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만든 테크 거물 피터 틸…韓반도체와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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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 피터 틸과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투자 논의차 만났다. 사진 한미반도체

피터 틸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2기’를 현실로 만든 테크 거물로 꼽힌다. 틸은 J.D 밴스 상원의원의 멘토이자, 그를 부통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추천한 당사자기도 하다. 이런 그가 한국 반도체 업계와 10년 이상 맺어온 인연이 눈길을 끈다.

트럼프 조언자 피터 틸, 10년 전 한미반도체 투자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연쇄 창업자의 요람이 된 ‘페이팔 마피아’의 창시자다. 온라인 간편결제 스타트업 페이팔이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되자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는 물론 맥스 레브친, 리드 호프먼, 스티브 첸 등이 거액을 손에 쥐었고, 이들은 다시 테슬라·링크드인·유튜브 등을 창업해 다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페이스북·링크드인·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틸은 여타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달리 반도체 기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3년에는 한미반도체 곽동신 부회장을 직접 만났고 그해 370억원, 이후 2016년 375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2013년 단행한 투자의 수익률이 좋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 그가 출자한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매니징파트너 이기두)는 이후 반도체 장비회사 HPSP와 서진시스템 등 한국의 B2B(기업간 거래) 기술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알토의 페이팔 본사에서 당시 피터 틸 페이팔 CEO와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포즈를 취했다. AP=연합뉴스

국방 AI 기업 창업, 미국 첨단 제조도 후원
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활약으로 유명해진 국방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외신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AI 솔루션을 적용했더니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살상용 드론의 적중률이 50%에서 80%까지 올라갔다는 것. 틸은 미국의 또 다른 국방 테크 기업 안두릴에도 초기 투자했다.

그는 구글 CEO 출신인 에릭 슈밋과 함께 지난 2022년 ‘아메리카 프런티어 펀드’를 결성해 미국의 첨단 제조업 혁신 기업에 투자해 왔다. 에릭 슈미트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제조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과시키기 전부터 ‘미국 내 칩 제조’의 필요성을 막후에서 주장해 왔다.

틸은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에치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운데, 틸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바이든 규제에 실밸 ‘일편청(靑)심’ 흔들 
피터 틸, 일론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에서 희귀한 공화당 지지자다. 그러나 미국 테크 업계의 ‘일편청(靑)심 민주당 지지’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후보 유세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뒤에서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디인포메이션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임명에서부터 실리콘밸리의 마음을 잃기 시작했다. 칸은 예일대 로스쿨 3학년 때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논문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바이든 대통령은 31세의 컬럼비아대 부교수인 칸을 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임기 내내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같은 테크 기업의 M&A 시도에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패소했다. 선거 직전에는 리드 호프만 등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큰 손 후원자들이 “당선되면 칸 위원장을 교체하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바이든의 규제 공세로부터 미국을 해방시키겠다”, “선출되지 않은 워싱턴 인사가 공화국의 제 4부 역할을 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라며 당선되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 집행 활동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0799

 

 

 

 

트럼프·머스크 전면나서 가속페달
틸·트럼프 아들은 ‘배후 영향력’확대

‘불법이민자 추방’밴스 부통령 등판
10년 걸쳐 1300만명 축출 추진 예고

법정화폐 불신, 비트코인 등에 무게
화성탐사·자율주행도 급물살 탈듯

피터 틸 팔란티어와 페이팔 창업자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79년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대선 후보한테 홀딱 반해버렸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민주당 지미 카터는 워낙 인기가 없어서 당내에서조차 후보 교체론이 거셀 정도였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은 피터 틸의 눈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물로 비춰졌다. 지미 카터는 인권주의를 강조했다. 정작 유권자들한테 먹혀들지 않았다. 지미 카터의 인권주의는 동맹국인 한국한테도 압박이었다. 한미 동맹은 지미 카터 시절 위태로워졌고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터 틸은 지미 카터의 무능함에 진저리를 쳤다.

로널드 레이건을 40대 미국 대통령으로 뽑았던 1980년 11월 4일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를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뽑은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과 놀랄만큼 닮아 있다. 2024년의 현직 대통령인 민주당 조 바이든도 지미 카터만큼 인기가 없어서 일찍부터 후보 교체론이 거셌다. 조 바이든 역시 지미 카터처럼 인권과 가치 연대를 강조했지만 PC주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등을 돌려버렸다.

지미 카터 시절처럼 조 바이든 역시 인플레이션 때문에 표심을 잃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지미 카터에게 도전했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끝까지 지미 카터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분열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2024년 대선에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결국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전통 민주당 표를 분열시켰다.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의 대선 TV 토론은 1980년 10월 28일 열렸다. 여기서 로널드 레이건은 영화 배우 출신다운 여유로운 방송 매너로 대통령인데도 촌스러워보이는 지미 카터를 압도해 버렸다.

