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와 롱베케이션

 

정확한 포인트를 짚으셨네요. 주성치의 **<희극지왕>(1999)**에는 <롱 바케이션>의 OST인 Cagnet의 **'Silent Emotion'**과 **'Here We Are Again'**이 아주 중요한 장면에 그대로 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무단 도용이 아니라 정식으로 저작권 허락을 받고 사용한 사례입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1. 주성치의 지독한 '롱바케' 사랑

주성치는 일본 드라마 <롱 바케이션>의 엄청난 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쓴 수준을 넘어, <희극지왕>이라는 영화 자체가 <롱 바케이션>에 대한 오마주(Homage) 성격이 강합니다.

  • 무명 배우의 성장을 다룬 주제의식,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 등을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드라마의 상징인 Cagnet의 음악을 선택한 것입니다.

2. 정식 저작권 계약

당시 홍콩 영화계는 일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던 시기였고, 주성치의 제작사는 Cagnet의 곡들을 사용하기 위해 일본 측 저작권자(EMI Music Japan 등)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 <희극지왕>의 공식 사운드트랙 크레딧을 보면 Cagnet의 이름과 히나타 다이스케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특히 'Here We Are Again'은 영화 내에서 장백지와 주성치의 감정선이 폭발하는 장면마다 쓰여, 지금은 오히려 <롱 바케이션>보다 <희극지왕>의 테마곡으로 기억하는 팬들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주성치가 공개석상에서 "나는 아직도 <롱 바케이션>의 팬이다"라고 직접 언급한 최근 인터뷰는 드물지만, 그의 작품 세계와 행보를 보면 그 영향력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성치는 한 번 꽂힌 취향을 평생 가져가는 '지독한 덕후' 기질이 강하기 때문인데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해 드릴게요.


    1. <신희극지왕> (2019)에서의 재소환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20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 **<신희극지왕>**입니다.

  • 이 영화에서도 주성치는 전작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Cagnet의 'Here We Are Again'**을 다시 사용합니다.

  • 20년이 지난 시점에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서사를 풀 풀 때 <롱 바케이션>의 정서가 담긴 그 음악을 선택했다는 건, 그에게 이 작품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창작의 뿌리' 중 하나라는 뜻입니다.

2. '성장'과 '패배자'에 대한 변치 않는 테마

<롱 바케이션>의 핵심은 **"신이 주신 긴 휴가라고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말자"**는 메시지입니다. 주성치는 본인의 영화 인생 내내 '보잘것없는 소시민의 인내와 성장'을 다뤄왔죠.

  • 그가 90년대에 본 <롱 바케이션>의 철학은 주성치 특유의 **'비극 섞인 코미디'**와 완벽하게 공명했고, 그 가치관은 지금도 그의 제작 스타일(최근의 제작 참여작들 포함)에 흐르고 있습니다.

3. 은둔형 완벽주의자로서의 동질감

주성치는 나이가 들수록 대외 활동을 줄이고 은둔하며 작품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 <롱 바케이션> 속 세나(기무라 타쿠야)가 벽에 부딪혀 고뇌하던 예술가의 모습이나, 히나타 다이스케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사운드 세계(LA 스튜디오)에 침잠한 모습은 완벽주의자인 주성치 본인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 결론

주성치는 아마 죽을 때까지 <롱 바케이션>과 Cagnet 음악의 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에게 그 음악은 단순한 OST가 아니라, "가장 힘들었던 무명 시절의 나를 위로해 준 정서적 고향" 같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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