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버틀러 시의 주제 (창조자와 창조물의 분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가?

 

다음 시를 해석해봐: 누군가가 그림 한 장을 그리고,

누군가는 하나의 극본이나 책을 쓴다.

그가 지구의 반대편에 잠들어 있는 사이에

다른 이들은 그것을 본다.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작가의 책장을 넘길 때

작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삶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그의 사상들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생각들을 그가 어찌 알며,

그의 삶이 주고 있는 생명을,

누군가는 그에 대해 트집 잡고 누군가는 칭찬하고 있는

그에 관한 분쟁을 그가 어찌 알까?

그러나 무엇이 가장 살아있는 것인가?

잠들어 있는 그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다른이들로부터 모습을 감추고 잠들어 있는,

어떤 다른 장소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의 정신,

즉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작품인가?

무엇이 '그'인가?

잠들어 있는 '그'인가, 아니면

자신의 '그'는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그'인가?

- 사무엘 버틀러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의 이 시는 **'예술적 영생'**과 **'자아의 분리'**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육체적으로 존재하지만, 정작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육체가 아닌 그의 '정신(작품)'이라는 역설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시의 핵심적인 의미를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해석해 드릴게요.


1. 창작자와 작품의 분리 (The Alienation of the Creator)

시의 전반부는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작품의 운명을 노래합니다.

  • 작가가 잠들어 있거나(무의식), 심지어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일 때도 그의 작품은 지구 반대편에서 타인의 눈에 읽힙니다.

  • 작가는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어떤 비난이나 찬사를 받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여기서 **'창조된 것은 창조주를 떠나 독립적인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2. 육체적 자아 vs 정신적 자아 (Physical Self vs. Mental Self)

버틀러는 질문합니다. "무엇이 진짜 그(Who is 'He')인가?"

  • 잠들어 있는 그: 침대 위에서 숨 쉬고 있지만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는 육체적인 존재입니다.

  • 작품 속의 그: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신적인 존재입니다.

  • 작가 본인은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타인에게는 강렬하게 살아 숨 쉬는 '작품 속의 자아'가 더 '살아있는(Living)' 것이라고 시인은 암시합니다.

3. 존재의 역설: "작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

가장 소름 돋는 통찰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자신의 '그'는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그'인가?"

진짜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의 영향력과 사상은 정작 나 자신은 객관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내가 잠들었을 때 타인의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나의 정신이 바로 나의 본질이라는 역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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