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가 칼로 조각한 ‘그림자 미술’ - 월광의 소나타
세종미술관 ‘오사카 파노라마’
올해 100세가 된 노작가는 휠체어를 타고, 전시장을 직접 누볐다. 셀로판지를 섬세하게 잘라 조각한 그림들 너머로 빛이 스며들자, 그가 그려낸 동화 속 이야기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이 밝혀진 아름다운 그림이야말로 그림자 회화의 아름다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림자 회화(카게에·影繪)는 밑그림을 그린 뒤 셀로판지 같은 조명필름을 붙이고 그 뒤에서 조명을 비춰 색감과 빛,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다. 이 장르의 창시자이자 일본에서 사랑받는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가 방한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4월 7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오사카 파노라마’는 한 세기에 걸쳐 그가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의 예술 200여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종전을 한 후에도 물자난으로 물감을 구할 수 없자 잿더미가 된 도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카게에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은 여전히 정전이 잦았지만 카게에를 통해 자신만의 빛을 찾았다. 전후 일본에서 그의 그림자극은 큰 인기를 얻었다. NHK 공영방송 개국 당시 그의 극단 ‘모쿠바자’는 전속으로 채택되며 부도칸에서는 그의 분신 같은 캐릭터 케로용이 등장하는 ‘케로용 쇼’도 열렸다. 소니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 광고에도 그의 카게에가 사용됐고 날씨 예보, 공익광고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흑백의 모노크롬으로 시작해 굉장히 화려한 색채까지 나아갔다. 더 쉽게 조각을 할 수 있는 도구도 많이 등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도루코 면도날만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에게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은하철도의 밤’의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유기’나 중국 청나라 고전인 ‘요재지이’ 속 ‘목단기’ 등 동양 고전을 주제로 한 단색 그림자 회화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작가가 1950년대에 의욕적으로 작업했다 소실한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시리즈다. 방한을 앞두고 12점의 신작을 작년말 다시 그려 한국에 소개한다. 관람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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