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원점인 히카리가오카에서 생각해보는 2025년

2018년 1월 1일 홍콩의 침사추이 거리를 거닐며,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 앞에서 비장하게 삶의 각오를 다졌듯이,

(물론 그 각오는 신년 버프를 타고 며칠 정도 갔을 뿐,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시발, 벌써 7년 전 일이다.)

2025년 1월 1일 신년이 되기 1시간 전,

나는 삶의 각오를 다질 수 있는 나만의 성전을 찾아 향했다.


내가 간 곳은 바로 내 존재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몬 어드벤쳐의 배경지인 히카리가오카역 부근이었다.

도쿄 오에도선의 출발지인 히카리가오카는, 그 이름 그대로, 빛의 언덕 같은 곳이다.


도쿄에서 보기드문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데,

노란색 형광등이 잔뜩 켜져있는 밤의 풍경은

라벨의 볼레로를 내 귀 속에서 자동재생시키고,

그 노래가 삽입된 디지몬의 명장면들 역시 떠올리게 만든다. 


히카리가오카역의 아파트 단지와 히카리가오카 공원을 걸으며

재생시킨 블루투스 플레이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The Brilliant Green - 소노 스피도데

* 1999년에 방영된 일드 오버타임의 주제곡으로, 왠지 연말이나 연초에 들으면 딱 어울리는 젊은 감성의 곡이다.

- 디지몬 - Break Up

* 내가 디지몬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 디지몬 - Power Up

* 천재 작곡가인 방용석이 만든 이 곡은 파워풀한 멜로디 뿐 아니라 가사도 인상적인데, "나도 모르는 놀라운 힘들이 또 다른 나를 지금 깨우고 있어"는 가사는 힌두교 베단타의 Tat Tvam Asi를 떠오르게 만든다. 에고의 표면의식 배후에 있는 진정한 나, 거대한 나, 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정말로 가사나 멜로디, 보컬의 역량 뭐하나 빠짐없이 놀라운 곡이다.

- Bump of Chicken - Sailing Day 

* '약자의 반격'이라는 매우 인디밴드스러운 이름의 밴드. 이름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밴드다.

특히 나는 범프의 이 곡을 좋아한다. 보컬인 후지와라 모토오가 "운명에 저항하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전율을 하게 된다. 가사 때문에 전율한다기 보다는, 보컬 특유의 음성, 가사, 멜로디 모든 것이 하나로 조화가 되서 마치 이 세상에 반드시 존재했어야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운명론적 감상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위에서 언급한 Power Up을 들을 때도 느끼게 된다.

- 후지이 후미야 - True Love

- Omega Tribe - Aquamarine

- 사쟌 올스타즈 - 쓰나미

- 립스틱 OST 3곡

- B'z - Time

*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올 시간에 대한 감상에 젖게 만드는 곡이다.

- B'z - Calling

* 지나간 과거의 calling과 미래의 나에게 다가올 calling이 무엇일지 느끼게 하는 곡이다.

- 라벨 - 볼레로


산책의 막바지 즈음에 생각컨대,

2025년의 나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2024년의 나와 이별하는 것이다.

 

2024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2025년은 어떤 형태로든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 것과 같은 의식수준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또, 백남준의 말처럼, "게임을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꿔야 한다."


신사고운동의 측면에서, 

게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규칙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뜻은,

완전히 새로운 관념을 내 의식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들이 있는 상점Magasin De Nouveautes에서

역사적 개인historische Personlichkeit은 탄생할 것이다.


하여, 2025년, 나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0을 제외하고는 중요도순 나열이 아니라 랜덤 나열임)


0. 그동안 유지되어왔던 나의 久관념들을 타파하고, 이를 新관념들로 대체한다.

1. 가장 효율적인 몰입훈련을 통해 일본어를 1년내로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짠다.

2. 인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한다. 그 사업의 핵심키워드는 inter, 목, 사이, 플랫폼, 콘텐츠, 문화, 문명, 편집, 에디톨로지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짠다.

3. 투자에 성공한다.

4.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생각하고, 뜨겁게 실천하고, 뜨겁게 사랑해야 한다. 육체의 피로를 정신의 열정으로 녹여낼만큼 활화산처럼 불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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