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와 제프 포스터의 깨달음 - 고귀한, 어떤 형이상학적인 깨달음은 없다 / 이미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그러나 보라! 일은 전혀 뜻밖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나는 이미 진리 안에 있었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모든 존재가 이미 진리 안에 있었고, 단 한 순간도 그것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내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다닌 진리는 저만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것을 얻기 위해 그토록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이미 처음부터 진리 안에 있었고, 그랬기에 이렇듯 무언가 애쓰고 노력하여 진리를 얻으려던 나의 일체의 시도 자체는 처음부터 불가능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이미 진리 안에 있으면서 진리를 찾으려는 어리석음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럴수가! 아니,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하며, 심지어 목숨마저 내놓을 각오로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고 믿고서 그렇게 달려왔고, 그러면서도 일체 경계(境界)가 사라진 밝은 깨달음의 경지가 쉽게 나타나 주질 않아 자신의 수행력의 부족함 앞에 몇 번이나 절망하며 안타까워 했었는데, 더구나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서 달려들었다가 두번씩이나 단식에 실패한 참담한 마음이었는데, 아아 이렇듯 지치고 일그러진 이 모습 이대로가 이미 완전하다니! 이 모습 이대로가 이미 진리라니! 아니, 이젠 이 말도 합당치가 않다. 완전이니 진리니 하는 이 말도 설 수가 없구나! 여긴 그 어떤 이름(名)도 붙여질 수 없는 자리가 아닌가! 그냥 있는 그대로일 뿐 아무것도 아니질 않는가! 아아, 이럴수가! 언어이전(言語以前)의 세계는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고 난 이후에 그 깨달음 속에서나 나타나는 무엇이 아니라 깨달음과는 무관한, 깨달음과 수행과 체험 이전의 지금 이대로가 아닌가! 그냥, 어쩔 수 없이, 이름하여 번뇌(煩惱)요 이름하여 보리(菩提)였지 번뇌도 보리도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가 아닌가! 아아,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였다! 새로이 깨달을 무엇도, 얻을 무엇도 없는!!!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나의 모든 방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이젠 이 말도 성립되지 않는구나!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방황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디에다 종지부를 찍는단 말인가? 허허,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구도의 길을 정리하며 1994년 10월 경에 쓴 글 중 발췌
 
 
 
 
예전에는 나도 명상을 하는 것이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더 ‘고귀’하거나 더 ‘영적’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행위가 충격적일 만큼 평등하다는 것을 보게 되자, 그런 분별적인 관념들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명상이 저절로 떨어져 나갔고, 자기탐구는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명상에 관심이 없고, 현존을 실천하는 일에도, 고요함이나 다른 무엇과 접촉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삶은 지금 이대로 언제나 충분합니다.

제프 포스터 - <경이로운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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