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비 상승으로 시즌이 끝난줄 알았던 비트코인이 채굴업체들이 아예 발전소를 사기 시작하고, 미국이 전체 채굴량의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과정과 미국의 개입에 대해 by Cozy

 

-비트코인에 대한 내 오랜 생각들의 최종본

나는 항상 비트코인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채굴비였다. 계속 비싸지는 채굴비, 그리고 누군가 채굴을 하지 않으면 멈추는 시스템. 최근 채굴비를 계속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거 유지가 되는 거야?"였다.

내가 비트코인에 부정적이었던 핵심 질문: "채굴비가 이렇게 비싼데 누가 부담할까?"

하지만 현실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비트코인이 폴란드 한 나라만큼 전력을 쓰자, 채굴업체들이 아예 발전소를 사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에서는 가스발전소 인수, 펜실베니아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 직접 연결해서 300MW 채굴장을 건설 중이다. 1MW로 연간 65만달러를 벌 수 있으니 경제성도 충분히 확보된다.

내가 예상한 것: "비싸지니까 문 닫을게"

현실: "비싸지니까 우리가 전기를 만들겠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명확했다. 부자들이 비트코인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 환경이 어쩌고 탄소가 어쩌고 하는 말들은 다 허상이었다. 탈중앙화 같은 이상은 진작에 망해서 시체가 되었고, 비트코인은 자본주의 프랑켄슈타인이 되었다.

이제 깨달았다. 비트코인은 망하지 않는다. 대신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고 있다.

-채굴비 상승의 필연성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은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채굴자들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전기료, 장비비, 운영비는 그대로인데 보상만 절반이 된 것이다. 이는 수학적으로 필연적인 결과를 낳는다.

작은 채굴 풀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개인 채굴자들은 더 이상 경쟁할 수 없게 되었다. 오직 대규모 자본과 저렴한 전력을 확보한 거대 채굴 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중앙화의 완성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적이었다. 미국이 전체 비트코인 채굴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주요 점유국이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증가가 아니다. 통화 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다.

신규 코인의 채굴을 거의 미국이 한다. 거래 수수료로 채굴자에게 가는 비용도 거의 미국 채굴자들이 장악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이 채굴 업체를 통해서 비트코인의 통화정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OPEC이 석유 가격을 조절하듯이, 미국은 이제 비트코인 유통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역사적 전례: 금과 석유의 교훈

이는 미국이 처음 시도하는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현물 자산을 정책적으로 통제해 화폐 패권을 구축한 전통이 있다.

금 통제의 사례 (1933-1971):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민간 금 보유를 금지하고 정부가 강제 매입했다. 가격을 $20.67에서 $35로 재평가하며 금 공급을 중앙화한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달러를 금에 고정시킨 후, 1971년 닉슨 쇼크로 금 표준을 포기하면서 오히려 달러 패권을 강화했다. 미국은 "시간"으로 금을 쌓아 통화 공급을 조절했다.

석유 통제의 사례 (1959-현재): 1959년 아이젠하워의 Mandatory Oil Import Program으로 수입 석유 쿼터를 설정해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고 가격을 안정화했다. 이후 사우디와의 달러-석유 거래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이 여전히 석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도 같은 패턴을 따르고 있다. 미국은 금과 석유처럼 비트코인을 시간과 정책으로 흡수하고 있다.

-의도된 설계인가?

이 쯤에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 나라가 일부러 중앙화를 부추기고 있구나.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위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의 채굴 업체들이 사라지자, 미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책도 이제 이해된다. 완전히 금지하지도, 완전히 허용하지도 않는 애매한 규제 정책. 이는 작은 참여자들을 걸러내고 대기업들만 남겨놓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승리자의 전략

미국이 이 바닥에서 승리자가 되었다. 탈중앙화를 표방했던 비트코인이 사실상 미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통화 패권을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이었다.

-모방의 시작

이 승리를 지켜본 사람들은 성공을 모방하려 든다.

각국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며 중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2025년 6월17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GENIUS 법안'을 68대 30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연방 면허제 도입과 100% 준비금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켄터키주는 비트코인 자가보관 권리를 보장하고 지방정부의 채굴 제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들의 표면적 목적은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지만, 실제로는 중앙화를 제도화하는 도구다. GENIUS 법안의 숨은 목적은 미국 달러 패권 강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 → 미국 국채 수요 창출 → 국채 금리 안정화 → 정부 부채 부담 감소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CBDC)를 통해 직접적인 중앙화 전략을 택했다. 유럽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이 자국의 디지털 화폐 패권을 구축하려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더리움...

이더리움 2.0의 지분증명(Proof of Stake) 전환은 어떨까? 32 ETH라는 높은 진입 장벽, 스테이킹 풀의 집중화,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내 대형 거래소들과 기관들이 주요 검증자가 되고 있는 현실. 이더리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뉴스를 보니 그런 것 같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가 비트마인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며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으로 이더리움 중심 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의 챗GPT"라며 이더리움의 패권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톰 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탈중앙화의 종말

비트코인이 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화폐에서 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으로, 개인의 금융 자유를 위한 도구에서 국가 간 패권 경쟁의 무기로 변모했다.

-Code is Law의 함정

사토시는 순진했다. "코드로 룰을 고정하면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코드를 누가 실행하느냐는 여전히 물리적 세계의 권력 구조에 달려있다. 채굴이라는 물리적 행위가 필요한 순간, 전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이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다.

비트코인이 정치를 배제하려 했는데, 결국 가장 정치적인 자산이 되어버렸다. "Code is law"라고 했지만, 결국 "Power is law"였던 것이다.

-결론

내가 틀렸다. 탈중앙화의 실패가 비트코인의 종말은 아니었다.

채굴비 상승은 단순한 운영비 증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탈중앙화 시스템의 중앙화로의 전환을 위한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이었다. 비트코인은 망하지 않는다. 대신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어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 패턴은 반복될 것이다. 이더리움도, 미래의 새로운 암호화폐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탈중앙화라는 이상과 현실의 권력 구조 사이에서, 권력은 항상 승리한다.

인류사를 볼 때 인류는 네트워크간의 경쟁이다. 크게 보면 국가는 네트워크의 정점이고, 큰 네트워크는 항상 작은 네트워크를 잠식한다. 비트코인이라는 작은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중앙화 네트워크에 흡수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금융 혁명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금융 패권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COZY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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