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사들은 기소권을 독점하지 않으며 대배심 제도를 통해 시민사회의 견제를 받는다; 한국의 짭새, 검새, 판새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견제장치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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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야가, 좌우가 국회에서, 거리에서, 방송에서 갈라져 싸우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조용히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되먹은 나라인지 일 년 열두 달 바람 잘 날이 없다.

평생 경찰서 근처에도 갈 일이 없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자기와는 무관한 검찰개혁에 왜들 핏대를 올리고 흥분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수처를 앞세워 검찰개혁을 노래 부르듯 하고 있으니 모른척하고만 지낼 수는 없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막대한 권력을 좀 덜어내자는 것이다. 사람을 가두고 주리를 트는(?) 수사와 기소권을 한손에 쥐고 있는 검찰의 힘을 좀 빼자는 얘기다.

미국 검찰은 어떨까.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책 ‘나는 뉴욕의 초보검사입니다’(생각정원)가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의 저자 이민규는 뉴욕 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의 한국인 검사이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나 리버럴 아츠칼리지 중 하나인 웨슬리언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역시 미국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군에 들어온 한국인을 통해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을 알게 됐고, 시험을 통과해 컬럼비아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졸업 후 노동법, 인권법, 형사법을 골고루 다룰 수 있는 사회정의부 소속검사를 지망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도 검찰은 형법제도상 가장 강력한 집단이다.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민 220만명을 교도소에 수감시키고 있고 국제 마약조직과의 총격전이 꾸준히 벌어지며 부패한 거대 은행과 기업, 거물 정치인의 스캔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는 나라에서 검찰이 힘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미국 검찰은 종종 욕은 먹을지언정 한국에서처럼 ‘떡검’이니 ‘검새’라는 비아냥까지 듣지는 않는다.

그 차이는 기소권에서 기인된다. 미국 검사들은 그들이 소유한 가장 강력한 창인 기소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배심 제도 때문이다. 미국에선 검사도 소송적 절차를 통해 대배심에 기소를 청구해야 한다. 대배심은 형사소송규칙 상 16명에서 23명의 시민들로 구성된다. 만약 이들 중 과반수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기소 청구는 기각된다. 즉, 기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검찰의 역할은 표적을 정하는 것일 뿐이고 정작 그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결정하는 건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인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검사가 아무 힘도 없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죄 있는 사람을 못 본 척 하는 경우 다른 누구도, 그 어떤 기관도 그 사람을 쉽게 기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죄 증거가 많고 그 증거들 하나하나가 명백하더라도 말이다. 이렇듯 검찰의 모르쇠 앞에선 변호사도 판사도 무력해진다.

부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어떤 사회도 청탁을 완전히 척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한 구조적 해결책 중 하나가 검찰의 분권화이다. 미국의 정부조직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 분립’뿐만 아니라 같은 조직 내에서도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중앙집권적 조직구조와 권한을 가진 한국 검찰과 달리 미국 검찰은 연방 검찰청, 주 검찰청, 그리고 지역 단위마다 있는 지역 검찰청으로 힘이 분산돼 있다.

한국 검찰이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등 수직적인 위계질서 하에 움직이는 ‘검사 동일체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면 미국 검찰은 위 세 기관이 상하관계로 묶여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검찰 완전 분리주의’로 운영된다. 연방 검찰이 덮어버린 사건을 주 검찰이 들쑤실 수 있고 주 검찰이 놓쳐버린 사건은 지역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우리도 검찰 내 상호감시·견제 장치를 만들어놓았다면 지금처럼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한다는 건 아주 긍정적이다.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최소화해 법이 제대로 기능하고 사회가 올바로 돌아가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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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직접 가본 미국의 검찰청…검사 70명에 수사관은 4명

편집자 주

이른바 '검수완박' 논란을 벌이면서 미국의 사례를 각자의 근거로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부분을 전체로 포장하거나,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견강부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의 존 맥카시 검사장(state's attorney general)의 인터뷰를 토대로 미국 검사의 역할과 검찰청의 기능을 보다 정확히 알아봤다.

미국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이 입주해 있는 카운티 순회법원. 권민철 기자미국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이 입주해 있는 카운티 순회법원. 권민철 기자

1. 미국 검사-경찰 관계는? "인간관계"

미국에서는 수사와 기소의 주체가 분리돼 있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 수사기관은 경찰, FBI, CIA, US마샬(연방 보안관), 비밀경호국 등 40여개 기관에 이른다. 이들 수사기관들은 기소권한이 없다. 기소는 검사가 독점한다. 검사를 prosecutor(기소하는 사람)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존 맥카시 검사장은 "경찰이 거의 모든 사건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정보를 가져오면 우리는 경찰에게 추가 증거를 보완하도록, 아니면 수사 방향을 바꾸도록 요청(ask)하거나 과업을 부여(task)한다. 경찰과 우리는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가 경찰에 한다는 '요청', '과업부여'라는 말이 명령이나 지휘, 감독이라는 말과 의미가 같은지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명령이라는 말은 안 쓴다. 서로 협력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말이다. 경찰은 군대와 비슷하다. 계급조직이고 위계적이다. 나는 경찰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 명령할 어떤 권위도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렛대는 내가 상급자라서도 아니고 계급이 높기 때문도 아니다. 경찰이 자기 사건을 기소하고 싶으면 나의 승인을 필요로 할 뿐이다."
 
그렇다면 검사와 경찰관은 어떤 관계일까. 기소를 승인하는 관계면 주종관계로 볼 수 있지 않냐고 재차 물어봤다. 그의 대답이다.
 
