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vs. 한국드라마 (2005년 시점) [출처] 일본드라마 vs. 한국드라마|작성자 과학적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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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vs. 한국드라마

 

한국드라마만 보면 한국드라마와 같은 것만이 전부인 것 같고, 뭔가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봐야 비로소 한국드라마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가 한국을 벗어나 외국여행을 하려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즉, 외국을 동경해서 외국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익숙해져서 보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재발견하기 위해서 외국여행을 하기도 한다.

 

일본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주로 한국드라마와 대비해서 적어 본다.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지 모든 한국/일본드라마가 그러하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개인적 소감으로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다.

 

1. 일본드라마의 주인공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처음 일본드라마를 봤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점이다. 한국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승용차 그것도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대다수 일본인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므로, 드라마 속 주인공이 그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일본드라마 주인공들은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집에 산다. 반면 한국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초호화 아파트나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산다.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넓고 좋은 집을 어찌 그리 쉽게 구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일본드라마를 보면서 나와 교통수단/주택환경이 비슷한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일본드라마에는 재벌 2세가 거의 안 나온다.

 

한국드라마에선 재벌 2세(혹은 재벌 3세) 그것도 아니면 사장님이나 회장님 아들, 딸이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주인공이 아니면 최소한 삼각관계의 중요한 한 축으로라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본드라마에선 재벌은커녕 중소기업 사장의 자식도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드라마의 배경이 보통 대도시 도쿄이다 보니 평범한 샐러리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드라마를 보면서 재벌 2세가 없어도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일주일에 1편씩 깔끔하게(?) 방영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일주일에 2편씩 방영하는데, 일본은 1편씩 방영한다.(일본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 보통 일주일에 1편씩 방영한다.) 사전제작방식(드라마를 모두 만들고 방송하는 것)이라서 한국처럼 시간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만들지 않는다. 한국처럼 방송에 임박한 날까지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없다. 분기별로 스케줄이 착착 짜여 있어서 한국처럼 시청률 높다고 연장방송하고, 시청률 낮다고 중간에 방송 중단되고, 시청자들이 항의한다고 스토리가 바뀌는 일이 없다.

 

4.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루긴 하지만, 일본드라마는 소재가 매우 다양하다. 소재도 다양하지만 주제도 다양하다. 여기서 말하는 주제가 다양하다 라는 말의 의미는 한국처럼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드라마는 처음에는 파격적인 주제의식을 나타내더라도, 이놈 저놈 눈치 보느라(잘못하면 방송이 중도하차하는 수가 생기므로) 결국 사회 통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여자 선생님과 남자 고등학생 제자의 사랑을 다룬 MBC의 ‘로망스’란 드라마를 보더라도, 처음엔 파격적인 사랑이었지만 드라마에선 제자와 스승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은 잠시 헤어졌다가 남자 주인공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흔히 볼 수 있는 다 큰 성인끼리의 결혼을 한다. 하지만 비슷한 일본드라마인 ‘마녀의 조건’에선 두 사람이 끝까지 개긴다. ‘마녀의 조건’은 비록 비극이지만 남자 제자와 여자 선생인 상태에서 사랑이 이루어진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일본드라마이지만, 최근엔 소재가 고갈됐는지 인기 있었던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고, 또 오래전에 인기 있었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5. 꽤 선정적이다^^;

 

한국보단 드라마가 꽤 선정적이다. 선정적일 뿐만 아니라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다. 요즘은 많이 덜한 것 같은데(그래서 많이 아쉬움...^^;) 여성의 가슴 노출 장면도 나오고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선정적인 면이 강하다. 여성의 가슴 노출은 한국 TV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드라마에선 적당한 선에서 끊고 시청자의 상상에 맞길 만한 장면인데, 일본드라마에선 그냥 화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이 선정적인 것인지 한국이 지나치게 성적으로 보수적인 것인지는 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여기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부연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꽤 선정적이다 란 말은 대부분의 일본드라마가 그렇단 뜻이 아니라, 선정적인 드라마만 그렇단 뜻이다. 주요 방송국의 간판 드라마는 전혀 선정적이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다. 위에 말했듯이 지하철 타고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사랑이야기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일본이다. 단지 선정적인 ‘3류 드라마(?)’를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6. 흡연 장면이 많다.