24년이 지난 뒤 2024년 6월 27일 열린 TV 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노쇠한 조 바이든을 카메라 앞에서 KO시켜버렸고 결국 조 바이든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이렇게 2024년 미국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과 1980년 미국 대선의 로널드 레이건 당선은 놀랄만큼 닮은 꼴이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7월 13일 오후 6시 13분에 암살당할 뻔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취임 2개월 뒤인 1980년 3월 30일 오후 2시 27분 경 암살 당할 뻔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피격 직후에 “파이트! 파이트!”라고 외쳤다. 로널드 레이건은 암살 직후 수술하기 직전에 집도의에게 “공화당원이냐?”고 농담을 했다. 이 정도면 평행 이론이나 다름 없을 정도다.

 

레이건의 ‘미국을 위대하게’로 회귀

그런데 로널드 레이건이 얘기했던 미국을 위대하게의 지향점은 미래였다.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가 얘기하는 미국을 위대하게의 지향점은 미래가 아니다. 과거다. 바로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군사 경제적으로 라이벌 소련을 압도하면서 결국 냉전 시대를 종식시켰던 1980년대의 미국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예측하려면 로널드 레이건의 1980년대를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시 정책의 2020년대식 업데이트가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집권 1년차와 2년차는 미국 경제가 거꾸러지면서 정권도 위기에 몰렸다. 로널드 레이건 취임 첫해인 1981년 실업률은 전년도 7.4%에서 8.1%로 높아졌다. 로널드 레이건의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지미 카터한테 물려 받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었지만 적어도 집권 2년차까지는 수습을 못했던 셈이다. 정작 로널드 레이건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진 않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연준의장의 고금리 정책을 지지해 줬다. 대신 1981년 12월 16일 경제정책에서 잔뼈가 굵은 앨런 그린스펀을 연방정부 사회보장제도 개혁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에도 복지수급자를 85만명 줄였다. 이젠 연방정부 차원에서 복지정책을 개편해서 새는 돈을 줄이고 정부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로널드 레이건의 정책 방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24년 11월 1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미국 정부의 효율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말하자면 로널드 레이건의 앨런 그린스펀이 도널드 트럼프의 일론 머스크인 것이다. 역할은 교집합이 많다. 일론 머스크는 연방정부에 기업가 정신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앨런 그린스펀은 연방정부에 금융의 효율성을 도입했었다.

앨런 그린스펀을 앞세운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 개조 정책은 1983년 집권 3년차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3.3%를 달성했고 실업률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1983년은 조커의 시대가 끝나는 첫해였던 것이다. 당연히 도널드 트럼프 역시 일론 머스크를 앞세워서 집권 2년 차 초반에 1983년과 같은 대전환을 이루려고 한다.

 

트럼프2기 장악한 신주류

그런데 이런 시대 기획의 중심에는 피터 틸이 있다. 피터 틸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서 목격했다. 스탠포드 철학과 시절인 1987년 6월엔 보수성향의 학생신문인 스탠포드 리뷰를 창간했다. 스탠포드 리뷰는 페이팔 마피아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창업자 카르텔의 산실이다.

스탠포드 리뷰 편집부는 거의 모두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공동창업자로 합류했고 다시 민간 첩보 기업 팔란티어 창업자로 재합류했다. 물론 이들 중엔 화제의 중심인 일론 머스크도 있다.

피터 틸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첫 대선 출정에 125만달러를 투자했다. 피터 틸은 트럼프 정권의 인수팀에도 참여했고 기술 정책 고문도 맡았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좌초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혼란스러움과 그에 맞선 보수적인 공화당 주류들의 충돌 때문이었다.

이른바 어른의 축이라고 불렸던 전통 공화당 주류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앞세운 피터 틸과 같은 신주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의 혼돈과 분노와 공포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2기에선 다르다. 언론의 축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새로운 보수의 신주류가 제대로 정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2인 2조가 핵심이다. 전면에 나선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다. 반면 뒤에서 움직이는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피터 틸이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피터 틸은 J.D. 밴스를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으로 추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바꿔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후계자까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으로 수세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가 역전이 가능했던 건 J.D. 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하고 일론 머스크가 선거의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이 모든 건 신주류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피터 틸의 합작품이다. 한마디로 J.D. 밴스로 상징되는 미국 중부 보수 백인층의 지지를 얻고, 일론 머스크로 상징되는 새로운 빅테크 주류들의 지지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뿌리는 다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시대와 스탠포드 리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널드 레이건이 이뤘던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려는 스탠포드 리뷰 출신의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시대 기획이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구조인 것이다. 이 시대 기획은 완전한 승리로 이어졌다. 2024년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는 득표율에서도 51.2%를 기록했다. 6850만4448표를 얻었다. 카멀라 해리스의 득표율 47.2%와 득표수 6348만8382표를 3.8% 포인트나 앞섰다.