"경찰관이 경험이 많고, 경험 많은 검사와 일한다면 상당히 협력적일 것이다. 일하는 것은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어떻게 조사했는지 서로 토론하는 것이다. 일을 통해 수사를 증명했다면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주종관계는 아니다. 인간관계일 뿐이다. 경험에 근거해 얻은 평가를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대화의 성격은 바뀔 수 있다."
 
존 맥카시 검사장. 로버트 잭슨 전 대법관의 쓴 '검사들'이라는 제목의 경구를 보여주고 있다. "검사들은 미국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생명, 자유, 그리고 명성을 더 잘 통제한다. 검사들의 분별력은 대단하다. 검사들은 자신의 힘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태도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정의롭다는 것을 그의 직업으로 인식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자산을 가질 수 없다." 권민철 기자존 맥카시 검사장. 로버트 잭슨 전 대법관의 쓴 '검사들'이라는 제목의 경구를 보여주고 있다. "검사들은 미국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생명, 자유, 그리고 명성을 더 잘 통제한다. 검사들의 분별력은 대단하다. 검사들은 자신의 힘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태도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정의롭다는 것을 그의 직업으로 인식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자산을 가질 수 없다." 권민철 기자

2. 미국 검사, 한국 검사처럼 수사 안해

그렇다면 미국의 검사도 수사기관처럼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매카시 검사장은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의 조직을 보니 그 말이 더 이해가 갔다. 검찰청은 지역 순회법원 건물 5층에 입주해 있다. 검사는 70명이나 되지만 수사관은 4명뿐이다. 맥카시 검사장의 안내로 수사관들이 일하는 566호실에 들어갔다. 5평 정도 돼 보이는 방에서 수사관 4명이 일한다. 이들 수사관들은 총기사고, 조폭관련 사건만 전담한다고 한다. 한국의 검찰청의 경우 검사실 마다 여러 명의 수사관을 두고 수사하는 현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검사들은 자신의 방에서 참고인이나 피의자들을 소환해 직접 조사하지만 미국 검사들은 사람을 직접 대하지 않는다.
 
맥카시 검사장은 "검사는 길거리에서 문을 두드리거나, 수색영장 집행 같은 것을 안 한다. 영장 발급에는 관여하지만 영장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는 사람을 체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문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사는 재판정에서 사건의 증인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란다. 그는 검사의 신문은 윤리의 문제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검사가 수사를 한다는 보도가 가끔 우리 언론에 나온다. 그 이유는 대배심(grand jury) 사건 때문이다. 대배심 사건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있으나 수사기관들이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거나 안한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검사가 개시(initiate)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검사가 사건을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한다. 특히 대배심 사건의 기소는 검사가 아닌 배심원단이 결정한다.
 
미국의 특별검사가 진행하는 수사는 별도의 법이나 절차에 의한 특수한 경우기 때문에 굳이 검찰개혁을 논하는데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 수사관들의 방을 존 맥카시 검사장이 안내하고 있다. 566호실에 4명의 수사관들이 일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권민철 기자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 수사관들의 방을 존 맥카시 검사장이 안내하고 있다. 566호실에 4명의 수사관들이 일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권민철 기자​​

3. 검사 인사권자? 미국은 '국민' vs 한국은 '윗사람'

한국검찰은 흔히 검사동일체 조직으로 불린다. 총장을 정점으로 전국적으로 2300여 명의 검사가 조직적으로, 상하관계 속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한국 검사는 모두 임명직이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상명하복의 문화도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상부의 뜻을 헤아려 수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검사가 사건을 조작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기소를 독점해왔기 때문에 자정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검찰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연방검찰과 주(state)검찰로 이원화돼 있다. 연방검찰은 93개의 지역검찰로 나뉜다. 93명의 검사장이 각 검찰청을 통솔한다는 뜻이다. 이들 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그러나 93명 모두 예외 없이 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받아야 임명될 수 있다. 정치적이거나 편향적이거나 이력에 논란이 있는 인사들은 인준과정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검사장 임명과정에 국민의 대표기관의 강력한 견제가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킨 검사장이 재 지명될 가능성은 제로다.
 
주(state)정부 소속 검찰에 대한 국민의 견제는 더하다. 주 검사장(법무장관), 카운티(시) 검사장 모두 선출직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검사장에 오를 수 있다. 투표를 통해 검사장이 된 이상 소환되지 않고서는 임기가 보장된다. 선출직 검사라서 검찰조직 논리를 따를 이유도 원천적으로 없는 것이다. 인사권자가 국민인 만큼 윗사람 눈치 볼 일도, 검사동일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투표로 뽑힌 맥카시 검사장도 오로지 시민들만 바라보며 범죄자 처벌은 물론 범죄 예방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지역사회 교육은 필수"라며 "내가 검사지만 지역사회에서 범죄 예방 교육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의 기소권을 엄청난 권력(enormous power)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자유를 박탈하고, 그들을 가족들과 분리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권력을 검사가 가지고 있는 만큼 직업윤리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검사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옳은 일을 하도록,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냉정하고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노력하라고 말해야 한다. 지적(知的)으로 권한을 사용하라고 강조해야한다. 직업윤리, 책임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

 
맥카시 검사는 이 대목에서 '훈련(training)', '윤리(ethics)'라는 말을 세 차례씩 반복해 강조했다. 그리고 몽고메리 카운티 검찰청에서는 격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짜리 윤리 교육을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은 50개주 검찰이 주법에 따라 운용이 조금씩 달라 맥카시 검사장이 있는 메릴랜드주의 검찰로 미국 검찰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각급 검찰제도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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