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른 윤석열의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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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쏟아져 나왔던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들에 대한 교육현장의 우려가 깊다.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방안을 찾기 위한 연속토론회장이 마련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성보)가 진보교육연구소와 공동주관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토론회다.
토론회는 3월 22일 시작해 격주로 총 7가지 정책을 다루며 6월 14일 마무리된다. 정책토론주제는 ▲고교정책(3.22) ▲교원정책(4.5) ▲대학정책(4.19) ▲에듀테크(5.3) ▲학력경쟁(5.17) ▲유보통합(5.31) ▲ 임금-연금(6.14)이다. 연속토론회 내용을 <교육희망>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다섯 번째 토론주제 ‘학력경쟁’에서 나누었던 토론내용을 톺아보자.
다섯 번째 토론회는 서울시기초학력지원조례가 몰고온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학력경쟁'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문재인 전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을 공격하는 담론으로 ‘학력 저하’를 들고 나왔다. 윤석열 캠프 교육정책분과장을 맡았던 나승일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박근혜 정부 교육부 차관)가 개개인별 학업성취도 평가를 파악하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현재 '맞춤형학업성취도자율평가'라는 이름으로 전국 일제고사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심지어 다가오는 6월에는 '22년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발표까지 하겠다고 한다. 혹여 시도별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발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전교조는 지난 2008년 일제고사 투쟁으로 8명이 해직되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줄세우기, 문제집 풀이식 교육의 부활, 점수 경쟁이 더 이상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학력에 대한 낡은 개념과 '성적(成績) 관음증'이 더해진 윤석열 정부의 기초학력 향상 방안
토론회는 우선 기초학력지원조례에 대한 서울지역 상황을 공유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68% 의석을 차지한 힘으로 시의회가 서울 전체학교 진단평가를 강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지역별, 학교별 성적 경쟁을 부추길 위험스런 조례를 밀어붙였다. 기초학력보장법과 조례가 다른 점은 단 하나, 성적공개다. 이들은 아이들의 진정한 발달, 21세기가 요구하는 문제해결력 등은 크게 고려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기초학력지원조례는 서울시교육청이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제소를 했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또한 교육정책의 성공 여부를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말할지 모른다. 그간 전국에서 14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민주당 정권과 함께 교육정책을 쥐락펴락한 결과가 가장 간명하고 설명하기 좋은 지표로 드러나는 것이 이 기초학력미달 비율이다. 성적 공개, 비교와 같이 살짝만 힘을 주기만 해도 이 비율을 줄일 수 있고 또 그 줄어든 비율은 정치의 영역에서 보수진영이 자신들의 성공을 증명할 활용하기 좋은 근거가 될 여지가 크다.
굉장히 매력적인 지표가 아닐 수 없다. 17년부터 21년까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증가한 것은 이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학력, 학력 경쟁이야 말로 윤석열 정부가 가장 손쉽고 자신감 있게 추진할 교육정책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교사들 또한 윤석열 정부가 기초학력을 시험성적과 직접적으로 연관짓는 낡은 교육관과 금기되어 있는 것에 대한 유혹, 성적 관음증을 자극하는 성적 공개로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가 좀 더 적극적으로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기초학력관과 이를 담을 수 있는 교육 과정 및 평가틀에 대한 고민을 집단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기초학력의 함정은 늘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여럿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적 능력은 다루지 않는다. 지금 기후위기, 세계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기초학력'이라는 개념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니겠냐"라며 학력 개념을 다시 사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는 '에듀테크'와 '학력경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두고도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 앞서 제기한 서울기초학력지원조례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는 ▲'맞춤형학업성취도자율평가’ 매년 확대 ▲올해(2023년)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 ▲2024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와 함께 강원도에서도 강원도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실시하겠다고 하는 현 상황을 짚었다.
문제집, 학원, 에듀테크로 대표되는 사교육 시장은 물을 만났다는 듯이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기초학력진단평가 대비’라는 광고들을 내놓았다. 이런 종류의 시험은 학습지 수요를 부른다. 전국맞춤형학업성취도평가와 학기초 진단평가는 모든 학년에 걸쳐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학생, 학부모들에게는 부담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문제풀이 실력을 전국 아이들과 견주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학력 경쟁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사교육업체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에듀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치르는 중요한 시험들이 있어야 한다.
소위 엘리아이, 밀크티, 천재, 대교, 비상, 재능, 아이스크림 등 교과서 및 학습지 출판사들의 에듀테크 패드 사업은 현재 4지 선다형, 단답형 평가 문항을 인터넷 강의와 연계해, 반복적으로 틀린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시험대비에 최적화되어 있다. 윤석열-이주호 체제는 이것을 '공교육의 혁신'이라고 말하고 '에듀테크'라고 읽는다. 지난 3월 말 영국에서 열린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에듀테크 기업들의 경영진들은 대놓고 전국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 통제권이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이다.
