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 프라하의 묘지: 성전기사단,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유태인 세계지배 음모론의 기묘한 결합
이 내용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 도입부의 내용이며
주인공인 어린 시모니니가 그의 할아버지와 성전기사단(템플기사단)에 대해 이야길 나누는 장면이다. (파란색 글은 나의 주석. 성전기사단에 대한 스스로의 정리이기도 함) 성전기사단은 유럽역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 이들이 프랑스 혁명을 주도하며 절대왕정주의를 격파하고 결국 지금의 시민시대를 열었으며 정치사회, 문화, 언론, 금융, 군사, 산업, 철학 등 전 세계를 움직이는 숨은 실세라는 음모론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전략-
“그런데 할아버님, 성전기사단(십자군 원정때 순례자들의 보호를 위해 결성된 기사 집단. 이스라엘에서 순례자 경호업무를 맡으며 200년간 고리대금업, 토지등 막대한 부를 쌓았고, 십자군 원정이 끝난 후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 강제 해체되며, 기사단의 마지막 총장 자크 드 몰레 등이 고문 끝에 화형당함. 당시 기사단의 부와 세력이 너무 커 프랑스 왕, 교황이 자신들에게 해가 될 거 같아서 강제 해체 시킨게 아닌가 싶음.)이 무슨 이유로 그 일(프랑스 혁명)에 관여한 것인가요?”
“얘야, 성전기사단은 매우 강력한 기사단이었는데, 프랑스 임금(필리프 4세, 성전기사단에 신성모독, 동성애 등 갖가지 죄목을 붙여 강제 해체시킴)이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그들을 파멸시키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를 화형대로 보냈느니라. 한데 생존자들이 프랑스 임금(프랑스 왕조)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비밀기사단을 결성한게야. 아닌게 아니라, 혁명(프랑스 혁명, 1789년)이 일어나고 기요틴의 칼날에 루이(루이 16세) 임금의 목이 잘렸을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내가 단두대에 올라가서 그 가엾은 임금의 머리를 들어올리며 <자크 드 몰레여, 그대의 원수를 갚았도다!> 하고 소리쳤다는구나. 그 몰레가 누구인고 하니, 바로 임금의 명령에 따라 파리 센 강의 시테섬 끄트머리에서 화형당한 성전기사단의 우두머리였느니라.”
“한데 그 몰레가 화형당한 것이 언제 적 일인가요?”
“1314년이지.”
“제가 셈을 좀 해보겠습니다, 할아버님. 프랑스 혁명보다 거의 5백년 앞서 일어난 일이로군요. 그 5백년 동안 성전기사단의 기사들은 어떻게 숨어 지냈을까요?”
“그들은 옛날에 대성당들을 지었던 석공들의 동업조합에 침투해 들어갔고, 그 동업 조합에서 영국의 자유석공회(프리메이슨?!)가 생겨났느니라. 그 단체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그 조합원들이 스스로를 프리메이슨, 즉 자유로운 석공이라 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석공들이 왜 혁명을 하겠다고 나섰을까요?”
“바뤼엘 신부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원래의 성전기사단 기사들과 자유석공들은 <바이에른 광명회>(계몽주의가 대두되던 1776년 프로이센에서 조직된 비밀 결사 조직으로, 신 중심의 중세 질서에 반대하고 가톨릭 체제의 불평등에 저항했다. 이후 정부와 교황의 탄압으로 해산됐으나 현대에 와서 세계 정치와 경제 등을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에 등장한다. :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니 읽어보라.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는 비밀 결사에 장악되어 타락해 버렸단다. 그 비밀결사는 바이스하우프트라는 자가 창설한 가공할 사이비 종교 집단인데, 각 회원은 제 직속상관만 알 뿐, 더 높은 곳에 있는 우두머리들이나 그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더라. 이 집단의 목적은 옥좌와 제단을 파괴하고 나아가서는 법률과 도덕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었느니라. 재산에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이 없고 여자까지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 게야.(하지만 이런 바이에른 광명회 조차도 1785년 교황에 의해 이단으로 지목받아 공식 해산됨) 바이에른 일루미나티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자들 중에는 일체의 신앙을 부정하고 그 파렴치한 <백과전서>(과학, 기술, 이성에 바탕을 둔 당시 유럽 지식인들이 참여해 만든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간행물)를 만들어 낸 자들도 있어. 그러다가 마침내 비밀리에 한데 모여 왕들을 몰락시킬 계략을 짜고 자코뱅 클럽(자코뱅당)을 만들었어. 바로 자크 드 몰레의 이름을 딴 클럽이지. 그자들이 음모를 꾸며서 프랑스 혁명이 발발한 게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속 시모니니의 할아버지 입을 빌려 “성전기사단, 프리메이슨, 바이에른 광명회 등은 밀가루 반죽에 불과하며,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하려면 효모가 필수인데, 그 효모의 역할을 한 것이 유대인들이라고 한다. 즉 성전기사단, 프리메이슨, 광명회 단체 등에 막대한 황금과 돈을 지원한 것은 유대인들 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을 타이핑으로 옮기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함. 이것이 도입부의 내용이다. 소설 중후반으로 갈 수록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끝-
ps.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장미의 이름(중세유럽을 다룸)>이다. 내 입장에선 에코선생의 소설중 가장 이해하기 쉬웠다. 에코선생의 소설을 읽으려면 항상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켜두어야 한다. 검색으로 역사를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유명한 <푸코의 진자(1980년대 유럽을 다룸)> 역시 프리메이슨 음모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프라하의 묘지(절대왕정~근대를 다룸)>는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적나라하게 각종 단체가 대놓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역사적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에코선생의 소설은 다시 읽을때 내용이 새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출처] 움베르토 에코 [프라하의 묘지] 성전기사단 부분|작성자 가네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