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나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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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나의 일본!

프로파일 우주합장  2008. 6.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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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일본관은 여느 한국인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 보다 극일 감정이 강했으면 강했지 모자라진 않았다.

19살이었던가? 20살이었던가?

일본의 대표적 아이콘과도 같은 신칸센 열차가

정면충돌하여 수백명의 사상자가 났을 때,

속으로 흥미로워 하기도 할 정도였으니까.

어릴 때부터 임진왜란과 식민시대를 배우고

유관순 안중근을 배워 왔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러다가 대학 3학년을 앞둔 겨울.

처음으로 일본에 갔다.

달랑 관광 안내서 하나 들고 나홀로 카멜리아 여객선을 탄 것이었다.

그리고 후쿠오카에 내 발바닥이 찍히는 순간부터

내 대일관은 혁명을 맞기 시작했다.

아니 세계를 보는 눈이 차원이동을 시작했다.

내가 많은 나라를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그 나라를 떠날 때 울어 본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을 떠나던 날, 어찌나 아련하고 가슴이 미어지는지,

일본땅에서 발이 떨어지기도 전에 벌써 그리움이 마음을 찢어놓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내 곁에 있었구나...

세상에 이런 나라를 여태 모르고 살았었구나...

세상에 이런 나라를 모르면서 뭘 안다고 개겼었구나...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일본인의 의식과 사고방식에 관한 책을 쌓아 놓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내가 놀란 것은 후지산도 원숭이도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는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여러 책을 탐독했고,

내가 태어나 그토록 미치도록, 황홀하게 공부를 한 게 처음이었다.

당시 얼마나 그 공부를 했냐면.

대학 3학년 시절 '문화인류학'이라는 교양과목이 있었는데

난 한 학기 내내 그 수업에 단 한 번도 들어 가 본 적이 없고

시험을 치룬 적도 없고 심지어 교수 얼굴 한번을 본 적도 없었다.

수강신청만 해 놓고 강의실 구경도 못 해 본 것이다.

왜냐면 하필 그 강의 날짜와 시간에 놀러 갈 일이나

데이트 할 일이 있어 처음 몇 회 빠지게 되니 아예 포기하고

그 과목을 접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다가 학기말이 닥치고,

성적이 F가 나오는 것은 순리이며 자연의 법칙이기도 한 상황에서.

그렇다고 이대로 끝낼 수가 있는가...

여교수라고 하던데 얼굴 구경도 하고 인사도 드리자..

하여 교수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를 한 번 해 봤다.

- F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데 혹시 F만은 면하는

어떤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교수는, 시험은 커녕 출석 한번 안 한 놈이 F를 면하는 방법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선생으로서의 허탈과 분노로 범벅이 된 얼굴로 내게 말했다.

"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읽고

200자 원고지 30장을 독후감 써서 우리 집 주소로 보내라.

쓴 거 봐서 F를 면해 줄 수 있는데 거의 불가능하긴 하다."

그 날.

나는 200자 원고지가 아니라 A4용지 30여장을 워드프로세스로 난타하여

교수댁으로 보냈다.

(A4용지 한 장은 200자 원고지 7~8매 분량이다)

그리고 기말 성적표는?

F를 면한 차원이 아니었다.

B가 아니라 B플러스가 나온 것이다.

교수께서 차마 A를 주고 싶어도 그런 가격파괴는

상거래 질서에 위반된다고 느꼈는지 B+로 마무리를 한 것 같은데.

잘 참은 거다.기특해... 우리 여교수님!

당시 내가 쓴 리포트의 제목은 이러했다.

<일본인은 인류의 애완동물이다>

그리고 결론은,

<일본인은 전 세계인이 아껴 주어야 한다.

이런 종족이 있다는 것은 세상의 특별한 축복이며 인류의 즐거움>

그때 교수가 읽으라던 '국화와 칼'이란 책은

여성 인류학자 루스베네딕트가 미국무성의 의뢰를 받아 <일본인의 의식구조>에 관해 쓴 저서였다.

일본인의 의식구조- 대해서 얘기는 않고

내 무용담 같은 소리를 늘어놔서 쪼끔 죄송하긴 한데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일본인의 의식'은 특별히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항일관이 극명한 사람이든지 혹은 일제시대의 수난사를 가진 사람이라면

나에게 친일 쪽바리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의 저자 김 진명의 베스트셀러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영화화 하자 하여 내게 시나리오 제안이 왔을 때, 그 책을 읽어 본 나는

영화 같은 거 하지 말고 일본 쳐 들어 가 마사코 왕세자비를 납치해서

명성황후의 복수를 하자- 고 주장할 정도로 항일할 부분은 그 부분 대로

확실히 하는 사람이다.

