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도시였던 도쿄의 어둠: 폭주족이 들끓던 도시였던 도쿄; 비행청소년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도쿄 아다치구의 주민들; 경찰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각종 범죄들을 묵인/방조했다; 만화 상남2인조나 간츠가 극악무도한 청소년 범죄를 탁월하게 묘사한 것은 현실고증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이 벌어진 동네는 사건 이후에는 재개발되어 백화점 및 신도시가 들어선 주택가가 됐지만 사건 당시엔 좁고 어두운 골목에 막장 치안으로 유명했다. 70~90년대 도쿄도 아다치구는 깡패 소굴이었던 과거의 일본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았고 21세기에도 죽은 고양이나 비둘기가 가끔 발견된다고 한다.

해만 지면 온갖 별의별 비행 청소년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싸움질을 하거나 오토바이로 밤새 엄청난 소음공해를 일으키면서 거리의 기물을 파손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필사적으로 이들을 못 본 척했고 비명 소리가 들리든 말든 눈을 돌리고 귀를 막았다. 주민들은 비행 청소년들 앞에선 절을 해야 했고 최소한 고개를 숙여야 했고 아다치구 공무원들도 눈치를 봐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납치당한 준코가 비명을 질렀어도 주민들에겐 그냥 매일 들리는 소음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47]

당연히 주민들은 "순찰 경관 좀 늘려 달라", "분서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아야세 경찰서에 넣었지만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묵살당했다. 사건을 주변에서 방관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동네에서 살기 위해서는 비행 청소년 패거리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 동네는 사건 이후에도 도쿄에서 가장 소득이 낮고 치안도 안 좋은 여자가 혼자 살기 가장 위험한 동네로 유명하다.[48] 뭐 아다치구가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청년 야쿠자 조직으로 유명하니 말 다했다.

결국 경찰의 방만한 대응은 참혹한 살인 사건을 불러왔고 이 사건 이후 인원 부족을 이유로 민원을 무시한 아야세 경찰서는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인력과 예산으로 순찰 경관을 늘리고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첨언하자면 사건이 발생한 동네에서 이 사건을 주민들 앞에서 언급하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이미 34년 전 일이고 당시 주민들의 대부분은 사건 이후 재개발 등 여러가지 이유로 대부분 다른 곳으로 떠나 새로운 주민들이 자리를 채워서 당시 일은 자신과 상관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인데 타지 사람들이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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