 

한국은 TV 방송국들이 담배 피우는 장면 안 내보내기로 합의를 봐서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TV 프로그램에서 흡연 장면이 나오질 않는다. 한국드라마에서 술 먹는 모습은 나올지언정 결코 흡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드라마는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분명 술집은 술집인데, 담배 연기 한 점 없는 결코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이상한 술집이 나온다. 국민건강을 생각해서 흡연 장면을 없애버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과연 담배가 술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고 할 수 있을까? 왜 술은 되고 담배는 안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일본드라마에선 흡연 장면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것이 일본인의 높은 흡연율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멋있는 장면 만들려고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자기네 나라 담배(마일드 세븐) 놔두고, 담배를 피워도 꼭 말보로 같은 외제를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

 

7. 광고가 심하다.

 

일본드라마는 방송 중간에 광고가 나오고, 간접광고도 매우 심하다. 한국드라마는 중간광고도 없고, 간접광고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일본드라마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광고를 한다. 한국에선 요즘도 드라마의 간접광고가 뉴스에 오르내린다. 뭐가 어찌되었던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광고를 안 봐도 된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나쁘진 않다.


그런데 간접광고와 관련해서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한국드라마에선 옷이나 음료수 등의 상표가 보이지 않게 한다. MBC ‘논스톱’을 보면 옷 상표에 ‘NONSTOP’이란 글자를 붙여서 상표를 가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자동차의 상표는 잘 보이게 한다. 그렇게 간접광고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동차 상표는 잘 보이도록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8. 근성(根性)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콘죠(根性)라고 하는 일본 특유의 사고방식을 강하게 표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만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분야에서 우뚝 서는 모습을 드라마와 만화에서(장르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드라마/만화에 나오는 나쁜 놈은 정말로 나쁜 놈이 아니라, 주인공을 강하게 단련시키기 위한 존재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9. 적군/아군, 착한 캐릭터/나쁜 캐릭터의 구분이 모호하다.

 

일본드라마는(만화도 마찬가지임) 착한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바뀌는 경향이 많다. 처음엔 나쁜 놈이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착한 놈이 되기도 하고, 또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지금(2005년 2분기) 방송하고 있는 “어택 No.1”이란 드라마에서도 처음엔 주인공을 괴롭히던 캐릭터가 4화쯤에 가선 주인공과 친해져 있고, 처음엔 주인공에 호의적이던 친구가 4화쯤에 가선 주인공을 위기에 몰아넣는 역할로 나오고 있다. “신기동전기 건담 W” 같은 경우는 그 경우가 매우 심하다. 어떻게 된 애니메이션이 10화씩 지나갈 때마다 적과 아군의 구도가 바뀐다. 좀 더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예를 들면, 바로 “드래곤볼”이 있다. 드래곤볼을 잘 보면 적이 아군이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차이점을 대충 정리해 보았다.

 

한국드라마도 다른 나라처럼 일주일에 1편씩 방송하는 체계로 가서 ‘시간 질질 끄는’ 짓 좀 안하고, 드라마의 상황설정을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과 좀 더 가깝게 한다면, 정말 훌륭한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국은 기본적으로 방송 시간을 드라마로 떼우려는 경향이 강하고, 사전제작방식을 채택할만큼 돈이 많지 않고, 또 시청자들도 일주일에 2편씩 방송하는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완성도 낮은 작품은 결국 경쟁에서 밀릴 것이므로, 한국드라마가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가진 어려울 것이다.

간단무식하게 말해서, 한국드라마는 방송횟수를 딱 절반으로 줄이면 정말 훌륭한 명작이 될 것이다.

 


※ 별도의 주제인 것 같아서 거론하지 않았지만, 일본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일본의 대중음악 규모나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그 자체로 아무리 완성도가 높다한들 음악이 받쳐주지 못하면, 단무지 빠진 김밥 꼴이 될 것이다. 요즘은 일본음악 듣는 사람이 많아져서 예전처럼 일본노래를 표절하는 짓은 못하게 되었지만, 표절이 안되니까 판권을 사서 가사만 한국말로 바꾸는 일이 많아졌다. 또한 여전히 립싱크와 음악장르의 편중현상도 심하고. 어쩌다 음악이 한국대중문화의 문제아가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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