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떤 순간에 설렘을 느끼고, 또 어떤 순간에 고통을 느끼는지 면밀하게 관찰하여, 더 많은 여행을 나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선을 더 많이 최적화시켜야 한다

목욕재계하며 생각컨대,

올해 7개국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또 살면서,

여행을 하면 할수록,

또 돈을 쓰면 쓸수록 불행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여행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더욱 더 명료하게 지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자유롭게 놀러다니는 것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부러워할만한 삶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은 여행 내내 불행하기만 하였다.


내가 항상 추구했던 것은 새로운 감각 그 자체였다.

이를 위해서 나는 언제나 낯선 장소로 여행을 떠나고, 그게 안 되면 최소한 기존과는 다른 루트로 산책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향했던 '새로운 감각'이란 뉴욕의 뒷골목 할렘가에서 느끼는 스릴넘치고 공포스러운 긴박감과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풍경과 사람을 경험함으로써 생기는 약간의 들뜬 마음 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장시간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패주고 싶어지는 인간군상들이 나타나고,

평온함보다는 불쾌감을 느낄 때가 많게 된다.

특히 감각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나같은 천재는 더더욱) 그렇게 느끼게 된다.


그런 고로, 

고통은 능동적인 성격을 지닌 반면 (9개의 좋은 일이 있어도, 1명의 병신을 만나면 모든 행복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행복은 수동적인 성격을 지녔으므로,

행복을 쟁취하려고 하기 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계속 생각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본디 여행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그 감각 ㅡ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 특히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설렘,

그것은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여행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가끔씩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인연의 신비한 작용에 불과했을 뿐이다.

 

자신이 어떤 순간에 설렘을 느끼고,

또 어떤 순간에 고통을 느끼는지

면밀하게 관찰하여,

더 많은 여행을 나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선을 더 많이 최적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행복, 또는 최소한 평온함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

-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차분히 일을 할 때

- 명작을 읽으며 희열을 느낄 때

- 명작을 감상하며 희열을 느낄 때

- 일처리를 빈틈없이 마무리할 때

- 새로운 구상, 주제에 대해 사람들과 논의할 때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 섹시한 사람과 애정을 나눌 때


내가 불행을 느끼는 순간들

- 각종 병신들과 얽힐 때

- 섹시한 사람을 얻지 못할 때

- 낮, 밤이 뒤바뀔 때

- 피곤할 때

- 쓸데없는 일들에 몰두해서 귀중한 하루의 시간을 허투루 보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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