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르지 루카치의 문제적 인간
문제적 개인 Problematic Individual 问题个人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하게 비춰주던 시대는 또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것이 다. 세계는 무한하고 광대하지만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다. 왜냐하면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헝가리의 철학자 루카치(G. Lukács, 1885 - 1971)가 쓴 [소설의 이론](1916) 첫부분이다.
별빛이 그 길을 환하게 비춰주지 않는 시대에 분노하면서 그 별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 헝가리의 철학자 루카치는 그런 인물을 문제적 개인으로 명명했다. 이 문제적 개인은 자본주의 시대의 물신화를 비판하고 진정한 가치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를 타락한 사회 속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문제적 인물이라고 부른다. 루카치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타락한 것이고 타락했기 때문에 총체성을 상실한 것이며, 총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불행하다. 타락한 부르주아 시대의 서사시인 근대소설이 신화, 서사시(epic), 로망스(romance)와 다른 것은 자아와 세계의 근본적인 불화 때문이다. 그 불화 때문에 창공의 별도 잃어버렸고, 지도의 갈 길도 보이지 않으며, 행복하지도 않은 불행한 시대인 것이다.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루카치는 인간의 타락에 대해서 특이한 해석을 한 바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인간의 영혼마저 자본에 저당잡혀 있으며, 신을 포함한 진정한 가치를 부정하는 한편 자아와 세계는 극심한 불화(不和)와 갈등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이런 사상은 헤겔과 마르크스가 말한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 사관과 변증법적 이해를 토대로 한다. 여러 차례 수정주의자로 비판을 받고 자기반성을 하면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토대로 독특한 미학을 완성했다. 그의 문예이론은 반영론(反映論)과 리얼리즘 그리고 유물변증법적 세계관 등에 잘 드러나는데 총체성이 그 핵심이다. 루카치의 총체성은 창공의 별빛과 인간의 내면이 어긋남이 없는 사회, 즉 세계와 개인이 불화하지 않던 황금시대인 그리스와 같은 시대다.
루카치가 말하는 문제적 개인은 총체성(totality)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면서 역사적 전망을 개척해 나가는 전형적 인물이다. 또한 문제적 개인은 자아와 세계의 불화가 자본주의 물신화에 있다고 보고 인류의 유년기인 그리스시대와 같은 총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유시민인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의 사회주의를 거쳐,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국가도 없는 사회주의적 전망을 실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문제적 개인은 총체성(總體性)을 지향하며 역사를 유물변증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때 헤겔이 말한 것과 같이 인류는 보편의 역사를 걸어가야 하므로 예술가는 사회의 본질과 역사의 계기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은 자본주의에 감추어진 모순과 그 모순을 극복하려는 동적인 힘을 리얼리즘으로 담아내야 한다. 소설일 경우, 사회의 모순을 자각한 문제적 인물을 통하여 역사적 전망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소설가는 역사의 내적 법칙과 발전의 향방을 포착해야 하는데 그것은 문제적 개인을 매개로 하여 주관과 객관을 통일하는 창작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제적 개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회복하는 모험 가득한 이야기이다. 또한 소설은 자아가 세계의 불화 속에서 자기 고향과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 즉, 자기 정체성을 향한 내적 형식이다. 그러므로 소설은 창공에 별이 떠 있었던 그 고향을 찾아가는 문제적 개인의 고독하면서도 외로운 여로(旅路)인 것이다.
(충북대교수 김승환) - 끝 -
목요학습 220 Thursday Study 星期四学习 2012년 1월 19일(목)
*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정확하게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참고문헌 Georg Bernhard Lukács, Die Theorie des Romans, 1916.
*참조 <반영론>, <계급의식>, <발자크의 배신>, <유물론>,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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