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외곽에는 사회주택인데 궁전처럼 생긴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름은 Les Espaces d’Abraxas로, 1980년대 초 Noisy-le-Grand에 지어진 대규모 주거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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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외곽에는 사회주택인데 궁전처럼 생긴 아파트가 있습니다. 이름은 Les Espaces d’Abraxas로, 1980년대 초 Noisy-le-Grand에 지어진 대규모 주거단지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이 영화 같은 아파트는 왜 파리권에서도 저렴한 주거지로 남게 됐을까요? 1. 서민을 위한 궁전으로 지어진 사회주택 이 단지를 설계한 사람은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입니다. 보필은 회색 콘크리트 박스처럼 반복되는 사회주택을 싫어했고, 평범한 사람들도 기념비적인 공간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파리 동쪽 외곽의 공공임대에 가까운 사회주택 단지를 궁전, 극장, 개선문처럼 설계했습니다. 실제로 이 단지는 Le Palacio, Le Théâtre, L’Arc라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전체 모습은 현실 아파트라기보다 거대한 영화 세트장처럼 보입니다. 2. 건축가는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제는 이 강한 건축이 실제 생활에서는 불편함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외부 복도와 복층 구조, 거대한 광장과 복잡한 동선은 사진으로는 압도적이지만, 매일 사는 주민들에게는 관리하기 어렵고 피로한 공간이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공용부는 낡고, 엘리베이터와 설비 문제도 쌓였고, 단지는 점점 노후화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필은 서민을 위한 궁전을 만들고 싶었지만, 영화감독들은 이곳에서 디스토피아를 봤습니다. 실제로 이 단지는 《Brazil》과 《Hunger Games》 같은 영화의 배경으로 쓰이며, 살고 싶은 고급 아파트보다는 기괴한 미래 도시 이미지로 유명해졌습니다. 3. 역세권 랜드마크인데도 저렴한 이유 입지만 보면 이상합니다. 이곳은 RER A 노선의 Noisy-le-Grand–Mont d’Est역에서 가까워 파리 도심까지 20분대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파리 서쪽의 전통적인 부촌과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Noisy-le-Grand는 파리 동쪽 외곽의 도시이고, Abraxas가 있는 Mont d’Est 일대는 사회주택 비중이 높고 저소득층과 이민자 비율이 높은 도시정책 우선지역입니다. 그래서 교통이 좋아도 지역 이미지와 관리 문제, 노후화가 가격을 강하게 누릅니다. 2026년 기준 Noisy-le-Grand 일반 아파트는 평당 약 2,500만 원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Place d’Abraxas 주변 추정가는 평당 약 1,200만 원대까지 내려갑니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랜드마크인데도 도시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받는 겁니다. 4. 지금도 사람이 사는, 실패와 재생 사이의 아파트 Les Espaces d’Abraxas는 폐건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고, 핵심 주거동인 Le Palacio의 상당수 세대는 여전히 사회주택기관 소유로 남아 있습니다. 한때 철거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방향이 바뀌어 리노베이션을 통해 다시 살리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이 아파트는 건축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의 유토피아였지만, 동시에 건축적 유명세만으로는 지역의 현실과 관리 문제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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