토론에 참가한 허익현 교사는 “에듀테크가 사교육 시장의 배를 불리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교육공학적인 측면에서 특수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이고 이런 영역들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견인해야 한다”라며 교사들이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초학력 지원정책, 더 근본적이고 과감한 지원 필요
토론은 기초학력 지원정책으로 이어 나아갔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예산은 ▲초중등 기초학력책임제 예산 307억 원 ▲초중등 키다리샘 및 맞춤형 학습상담 지원 134억 원 ▲대학생 멘토링 지원 14억 원 ▲아침 책 산책 프로젝트 25억 원 ▲기초학력 집중 지원 및 선도학교 운영 58억 원 등을 편성했다. 여기에 올해 1월,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채움 학기제'를 운영한다며 30억 가량을 더 배정했다. 거의 560억이 넘는 돈이다. 학교별로 보면 약 5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지원되는 셈이다.
토론 참가자들은 이 많은 예산이 보여주기식 실적과 국영수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낭비되고 있고, 심지어 예산을 쓰는 게 일이 될 정도로 학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예산으로 정규 교사를 더 뽑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보았다. 2022년에 수도권 과밀 학급(25명 이상)은 55.9%에 달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기초학력 지도 때문에 수업 연구는 물론이고 학년 협의나 교직원 회의도 잡기가 힘들고 중·고등학교는 원하는 학생들이 없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심리, 정서적인 어려움, 가정 환경, 친구 관계, 사회성 발달, 인지 발달, 지적 발달과 관련된 문제, 뇌 생리학적 어려움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나 윤석열 정부의 기초학력 지원 정책은 문제집 학습량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인숙 교사는 “수학 과목은 문제를 푸는 학습을 늘려 연산과 같은 기초능력은 잡을 수 있지만 문해력은 기계적으로 교과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수업을 짜야 하고 학급이 안정적인 학습이 가능한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위기 학급이 넘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학교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21년 전국학업성취도평가 수학의 기초학습 미달 비율이 중학교(3G) 11.6%, 고등학교(2G) 14.2%로 나타났다. 보수 진영은 이 수치로 교육이 망한 것처럼 말하며 학력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배움이 느린 학습자 비율만 놓고 봐도 전체 학생의 12~14% 정도다. 중 3, 고 2 수학 시험문제를 아무리 쉽게 낸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을 잡아놓고 수학문제를 풀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기초학력 지원을 다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교사들은 의견을 모았다.
토론 참가자들은 기초학력 문제를 다루면서 제기되었던 위기학급에 대해 더 논의해 보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을 해 주어 옳다구나 하고 후속 토론회를 잡았다. 초등위원회를 중심으로 6월 29일 후속 토론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 토론회는 5월 31일(수) 저녁 6시,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유보통합’ 주제로 이어갈 예정이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60916560005874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교육부에 인재 육성 방안을 강도 높게 주문한 지 이틀 만에 기존 정원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 학과의 수도권 대학 정원을 1만 명, 지방 대학 정원을 1만 명으로 각각 늘려 총 2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현재 수준이면 반도체 관련 인력이 향후 10년간 3만 명가량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정원을 적당한 수준이 아닌 2만 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거나 기존 '반도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그동안 감축된 수도권 대학 정원이 8,000명에 달해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정원 확대가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인 정원 확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정원을 1만 명으로 똑같이 맞춤으로써 지역불균형 문제 역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수도권과 지방에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인 숫자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업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주요 반도체 기업과 연구소에선 연간 1,500명의 신규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를 통해 배출되는 신규인력은 600~700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정원 확대는 그동안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증원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시행령상의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대기업 특혜 불가론도 걸림돌이었고, 대학 차원에서도 교수들의 기득권 저항 때문에 학과 간 정원 조정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고,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전폭적인 규제 완화를 지시하면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국민의힘도 이날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기 위한 실질적인 입법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52112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
ⓒ 남소연 |
단순한 걸까, 무능한 걸까.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는 걸까. 작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육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에 일선 교사들조차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현실에 적용해야 할 교사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하기란 애초 난망이다.
