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그리고 인간 by 장오제

 https://m.blog.naver.com/vpaula/223617990718?referrerCode=1

 

 


웬 다 지나간 옛날 애니 얘기를 하나 하겟지만 에반게리온을 잠깐 다시보게 됏다. 내가 이 애니를 처음 본 지는 별로 오래되지 않앗다. 이걸 보게 된 이유는 그냥 예전에 누군가가 나한테 추천해서엿다. 엄청 명작이라고 해서 봣는데 막상 내 취향은 아니어서 건성건성 봣다. 나는 이게 로봇 타고 악당이랑 싸우는 만화라고 생각햇거든. 근데 제대로 보니까 로봇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정신 세계를 조명하는 드라마더라고

그런데 애니에서 내내 주인공이나 다른 애들이나 자살 직전의 피패한 놈들 뿐이라서 이게 대체 뭔가 하고 거부감이 들엇엇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이 애니를 본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을 보고 애니를 다시 보니까 이 만화가 그려낸 세계관 같은 것들이 좀 더 이해를 하게 됏다

뭐 이 애니의 이러저러한 설정들은 별로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이 잇는 건 이 애니의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인간관계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마음을 문을 닫ㅇ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신지는 더더욱 그러한데 얘는 계속해서 인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사실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어하는 태도가 아주 강하게 드러나 잇다

신지는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앗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부정한다. 그럼에도 그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어한다. 사람들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싶고 기대고 싶은데 아무도 그걸 해주지 못햇다. 걔 아빠도 그렇고 미사토도 그렇고 아스카도 그렇다. 특히나 아스카와의 관계를 보면 아스카를 좋아하지만 어차피 아스카가 자기를 싫어할 거라는 자기혐오 때문에 자꾸 아스카를 죽이려는 쪽으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데 신지가 간과한 사실은 모든 인간은 신지 자신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모르겟다. 내가 누구에게나매력 잇는 사람이라면 모르겟지만 세상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늗다. 그게 내가 살아 본 세상의 결론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신지처럼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으면서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유는 제각각 다르겟지만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입기 싫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아니면 단지 그냥 혐오스럽고 보기 싫은 게 증오스러워 그런 걸지도? 그걸 10대인 신지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것일 수도 있다. 당장 나에게만 해도 버겁고 어려운 문제인데 더 어린 이 놈에겐 어떻겟냐. 다만 너가 몇살이건 간에 상관 없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상대도 나와 같은 상태일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받아들여지고 싶은 인간들 역시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불완전한 존재임을 꺠닫는 것이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할 것이다

결국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불완전하지 않나? 서로가 서로로부터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키워나간다. 그럼에도 결국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사는 이유는 과정이 어찌됏건 간에 인간을 위해서다. 행복도 슬픔도 인간으로부터 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객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주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것을 서드 임펙트? 라는 사건으로 암시하는 것 같다. 서드 임펙트는 신지가 인간에 대해 꺠달아가는 모든 것의 총체적인 무언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ㅣ지 않는 신지에게 인간이랑 증오와 미움의 대상이엇을 것이다

인간이란 그렇다. 사실 나는 80억명의 인간을 모두 알지 못한다. 더구나 16살 밖에 안된 신지가 사람을 만나봣자 얼마나 만나봣겟나. 그럼에도 내가 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떄의 모멸감과 분노는 인간이라는 존재 전체에게 투사 된다. 그러니까 사실 나를 밀어낸 사람은 몇몇 사람일 뿐이지만 나의 부정감정은 80억 인간이라는 불특정 다수에게 투사 되기 마련이다

서드 임펙트가 일어나서 전세계 모든 인간이 죽는다. 그게 신지의 모멸감이 불러낸 현상이엿을 것이다. 너무나도 사람들이 싫엇고 그래서 사람들을 모두 다 죽여버리고 싶엇겟지. 그러나 그게 완벽한 해결이 아닌 것 조차도 신지는 알고 잇엇을 것이다. 그냥 잠시의 인간에 대한 모멸감이라는 감정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서드 임펙트로 80억 인간의 영혼이 하나가 되엇고 신지는 그들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게 되엇다. 무엇을 봣는지는 모르겟지만 신지는 그걸 본 이후에 서드 임펙트를 취소하고 만다. 아마 그는 인간들의 상처를 거기서 봣을 것이다. 꺠달았겟지 자기가 두려워하고 증오하던 존재들도 자기와 다를 거 없는 나약한 것임을 말이다

그러니까 모두를 증오하고 죽이는 방법은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신지가 원한 것은 사람들과 진정 하나가 되는 것이지, 혼자 남는 게 아니엇다. 그러니 어찌됏건 해보는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상처 받고 서로를 밀어낸다면 어떻게 되건 일단 내가 해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신지도 서드 임펙트를 통해서 그걸 알게 됏을 것이다. 결국엔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아스카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엔 그것을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는 신지의 모습에서 그가 성장하려고 시도함을 알 수 있다. 그가 좋아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는 존재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려 햇다는 점에서 그의 미래가 이전보다 나아짐을 암시하는 것 같다

신지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무도 모르지. 그가 실제로 사람들이랑 잘 지내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법을 배웟으니 앞으로 사람들을 증오하는 방법으로 회피하거나 도망치려고 하지 않지 않을 것 같다

내 주변에 수 많은 신지들이 잇음을 안다. 매일 그들을 본다. 타인에게 상처받고 타인을 믿을 수 없게 되어서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남을 증오하고 파괴하려 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파괴 행위에서 나는 그들의 사랑을 느낀다.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이 증오와 미련을 만들고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인간을 사랑해. 하지만 그만큼 증오하기도 해.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며 온몸을 뒤틀고 악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그렇다. 언제나 인간을 사랑하고 그렇기에 그들을 증오하며 그들을 파괴하려하며 스스로를 파괴하고 타인에 대한 방어기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어쩃거나 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내가 시작해야 한다. 신지는 서드 임펙트를 겪었지만 이 세상엔 사도도 아담도 서드 임펙트도 없다. 내 자신 속의 서드 임펙트는 본인 스스로가 시작해야 한다. 물론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안다. 나 역시도 그러하니까 말이다. 가능이나 할 수 있을까? 수백 번도 더 의심해본다

그치만 그럼에도 그걸 알면서도 불구하고 나 역시 하도록 노력해야겟지. 머리로만 알고 있고 몸으로 실천하는 건 너무나 힘들겟지만 그래도 최대한 해봐야겠지. 그러니 너희들도 그렇게 해주지 않겟니? 그러면 우리 안의 서드 임펙트가 우리를 완전히 하나로 이어줄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