주식이나 선물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다.

이명에 걸렸던 트레이더.

2020년, 코로나19로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의 활황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5월까지도 매매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다녔고, 전국 팔도의 병원들도 찾아다녔다.

귀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요란한 소리 속에서 매매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주위에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내 관심사는 이명 극복뿐이었고, 그래야 제명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명완치 희망을 쏘는 이비인후과 의사들' 책의 저자들 중엔 이호기(소리이비인후과), 유신영(명동연세이비인후과), 박홍주(아산병원) 선생님을 만났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외에도 수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선생님들과 상담을 했다.

훌륭한 선생님들도 있었고, 정말 이명환자가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의사들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당연히 청담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선생님이다.

나는 그분이 이명 치료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 명의라 생각한다. 이명은 어차피 병원에서 치료가 될 수 없고,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호기 선생님은 정말 마음으로 환자를 살펴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호기 선생님은 이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나에게 일찍이 소리치료를 권유했다. 당시 다른 병원들에선 100만원 이상씩 받아 가며 소리발생기니 소리보청기니 하는 것들을 것을 판매했는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비슷한 음원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정말 웃기는 장사가 아닐 수 없었다.

소리이비인후과에선 음원을 메일로 보내줄 뿐이었다. 물론 청담소리이비인후과에서도 베개형 소리발생기를 판매하긴 했다. 나는 그것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호기 선생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다. 양심적인 분이셨다.

그렇게 소리치료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중엔 이명이 나에게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는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보내준 음원이 유튜브로 자연의 소리를 크게 틀어 이명을 차폐시키는 것보단 이명을 덜 고통스럽게 들리게 해줬기 때문에 나는 꾸준히 음원을 들었다.

그리고 물 분수대를 여러 대 구매해서 집 곳곳에 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침대에 멍하니 누워 책장을 보고 있는데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2019년 8월에 출간된 톰 오브라이언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명동연세이비인후과의 유신영 선생님은 나에게 왜 이명의 이유를 찾으려 하냐며 버럭 짜증을 내시기도 하셨지만 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원인 없이 내가 이런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이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뇌 mri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내 이명이 머리 어딘가의 문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던 중 그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내 중간을 펼쳐보았다. 아무렇게나 펼친 책에서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만으로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국의 신경과 전문의인 조 디스펜자의 '당신이 플라시보다' 책을 추천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무언가를 느꼈다.

이거다 하는 직감.

나는 곧바로 그 책을 주문했고, '브레이킹'이라는 디스펜자의 다른 책도 함께 주문했다.

그렇게 '당신이 플라시보다'를 읽다 보니 그 책 안에선 뇌파 바이오피드백의 선구자이자 심리학자인 레스 페미의 '오픈 포커스 브레인'이라는 책도 추천했다. 당연히 그 책도 바로 주문해서 읽었다.

그러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일단 부정적인 감정부터 걷어내야 했다.

어두운 감정을 몰아내고 호전될 거란 확실한 믿음만 가져도 치료 없이 암, 뇌졸중, 당뇨 등도 낫는다는 수많은 기록들을 봤는데 밑져야 본전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명 자체도 괴롭지만 평생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란 믿음 때문에 더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이명 3개월 차가 훌쩍 넘었고, 만성이명이고 뭐고 다 잊고 나도 기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란 맹목적인 희망을 가졌다. 그러자 변화가 시작됐다.

희망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희망을 가지는 것만으로 지옥에서 한 걸음씩 빠져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당신이 플라시보다' 책의 부록에 나오는 명상을 꾸준히 따라 했다.

디스펜자가 말하는 고양된 상태, 깊은 명상 상태. 레스 페미가 말하는 뇌파가 알파파 아래로 떨어져 의식이 몽롱한 세타파 상태에서, 이명에서 완전히 치유된 나를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한 번은 깊은 명상 상태에서 이명이 완전히 인식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 상태에서 잠시 머물기도 하며 나는 내가 완전히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진정으로 갖게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깊은 명상 상태에 빠져들곤 했다.

누군가에겐 이 글이 불편할 수도 있다. 나도 과거에 상상 만으로 현실이 된다느니, 온 우주가 돕는다느니 하는 시크릿 류의 책들을 읽으면 전혀 와닿지 않았다.

지금도 유튜브에선 성공팔이들이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느니, 저렇게 하면 돈이 들어온다느니 하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돈을 벌 수는 없다. 돈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은?

내가 건강해진다고 누군가 건강을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사례들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 따라 면역력이 변한다는 정신 신경 면역학, 생각에 따라 뇌의 구조가 변하는 신경가소성, 말기 암을 상상으로 없애는 사이먼튼 요법, 뇌종양을 물리치는 액터버그 박사의 상상 치유, 백혈병 잡는 상상 게임 바이오피드백, 고혈압과 당뇨를 치유하는 알파파 명상.

나는 그 수많은 사례들을 읽으며 나도 그들처럼 기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명이 사라졌다.

언제 있었냐는 듯 갑자기 사라졌다.

만성 이명으로 넘어간다는 3개월 차를 훌쩍 넘어, 거의 9개월 차에 나는 이명을 나에게서 완전히 떠나보냈다.

내 이야기가 이명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이명 환자들은 정말 극도로 어두운 감정에 지배되어 있다. 그것이 이명을 더 키우고 정말 만성으로 만든다.

특히 나처럼 천성적으로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이명이 찾아온다면 그 사람은 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처음 소리이비인후과를 찾아 신중욱 선생님께 들었던 "예민한 사람이 예후가 안 좋다." 는 말은 진리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 대번에 마음을 무디게 할 수 있는 이명 환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청담소리이비인후과의 이호기 선생님이 대표적인 환자 예시로 들 만큼 이명으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이명을 완벽하게 소멸시켰다. 이명 3개월 차가 넘어가면 만성이 된다는 믿음부터 깨부시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이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 이명 카페에서 치유 사례 글들을 읽다 보면 갑자기 어떤 영양제를 추천하면서 링크를 걸거나, 본인을 통해 구매하면 더욱 싸게 살 수 있다느니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된다. 이명은 정말 힘든 증상이기 때문이다.

내 글을 보고도 누군가는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당신이 플라시보다' 책팔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은 저자 디스펜자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적을 선사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너무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이 플라시보다'는 질병으로 인해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비슷한 책으로 비타북스 출판사의 <'미라클', 이송미 저> 도 좋다.

만일 당신이 현재 이명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지금은 당신이 기적의 존재임을 깨닫기 위한 최고의 순간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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