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시할 필요가 없는 이유


내 이름이 아무개 아무개 아무래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과시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의 주민등록상의 이름은 이미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과시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남자이기 때문이다.

 

내 옆에 볼펜이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과시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 볼펜은 이미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사실인 것이다.


별볼일없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과시하는 것은 

그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내가 과시하고자 하는 대상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진정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함석헌 옹은 이렇게 말했다:

"소위 높이려 한다는 것은 스스로 이미 높지 못하기 때문에, 제자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요, 낮은 대로 있는 것은 스스로 높았기 때문에 턱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명문대 학벌이 있다면 나는 이미 명문대 학벌이 있는 사람이지,

타인에게 자랑하고, 세상 사람 모두가 그것을 알아야만, 명문대 학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재벌이라면 나는 이미 재벌인 것이지,

타인에게 자랑해야 재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간이라면 나는 이미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간이지

타인에게 자랑해야 그것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나는 지식 그 자체이기 때문에 지식을 어필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천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천재라는 사실을 과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재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재벌이라는 사실을 잘난 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대상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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