주제가 <일본인의 의식구조>이니 그 얘길 좀 하자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을 포로로 잡은 미군은 황당하고 기가막혔다.

왜?

처음에 포로가 된 일본군은 할복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미군에 적대적이고

절대 굴복을 하지 않았다.

한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할복자살을 시도하며 저항하던 포로들이

오히려 미군에 적극적으로 동조를 하며 오히려 일본 쪽 정보를

폭로하며 미군 편을 드는 게 아닌가.

이 무슨 변괴인고?

당시 미국은 그러한 일본인의 의식구조에 대해서 궁금해 미친다.

루스베네딕트는 당시 미국무성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인류학자로서

그녀의 '국화와 칼'은 일본인의 의식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명사가 되었다.

앞서 얘기한, 할복하던 놈들이 정반대로 동조를 하는 저 극단적인 태토의 원인은 뭔가?

거기에 대해 루스베네딕트가 아닌 우리니라의 김용운 교수는 설명한다.

-한국은 죄의식의 문화이지만 일본은 수치심의 문화이다.

즉, 자살을 하더라도 한국인은 죄책감에 자살하지만

일본인은 창피하고 쪽팔릴 때 자살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할복으로 저항할 때와 180도 변해 동조할 때의 수수께끼를

알 수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인의 최고 매력은 <책임감>이라고 본다.

그들은 뭘 하더라도 <확실히>하고 <분명히>하고 <책임>을 진다.

예전에 JAL 항공의 승객 한 명이 배탈이 난 적이 있는데,

밝혀진 원인은 요리사가 기내식을 만들 때

손가락이 칼에 살짝 기스가 났고 그 피가 음식에 들어 들어간 걸로 밝혀졌다.

그 사건을 가지고 JAL항공의 요리사는 할복자살을 하였다.

그들의 수치심의 문화 그리고 철저한 책임감... 얼마나 아름다운가!

혼네- 어쩌고 일본인의 겉과 속이 다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의 그런 다중성이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오히려 그 깎듯한 예절에 신뢰와 편안함을 느낄 뿐이다.

옛날 막부시대, 일본에서 수없이 일어나던 내전 당시-

자기 성의 무사들이 한참 전투를 하고 있으면

그 성의 주민들은 싸움터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까 먹으며 그 전투를 구경하였다.

자기 성의 군사들이 피를 흘리는 와중에,

도시락 먹으며 관람하는 그 태도를 전 지구인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한국인은.

그러나 그들은 그럴 이유가 있었다.

싸움은 무사가 한다- 농부는 농사나 지어라- 하는 철저한 직분주의이다.

오히려 도시락 먹으며 구경하던 농부가 자기 편을 거들겠다고 전투에 가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처벌을 받게 된다.

-감히 무사가 하는 싸움에 농부가 끼어 들다니, 무례하다!- 하면서.

일본의 휴업한 어느 식당 가게 입구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오늘은 쉽니다>

가 아니라.

<오늘은 쉬게 해 주십시오>

저 정도면 예의의 예술이다.

눈물나지 않은가?

.....손을 쓸 수가 없는....속이 까맣게 타는 안타까움....

엇그제 일본에서 또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도로가 초토화되고 산이 무너져 내렸다.

세상의 많은 예언서에 일본의 침몰이 적혀 있다.

침몰이란 게 후지산까지 폭싹 바다로 들어 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침몰은 있을 수 없다.

바닷가 1미터만 내려 앉는 것만으로도 해안가의 주요 도시는 전멸하는 것이다.

쓰나미 정도에 해안과 그 내부 도시까지 초토화 되었듯이

1 미터가 내려 앉아 버리면 그것이 바로 침몰인 것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바닷가에 있지 않은가.

이 쯤 되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들고

나를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꾀제제하고 지리멸렬한 종자들 분명 나타난다.

하지만 제발...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사람이란 게.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두바이 사람이든

비슷비슷한 주둥이에 비슷한 똥구멍을 가지고 산다.

아무리 달라 봐야 60억 인구는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한데 일본인만은 입도 똥구멍도 다르다.

어떻게 진화가 되었기에 저런 작품이, 그것도 이 나라 바로 이웃에

저런 인류가 존재하는지 신비로울 따름이다.

그런데 가끔 저 매력적인 인류의 작품을 지진이 강타해 버리곤 한다.

정말로 속수무책이다.

말 할 수 없이 안타깝다.

왜 하필 일본에...

왜 하필 저런 일이...

불쌍한 나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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