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 소소한 사건들 中

 
1979년 9월 17일
어제, 일요일, 올리비에 G가 점심을 먹으러 왔다. 나는 마음을 다해 그를 기다리고 맞아들였는데, 이런 지극정성은 보통 내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점심 먹을 때부터, 그의 수줍음 혹은 거리 두는 태도에 난 두려워졌다. 우리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은 이제 전혀 없고,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그에게, 내가 낮잠 자는 동안 침대 위 내 옆으로 와서 있어 달라고 했다. 197p

나는 O를 위해, O의 부탁으로피아노를 조금 쳤고, 그때부터 내가 그를 이미 단념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두 눈이 매우 아름답고, 순한 그 얼굴은 긴 머리 때문에 더 부드러워 보인다. 섬세한, 그러나 가 닿을 수 없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 부드러우면서도 먼 거리에 있는 존재. 피아노를 치고 나서 나는 일할 것이 있다고 하며 그를 보내버렸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 이 친구뿐만 아니라 그 무엇?젊은이의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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