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O, 나도 이제 꼰대가 되어버렸나? by 장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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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떄 GTO(번역명 반항하지마!)라는 만화를 봣는데 아주 충격적인 만화였다. 일단 19세 만화 답게 매우 선정적인 점이 놀라웠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주인공 오니츠카라는 놈의 캐릭터성이엇다. 오니츠카는 상남 2인조라는 만화에서는 깡패 폭주족 중딩으로 나왔는데 gto라는 만화에선 이 놈이 성인이 돼서 학교 선생님으로 지내면서 자기 반 애들을 갱생시키는 내용이다

오니츠카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솔직함과 과격함이다. 요즘이야 이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깡패 같은 선생님 캐릭터가 흔하디 흔하지만 이 만화가 나왓던 시절에 오니츠카는 단언컨데 독보적인 캐릭터엿다. 선생님인데 비주얼부터가 염색에 피어싱에 항상 상의 탈의상태. 선생이라 할 수 있는 외형이 아니다. 게다가 건들건들 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말투는 과격 천박, 선생으로서의 기본 상식과 지식도 전무한 놈이다

이런 동네 깡패 같은 놈이 아니 실제로 동네깡패였던 오니츠카는 명문 학교의 선생님이 되어서 그 학교에서 가장 문제아가 많다는 반을 지도하는데 그 반의 학생들은 겉으로는 모두 멀쩡해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매우 삐뚤어져 있엇으며 어른들을 증오하고 학폭을 일삼는 놈들이엇다

학생들을 그저 억압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속물 덩어리 어른들과는 다르게 오니츠카는 과격하지만 진솔하게 학생들이 가진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결국 모든 학생들이 오니츠카에게 마음을 여는 것으로 이 만화는 마무리 된다

만화 초반에 부모가 각방을 쓰고 그 떄문에 가족이 더 이상 화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삐뚤어진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오니츠카는 그 학생의 집으로 망치를 들고 쳐들어가서 부모 방 벽을 부숴버리는데 이러한 오니츠카만의 말이 안되지만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솔루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스시스를 느끼게 한다

내가 이 만화를 봤던 시절에는 내심 속으로 오니츠카 같은 선생님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먼가 학생 입장에서 학생을 위해주는 그런 참 다운 선생님? 그런데 지금 와서 이 만화를 다시 보니 도저히 불편한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어허 내가 나이를 먹더니 꼰대가 된 건가?

아니 그냥 세상이 바뀌었고 이 만화가 지금 정서에는 맞지 않는 만화인 거 같다. gto가 연재하던 당시에는 비행청소년 이라는, 지금은 쓰지도 않는, 그런 말들이 흔히 쓰이던 시절이었고 실제로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서로 주먹질을 해대고 오토바이를 훔쳐서 타고 다니고 길거리에서 자기보다 약한 애들 돈을 뺴앗고 선생님에게 '반항' 을 하던 것이 사회문제가 됐었던 시기다

gto가 당시 흥햇던 이유는 당시 시대 상을 잘 반영했기 떄문일 것이다. 오니츠카는 원래 불량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자기를 문제아로 낙인 찍는 어른들을 싫어했고 그렇기 떄문에 자신이 선생 입장에서 불량 청소년을 대할 떄 보통의 어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햇다. 그게 비현실적인 방법이지만 독자들 입장에서 뭔가 공감이 됐기 떄문에 학원물의 정석이 됐겠지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엇다. 이제 더 이상 비행청소년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학생과 선생의 관계도 바뀌었다. 예전엔 학생의 인간적인 부분까지도 지도했던 선생님과 다르게 요즘 학생과 선생님은 그냥 교과공부만 가르치고 그 이성 서로 터치하지 않고 자기 갈 길 가는, 스승과 제자라기보단 그냥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다시 본 gto는 너무 불편햇다. 일단 이 새끼 왤케 남 일에 관심이 많지? 하는 생각부터 그랬다. 그렇다. 예전에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문제를 어떻게든 실토하게 해서 들은 다음에 사이다 해결책을 제시해줬던 오니츠카가 지금 와서 보면 그냥 존나 쓸 데 없이 남 일에 참견질 해대는 오지랖충으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여학생의 가슴이나 보며 음흉한 표정 짓는 일이 일상이니 그냥 미투 당해서 죽었어도 진작에 죽었을 놈이다. 그리고 뭔가 전반적으로 만화에서 나오는 애들한테 '속물인 어른들이 싫어요!' 느낌의 쿠세가 강하게 느껴져서 정서적 공감이 안 간다. 요즘은 워낙 애들이고 어른이고 돈돈 거려대서 그런가 '돈만 많으면 뭐해!! 마음이 없는데!!' 류의 대사가 뭔가 존나 오글거리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요즘 뭐 누가 그런 걸 하냐. 예전엔 엄마 아빠보고 어른들을 몰라요! 돈 쳐발라서 이거저거 사주면 그만인 줄 알아요?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요!! 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엄마 아빠보고 돈 못 버는 무능한 엄빠를 둬서 내게 비싼 장난감도 못 받고 노스페이스도 못 받고 집도 작고 맛잇는 것도 못 먹어서 족같다!! 하는 시대니 아무래도 내가 gto에 나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새끼들 왜 이러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거 같다

찾아보니 이 만화가 처음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게 1999년이네?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오래 전 만화잖아? 아마 만화책이 연재되던 것은 더욱 더 옛날이엇을 테니까 지금이랑 비교해서 정서가 너무 다른 것도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가?

글을 쓰면서 문득 생각 난 건데 내가 존내 어렸을 떄 뭐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어쩌구 저쩌구' 이런 노래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떄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았던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단 말인가? 어쨰선가 저 시절에는 뭔가 어른들은 다 속물새끼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나 인간성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근데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뭐 어린 시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어른들을 너무 매도하는 게 아니었니ㅏ 싶기도 하다. 머 어떻게 보면 소통의 문제엿겟지. 서로 뭔가 대화가 통해야 하는데 애들이라서 아는 게 잘 없다보니 어른 입장에서 설명을 해도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잇엇을 거고 말이다

어쩃거나 내가 오니츠카 센세를 보고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gto에 나오는 애들이 어른들을 안 믿고 어쩌고 하는게 존나 병신 같이 느껴지고 하는 걸 보니까 나도 존나 사회의 구정물에 오염 된, 오니츠카가 극혐하는 꼰대 새끼가 되어버렸나보다. 진짜 뭔가 세상이 변하고 나도 변했다는 것이 확 와닿으니까 무서우면서도 섭섭하면서도 기분이 좀 그렇다

아 맞아 생각해보니 우리 아직도 586 꼰대다, 서윗 영포티 이러면서 어른들을 까고 있었네. 시바 난 내가 변햇는 줄 알앗는데 다시 또 생각해보니까 변한 게 하나도 없엇구만. 그냥 평생 어른들 까면서 즐겁게 놀자.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쩃거나 시발 어른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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