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외향성과 극단적인 내향성, 극단적인 남성성과 극단적인 여성성이 기괴하게 공존하는 것이 복잡한 내 내면세계다

나는 내향적이라고 하기에는 극단적으로 외향적이다. 이는 내가 외부에서 항상 자극을 얻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나는 1년의 대부분을 새로운 곳을 산책하거나 여행할 정도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며 살아가며, 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 세상의 모든 미녀를 정복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외향적으로 하기에는 극단적으로 내향적이다. 애인관계 이외의 인간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으며,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에도 대인기피 수준으로 공포감을 느끼고, 항상 나만의 독자적인 공간 속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누군가와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내게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일이다. 또한 나는 독서를 즐기고, 내면의 세계로 자주 침잠하곤 한다.

 

즉, 나는 극단적으로 외향적인 동시에 극단적으로 내향적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된다.

 

한편, 나는 여성적이라고 하기에는 극단적으로 남성적이다. 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눈싸움을 해도 지지 않으려고 할 때, 길거리에서 맞딱뜨릴 때도 항상 다른 사람이 먼저 피해야 한다. 경쟁심리가 매우 강하다. 누군가에게 고개를 굽히거나 비위를 맞춰주는 법이 없고, 자기 자신이 이 지구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대한 이상을 성취하는 삶을 살려고 하고, 하찮은 인간들이 모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 이런 특징들은 지극히 지배욕 강한 수컷의 특징들이라고 할 수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극단적으로 여성적이다. 타인과 싸우는 것에 공포감을 느끼고,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인다. 바로 위의 문단과 비교해보면 모순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나는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싫어하고 평화지향적이다. 또 나는 극도로 감정이 섬세하고 예민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쉽게 상처받고 감정적, 감성적이 된다. 손가락과 손목도 여자보다 더 가녀리다.


즉, 나는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동시에 극단적으로 여성적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된다.

 

극단적인 외향성과 극단적인 내향성, 극단적인 남성성과 극단적인 여성성이 기괴하게 공존하는 것이 복잡한 내 내면세계인 셈이다.

 

음인 동시에 양, 양인 동시에 음, 좌파인 동시에 우파, 무신론자인 동시에 유신론자, 이렇게 양극단이 한데 공존하는 것이 나라고 하는 인간의 정체성이다. 나는 일찍이 이렇게 복잡한 인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다.

 

... 내면의 탐구로 시작하였으나, 결국은 또 자기 자랑으로 귀결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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