 

박빙 아닌 완전한 승리

결과적으로 종이 한 장 차이 초박빙이 아니었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선 득표율에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한테 졌고 선거인단 수에서만 이겼었다. 이번엔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의 완전한 승리였다.

이렇게 짜인 판에서 추진될 트럼프 2기의 핵심 정책들은 상징적 인물을 통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J.D. 밴스는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의 상징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부통령에게 특정 정책 과제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국경 정책을 맡겼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개되진 않았다.

J.D. 밴스는 강력한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불법 이민자 이슈였다. 당시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잽 부시와 마크 루비오를 몰락시킨 것도 이민자 이슈로 발목을 잡아서였다.

그런데 불법 이민자라는 정의는 매우 교묘한 측면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아이티 이민자들이 고양이를 잡아 먹는다”는 막말을 했었지만 이건 본질을 호도하는 자극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미국 백인 노동자층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거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연간 100만명 이상을 추방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이냐 아니냐는 단순히 국경을 몰래 넘어온 멕시코 이민자들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취업 비자 심사 대상자들 모두가 대상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 노동 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취업 비자 거부율은 2018년도 기준으로 24%에 달했다. 트럼프 1기 때는 직장을 급습해서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는 일들도 빈번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걸 위해서 “군대부터 외교관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 시장의 구조 재편과 임금 재편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이다.

게다가 불법 이민자로만 추방 대상을 한정해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현재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는 1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동안 이들을 미국 밖으로 내쫓는 비용은 1조 달러에 달한다. 이건 다시 미국의 농업과 공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2021년 기준으로 170만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들이 농업이나 임업 그리고 식료품 유통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와 J.D. 밴스는 이들 일자리를 전통적인 백인 노동자층에게 돌려주려고 하지만 결과적으론 노동 공백이 발생하거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불법 이민자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백인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려는 정책이 결국 농업과 유통업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걸쳐서 인구와 자산의 릴로케이션(재배치)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정치와 산업 지역 구조를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미국을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이건 J.D. 밴스의 2028년 대선 출마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의 지역 구도를 개편하면서 전통적인 스윙 스테이트들을 완전한 공화당 지역으로 흡수하고 장기 집권의 틀을 짜는 것이다. 여기에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페이팔 마피아의 또 다른 구조 개혁 목표는 연준이다. 연준은 미국 달러라는 법정 화폐의 수호자다. 문제는 2022년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하면서 법정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반면 페이팔은 본질적으로 법정 화폐를 거치지 않은 결제 구조를 추구했던 기업이었다. 이 흐름은 트럼프 시대에 폭등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으로 상징된다.

 

제롬 파월 행보 관심

일론 머스크의 도지코인처럼 밈 코인이 화제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는 달러 이외에 암호화폐에서도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갖게 만들려고 한다. 이건 미국 안에선 월스트리트에 쏠려 있는 달러 자산의 재구성을 뜻한다.

피터 틸은 하버드 MBA를 경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의 FOMO(소외공포증)를 비웃는다. 경쟁에 빠져서 본질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자타공인 앙숙 관계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임을 막고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앉힌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였다. 정작 제롬 파월은 도널드 트럼프 임기 내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그 바람에 도널드 트럼프와 제롬 파월은 내내 냉전 상태였다.

심지어 제롬 파월은 도널드 트럼프의 정적들인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한테 유리한 금리 인하 카드를 2024년 9월에 꺼내들었다. 그것도 50bp 인하라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사실상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도와주는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 2024년 11월 7일 열린 FOMC에서 미국 기자들은 아예 대놓고 제롬 파월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사임을 요청하면 사임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제롬 파월의 대답은 한마디였다. “노.”

도널드 트럼프 경제 정책의 키맨은 역시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개인 자금 2000만 달러를 트럼프 선거에 쏟아부었고 선거 막판엔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 상승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닷지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정부 개혁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론 머스크가 비즈니스적으로 트럼프 2기에 밀어붙일 분야 2가지는 화성 탐사와 자율 주행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정부 B2G 우주 운송 사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달 탐사에 이어 화성 탐사라는 거대한 계획을 입안할 경우 스페이스X의 매출 규모는 급성장하게 된다.

자율 주행은 각종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기술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힘을 빌어서 자율 주행에 적합한 도로 교통 규제를 입법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엑스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확대할 공산이 크고 인공지능 개발 속도 역시 매우 빨라질 공산이 크다.

피터 틸, 일론 머스크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기획자들은 스스로를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페이팔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 탈중앙정부 화폐를 꿈꾸며 페이팔을 만들었고, 탈중앙정보부를 꿈꾸며 팔란티어를 만들었고, 탈나사를 꿈꾸며 스페이스X를 만들었던 그들은, 마침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했다. 이제 약속의 땅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PC주의 :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 또는 정책을 지양하려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줄여서 PC주의라고 말한다. 

 

신기주 온라인 인물 도서관 ‘라이프러리’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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