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퐁티가 최상의 예술로 높이 평가한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색은 파동이고, 파동은 에너지이며, 물질의 배후다; 괴테의 색채론도 참조하면 좋을 듯

 
'생트 빅투아르 산'의 모습을 변주해 여러 편을 화폭에 옮긴 폴 세잔의 풍경화에서 예술의 본질을 포착하려 했는데, '폴 세잔의 작품은 끊임없이 그 심층부를 파면서 사물들의 흥분되고 불가해한 발생을 회복시키려 한다'며 '예술이 사유에 이를 수 있는 표현이나 언어라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작가'로 폴 세잔을 평가했다.[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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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 존재론'과 같은 맥락에서 메를로퐁티는 '색의 존재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술 작품에 있어서, 형태나 윤곽은 매번 그 모양 그 꼴 이지만, 색은 하나로 고정된 색을 찾을 수 없으며 색은 다른 색과의 관계를 통해서 매번 다른 다양한 의미들을 드러낸다. 즉, '선, 윤곽, 형태'보다 '색채'가 존재의 역동성을 보다 더 잘 보여준다는 것이며, '색'이 '형태'보다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전기철학에서 말했던, 형태나 구조 중심의 게슈탈트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색은 무엇보다도 작품과 내가 체험으로 얽혀있는 매듭이자, 존재의미가 서로 만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작품을 이러한 '색의 존재론'으로 분석함으로써 이후 프랑스 미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메를로퐁티가 주목한 세잔의 작품은 18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생트빅투아르 산의 수채화 그림들이다. 세잔의 수채화는 하늘하늘 흔들리는 면들이 서로 겹쳐져 깊이가 다른 층위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비슷한 주제로 그린 유화보다 수채화에서 훨씬 두드러진 특징이다. 각각의 투명한 색채에서 우러나오는 구성의 조화가 어떤 환상적인 일렁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푸른색, 녹색, 분홍색의 색조는 화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나풀거린다. 더구나 색채로 둘러싸여 있는 흰 종이의 빈 공간은 채워지지 않으면서도 색채만큼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시각적인 것과 비시각적인 것이 함께 어우러져, 볼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하나의 체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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