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도 안되는 것에 대한 상상 - 전전생에 남편이자, 전생에 아내이자, 이번 생은 아들인 상대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는 언제나 환생에 대한 주제를 소설화, 영화화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런 주제에 대한 참신한 시도는 드물게 일어났다.
워쇼스키 자매의 <클라우드 아틸라스> 라던가,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월광보합>, <서유기:선리기연> 이라던가.
지금까지 윤회를 다룬 제대로 된 영화적 상상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그것을 블록버스터로 구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한번 이런 말도 안될 법한 상상을 해보라.
전전생에 당신의 남편이었던 사람이
전생에는 아내였고,
이번 생에는 아들로 태어났다.
만약 대오각성 해서 전생의 자리들을 모두 훤히 볼 수 있다면,
상대에 대한 인상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당신의 아들을 과연 온전히 아들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몰아일체를 온전히 체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정신분열증에 걸리기 딱 좋은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래서 신의 자비로 말미암아
인간이 온전히 이번 생의 미션에만 집중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고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다른 세계에 발을 헛디디게 된 소설 속 또는 영화 속 주인공이,
과거 남편이자 아내였고, 이번에는 아들인 상대를 바라보게 되면
어떤 심리적, 감정적 혼란을 겪게 될까?
또 혼란 외에 어떤 새로운 깨달음, 발견을 얻게 될까?
이를테면 아들의 어떤 행동이 이유없이 밉고, 심지어 증오감이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은 전생의 부부사이에서 기인한 것이었다면?
그리고 반복되는 증오의 패턴을 끊기 위해서 이번 생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눈치채게 되었다면?
그 심리적 변성 자체가 소설 또는 영화의 플롯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사후세계 같은 공간적 배경은 <신과 함께>,
심리적 변성의 과정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비밀>을
참조해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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