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과 조선인의 차이 - 다양성에 대한 태도 by 장오제 / "니 주제를 알라"고 떠들면서 자기 주제는 모르는 조선인들

 

내가 독일에서 와서 사람들이랑 놀아보니까 한국이랑 아주 다른 점이 하나 잇다. 그게 머냐면 자기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잘 하면서 놀고 어울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독일 노래방은 한국처럼 각자 방에 들어가서 하는 게 아니다. 술집에 노래방 기계 놓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해야한다. 근데 정말 하나같이 노래를 개 못한다. 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음정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추고 음치 투성이다

근데 그냥 사람들 수십명이 보는 앞에서 노래 개못해도 꿋꿋이 노래하고 사람들도 다 즐거워한다. 물론 잘하는 사람에게는 무수한 박수갈채와 악수의 요청, 맥주 사주기를 해주기는 한다. 근데 여튼 잘 못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고 무슨 노래를 하더라도 걍 다들 잘 놀면서 즐긴다

사실 난 이걸 보고 상당히 놀라웟는데 알겟지만 한국에서는 노래방 비매너라는 국룰 같은 게 잇지 않은가?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락이나 팝송은 분위기를 따운시키니깐 웬만하면 부르면 안되고, 몇몇 노래는 심지어 어느정도 금지곡 취급을 당하곤 한다. 뭐 예를 들어서 고해나 쉬즈곤 이런 건 노래방에서 부르면 사람들이 존나 싫어한다고 해서 약간 하면 병신되는 노래 중 하나잖아?

사실 노래방이라는게 노래실력 보여주려고 가는 걸 떠나서 그냥 노래 부르는 거 즐기려고 가는 건데 여기서도 잘 못 부를거면 이런 노래는 존나 극치 같으니까 금지 요런게 있는게 좀 까다로운 것이 아니엇나 하는 생각이 든다

헬스장 같은 데를 가더라도 운동을 잘 못하는 멸치나 돼지가 뭔가를 한다는 걸 다소 우습게 보는 거 같은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어서 멸치가 운동을 오래해서 기구나 파워렉을 오래 점거하고 잇으면 대번에 '몸도 존나 구린 국물용 캐멸치 새끼가 주제를 모르고 렉 점거를?!!!'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근데 뭐 헬스를 잘하던 아니던 자기만의 운동방법이 잇을 거 아닌가? 뭐 다들 쓰는 헬스장에서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잇으면 안된다는 공공의식적 측면이면 모루겟는데 이게 약간 자격의 문제와 연결이 되는 거 같애서 말이다. 막말로 몸이 근육덩어리 거나 혹은 다루는 중량이 무시무시하다면 사실 렉을 오래 점거하고 있거나 좀 비매너 행동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게 한국 헬스장 문화인 거도 사실이니까

당장 3대 500미만은 언더아머 금지 이런 거도 장난으로 시작햇겟지만 다 이런 맥락이지 머. 막말로 운동 개 못하는 멸치가 언더아머 입던 말던 뭔 상관이야. 근데 저런 초심자 따위가 고급 장비 착용하는 게 꼴사납다는 거겟지. 처음엔 반쯤은 장난이엇는데 나중에는 진심처럼 돼가지고 3대 300미만 데상트 금지 이런 말도 나오고 실제로 사람들도 눈치를 엄청 보곤 햇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즐기는 영역에서도 자격이 어쩌고 실력이 어쩌고 한다. 그러니까 잘 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은 실례되는 일이고 알아서 기어야 하고, 좀 나대는 것 같은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 뭐 자기가 프로로 일하는 분야에선 뭐 잘 해야 하는게 맞는데 취미 영역에서까지 못하면 나대지마 하는 게 좀 무섭긴 해

또 재밋는 건 사람들이 자기가 일하는 분야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자격이나 전문성 같은 걸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프로의식 없이 그냥 돈이나 받으려고 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반면에 원래 즐기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하는데 나대면 민폐고 꼴불견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존나 엄격 근엄 진지 해지는 것이다

머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겟다.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된 데에도 어느정도 이유가 잇을 거다. 경쟁이 심한 사회고 그러다보니 애초에 어설프게 하는 것에 대해서 봐주기가 어려운 분위기인 것에서 기인하는 거 같다. 그림만 그리더라도 중학생들이 그린 소묘를 보면서 미술 전공 안 한 사람들이 재능이 없다느니 형태력을 배워야 한다느니 빛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느니 이런 얘길 한다

사람들이 종종 나보고 주제를 모르고 나댄다고 한다. 내 주제가 뭐지? 내가 못생기고 형편 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깨닫고 짜져서 있으라는 건가? 그걸 왜 너희가 정하는 거지? 나는 못생기고 뚱떙이고 돈도 없고 키도 작고 옷도 못 입지만 즐겁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고 싶은데?

사실 주제를 알고 살라는 말은 좋은 말이라 생각해. 자기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걸 하려 한다면 그것은 내 분수를 알고 행동을 하는 게 맞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는 것 떄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싶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아는 한 한국 사람들은 자기 분수나 주제를 제일 모르는 거 같애.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어. 나 장원준은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장원영이 될 수는 없잖아?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 그럼에도 사람들은 남의 인스타 같은 걸 보면서 '이 사람처럼 해야 한다' 라고 끊임 없이 생각해. 그러니까 다들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해외여행을 가고 오마카세를 먹고 명품백을 자랑하고 카푸어가 되겟지

however, 이 사람들은 정작 다 같이 즐기자고 하는 부분에서만큼은 철저하게 너의 주제를 알고 나대라며 주제주제 노래를 부르고 실력이 없는데 튀는 사람들을 비웃곤 하지. 이게 사람들이 낭만을 잃어버리고 삶을 즐길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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