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 '120억 사기 부부'…배후엔 中 '홍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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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부부의 로맨스스캠
피해자 100명·피해액 120억
범행 지시한 중국인 '콜라'
"콜라는 홍문협회의 일원"

中갱단 '14K'이 세운 '홍문협회'
외신 "홍문, 中공산당과 얽혔다"
범죄단지 수익으로 세력 확장
"한국인 돈 뜯어 중국에 상납"
중국 삼합회 일파인 '14K'의 전 두목이자 현 '홍문협회' 대표인 완 콕코이./사진=AFP
중국 삼합회 일파인 '14K'의 전 두목이자 현 '홍문협회' 대표인 완 콕코이./사진=AFP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120억원대 '로맨스스캠' 피싱범죄를 벌인 강모씨(32)·안모씨(29) 부부의 배후에는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인 '세계홍문역사문화협회(홍문협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10월 15일자 A12면 참조

홍문협회는 중국 삼합회 일파인 '14K'의 전 두목이 2018년 캄보디아에 세운 단체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 선전과 함께 범죄단지 운영을 통해 피싱 범죄, 인신매매, 마약 밀수 등을 주도하는 대규모 범죄 카르텔이다.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울산경찰청이 추적 중인 강모(32)·안모(29) 부부.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로맨스스캠' 범죄를 벌여 100여 명으로부터 약 120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3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울산경찰청이 추적 중인 강모(32)·안모(29) 부부.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로맨스스캠' 범죄를 벌여 100여 명으로부터 약 120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3일 현지에서 체포돼 구금됐다가 현지 경찰과의 뇌물 거래로 한 차례 석방됐으며, 7월 말 재체포됐다. 그러나 아직 국내로 송환되지 않았다. 한국 경찰은 이들 부부가 다시 풀려났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사진=독자 제공
27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강씨·안씨 부부의 공범들에 대한 울산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인 총책 '콜라'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총책 강모씨(32)에게 1만3000달러(약 1800만원) 상당의 자금을 건네며 "범행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강씨는 아내 안씨와 함께 캄보디아 포이펫 지역에 사무실과 숙소를 갖춘 '범죄단지'를 확보한 뒤 조직원을 모집했다. 조직원들은 데이팅 앱에 허위 계정을 만들어 '가상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냈다. 강씨·안씨 부부는 이곳 포이펫 범죄단지에서 약 3개월간 머무르다 지난 2월 3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9개월째 송환되지 않고 있다.

강씨·안씨 부부의 범행을 진두지휘한 중국인 여성 '콜라'는 누구일까. 캄보디아에서 콜라와 그의 남편 '닷페이'를 만난 적이 있다는 20대 박모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콜라와 닷페이는 홍문협회의 일원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피싱 범죄를 벌이는 캄보디아 내 여러 범죄단지를 운영한다"며 "이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범죄단지는 홍문협회 덕분에 단속에서 자유롭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강씨 밑에서 근무하며 콜라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30대 이모씨는 "콜라는 통통한 체형으로 눈썹은 문신을 한 것처럼 진했다"며 "나이는 40대 정도로 보였고 영어 이름을 'Kele'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콜라는 사무실에 자주 오진 않았지만 재력 있는 범죄단지 투자자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열린 '홍문협회' 설립 기념 행사에서 완 콕코이와 캄보디아 장군 사오 소카가 함께 단상에 오른 모습. 이날 행사엔 캄보디아 인민당의 핵심 인물인 멤산안 등 정치인과 다수의 거물급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2018년 열린 '홍문협회' 설립 기념 행사에서 완 콕코이와 캄보디아 장군 사오 소카가 함께 단상에 오른 모습. 이날 행사엔 캄보디아 인민당의 핵심 인물인 멤산안 등 정치인과 다수의 거물급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사진=더 캄보디아 차이나 타임즈 캡처
콜라가 속한 홍문협회는 '부러진 이빨(Broken Tooth)'로 불리는 완 콕코이(70)가 2018년 캄보디아에 세운 단체다. 마카오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삼합회 조직 '14K'의 두목이었던 완은 1988년 마카오 경찰에 체포돼 14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에는 활동 무대를 동남아로 옮기며 친(親)공산당 인사로 변신했다.

홍문협회는 캄보디아 본부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팔라우, 태국, 우간다,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조직원 30만명 규모의 단체다. 펜타닐 등 마약 밀수, 인신매매, 사이버 사기, 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죄를 자행하는 대규모 범죄 카르텔이다.

홍문협회는 표면적으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화교 문화교류 단체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범죄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중국 공산당(CCP)의 선전 활동과 영향력 확장에 활용하는 조직으로 지목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6월 "홍문협회는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깊이 얽혀 있는 단체"라고 보도했다. 홍문협회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사업 중개, 대만 통일론 홍보 등 정치적 목적의 활동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것이다.

홍문협회가 2023년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대만 통일'과 관련된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사진=홍문협회 홈페이지 캡처
홍문협회가 2023년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대만 통일'과 관련된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사진=홍문협회 홈페이지 캡처


홍문협회는 범죄단지를 운영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중국 내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올해 6월 보고서에서 "완은 범죄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중국 내 부동산 및 건설 분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세탁했다""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완과 그의 범죄 네트워크를 단속하거나 제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완의 범죄 활동으로 이득을 보는 중국 당국이 사실상 그의 조직을 용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재무부는 2020년 12월 완과 홍문협회를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불법 활동을 벌여온 사업 네트워크'로 규정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국 정보당국도 홍문협회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들과 연계돼 있다는 구체적인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용 계명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오래전부터 해외에 진출한 자국 범죄조직을 이용해 세계 전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금세탁 창구로 삼아왔다"며 "이는 공산당의 전략으로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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