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노지마 신지가 밤새서 며칠만에 4개월 분량의 드라마 각본을 써내려갔듯이, 신들린듯한 몰입력과 속도로 일을 해내지 않으면 그것은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천직이라고도 볼 수 없다

마치 노지마 신지가 밤새서 며칠만에 4개월 분량의 드라마 각본을 써내려갔듯이, 신들린듯한 몰입력과 속도로 일을 해내지 않으면 그것은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천직이라고도 볼 수 없다.


스미다강을 산책하며 과거의 패착을 복기하건대, (1)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중요한 과제에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하고, (2) 기병부대처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과제에만 주력하며, (3) 명상을 생활화해야겠음을 다짐해본다.

Comments

  1. 장미없는 꽃집을 보고 빠져들었다가, 아로님 블로그 보고 미성년도 봤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마침 어젠가? 노지마 신지 최신 드라마 뭐 없나? 하고 보던 중, 무슨 요일에 태어났어 라는 드라마를 찾았기에... 신기해서 그냥 끄적여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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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축하드립니다. 이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댓글을 다는 분이 등장했군요.

      90년대의 노지마 신지는 셰익스피어급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전세계에서 제일 유일한 것 같지만. 그의 최신 드라마는 저는 안 봅니다. 90년대 그의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천재 케릭터처럼, 재능이 완전히 죽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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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립스틱에서 히로스에 료코가 연기한 하야카와 아이는 확실히 그 개성이 남달랐죠. 2000년대의 장미 없는 꽃집의 주인공 에이지는, 그 감수성이 남아있긴 해도 확실히 옅어진 걸 느낄 수 있었기에... 아로님이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이해가 될 거 같기도 합니다. 아마 그 '재능' 이라는 녀석이 유지되기 위해선, 작가의 환경이 궁핍해서 작가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속세에 적응하다 보면 다들 범인으로 바뀌어 가나 봅니다. 어쩌면 진짜 천재가 아니었기에, 적응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구요. 진정한 천재들은 영민한 시절의 젊은 감수성을 끝까지 포기 못 해서 삶을 일찍 마감하거나 산화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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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노지마는 자신은 바뀌지 않았는데, 시대가 바뀌어서 좋은 드라마 각본을 쓰기 어려워졌다고 항변하긴 했어요. 그 말도 일리가 있긴 있습니다. 일본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던 80년대 후반의 버블이 91-92년도에 붕괴하면서 실직자와 자살자들이 속출하고, 취업빙하기가 도래하면서, 노지마의 어두컴컴하고 인간본성을 밑바닥에서부터 예리하게 파헤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지만, 2000년대는 전후 일본이 경험한 가장 긴 호황인 이자나미 경기(2002~2008년, 73개월) 덕택에 일본 경제가 다소 살아났고, 예전만큼 다크한 톤의 사회파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 80-90년대에는 수위가 높은 드라마, 예능이 범람했지만,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항의 등이 쇄도하게 되어, 2000년대부터는 방송사들이 컴플라이언스에 굉장히 민감해졌고, 노지마도 자기검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느낌으로는 노지마 개인도 작가로서의 역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급변한 시대의 영향도 있고, 노지마의 개인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지마 신지가 의식하는 작가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것입니다. 과연, 그는 저로 하여금 셰익스피어를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현대극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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