시작은 거창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3대 개혁을 국정 방향으로 삼았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과 더불어 교육 개혁의 절박성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 모든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했다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기에 여론은 일말의 기대를 안고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성과는커녕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조차 온데간데없다. 연금 개혁은 아직 손도 못 댔고, 노동 개혁은 노조 탄압이 유일한 목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건폭'으로 시작해 난데없는 '이권 카르텔' 딱지가 나붙으면서,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교육 개혁은 아예 '교육'이 빠진 채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제부처, 산업부처라는 인식을 지니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부터 예견된 바다. 내놓는 정책마다 교육의 본령에 대한 고민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교육 전문가'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납작 엎드려, 대학 입시 문제가 '킬러 문항'만 없애면 해결될 것처럼 호기를 부렸다. 그러더니 '사교육 카르텔'이 원흉이라며 조자룡 헌 칼 쓰듯 여론을 호도했다. 정작 근본적인 원인인 온존한 학벌 구조와 관련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교육과정평가원장 등 실무자들이 희생양이 됐다. 온 사회를 벌집 쑤신 듯 혼란을 부추겨 놓고도 교육부는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애면글면할 뿐, 늘 그래왔듯 '교육'은 관심 밖이다.
'사교육 카르텔'만 척결하면 교육이 바로 설 것처럼 부르대더니, 사교육 과열을 부추겨온 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오랫동안 교육 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의 숙의와 토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였다.
교육적 가치가 충돌하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들이 버젓이 일선 학교로 하달되는 형국이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은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천군만마와도 같은 일부 보수 언론의 맞장구에 그들의 눈먼 칼춤은 당최 멈출 줄을 모른다.
방향타를 잃은 교육 정책은 퇴행적인 '헛발질'로 귀결된다. 이미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안마다 만만한 공격 대상을 찾아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즉자적인 대책을 마구 쏟아내는 식이다. 이 또한 보수 언론의 '자발적인 협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는 교육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교사의 교육 활동 보장을 위한 일련의 방안이다. 해당 교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건,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기성세대의 저열한 인식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각자도생 문화다.
명색이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렇듯 그릇된 문화를 바룰 청사진을 제시하고 여론을 환기해 사회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건 그래서다. 모름지기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이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게 하고,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정'만 부르짖는다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에 허덕이는 참혹한 현실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건네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변죽만 울리는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실효성도 없고 지엽적인 데다 죄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큰 것들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다급함을 넘어, '갈라치기'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속셈이 비친다.
▲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지가 붙어 있다. | |
ⓒ 연합뉴스 |
교권이 실추된 건 학생 인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황당한 논리가 대통령과 장관의 입에서 버젓이 나왔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상보적인 관계로 여기기는커녕 대립적이고 상반된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하는 이유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 교권 침해의 대부분은 학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인데도 애꿎은 학생인권조례에 화살을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이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정작 그들은 조례의 취지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이와 함께 꺼내든 대책이 교권 침해 사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무고성 신고를 한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역량이 부족한 교육부의 한계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학교를 법적 분쟁의 장으로 내몰아 교육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만다.
'교육의 사법화'에 물꼬를 튼 학교폭력은 포화 상태에 이른 변호사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활동 중이고, 웬만한 학교마다 사안 대응을 위한 자문 변호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젠 교권 침해 전문 변호사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스마트폰 압수 고시? 황당한 '법 만능주의'
교육부의 무지와 무능은 지난 11일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는 생활지도 고시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통해서도 또 드러났다. 이는 많은 학교에서 조례 조항에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칙의 제정과 개정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위법이지만, 학생회장 등이 참여해 별도의 규정을 둘 수 있다. 학생 대다수도 일과 중 스마트폰 사용 규제에 찬성한다. 등교 후 수업 시작 전 걷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고, 방과 후에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별도의 고시까지 만들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의무적으로 압수하도록 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느닷없는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교사와 학생 간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 자꾸만 없는 법을 만들어 들이대는 게 맞는 건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단언컨대, '법 만능주의'는 교육과 상극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악마화'하는 것으로도 부족했던지, 스마트폰을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해 압수하면 해결될 거라는 단순한 발상이 놀랍다.
교육부의 무지와 무능은 지역 교육청의 태만을 불러오고, 급기야 일선 학교의 복지부동으로 귀결된다. 모두 상급자의 눈치만 보고 관행적으로 일할 뿐 자발적인 역량을 발휘하려 들지 않는다. 교직 사회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타성에 길들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역 교육청과 학교의 태만과 복지부동을 탓할 것도 못 된다. 교육부가 정작 제 일은 못 하면서 번지수 틀린 엉뚱한 일만 늘어놓은 뒤 강제하려고 한 결과여서다. 작년부터 교사들 사이에 회자되는 뒷담화가 하나 있다. 최근 '잼버리 사태' 때 보여준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는 뜻이다.
"똥은 윗분들(교육부)이 눴는데, 뒤처리는 늘 아랫사람들(교사)의 몫이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122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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