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기자본-사사카와 재단-CSIS 커넥션; CSIS가 갑자기 한국, 호주를 G7에 넣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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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G7(주요 7개국) 가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G7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북한·이란 등이 급격히 블럭화하며 유엔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국제 질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다자 협의체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 브린디시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 브린디시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G7을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나라를 추가한 G9 체제로의 확대를 제안한 이유는 G7의 영향력 감소와 유럽에 편중된 현 체제의 한계와 관련이 있다.

G7 회원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이다. 1975년 캐다나(1976년 가입)를 제외한 G6으로 출범한 이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의 60%를 차지했다. 선진국 정상들의 연례 회의는 말 그대로 ‘게임의 룰’이 됐다. 그러나 G7의 GDP 점유율은 1992년 66.9%로 정점을 찍은 뒤 43.4%로 줄었다. 1970년대 3%이던 중국의 GDP 점유율이 18%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 때문에 중국과 경쟁을 벌이는 미국은 미래의 경제·안보를 좌우할 AI(인공지능)과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의 파트너가 절실해졌지만, G7는 여전히 1970년대 경제의 중심이던 유럽에 치중돼 있다. 유럽의 강한 입김으로 유럽위원회 위원장(1977년)과 유럽이사회 의장(2010년)까지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면서 현재 G7의 회원국 9곳 중 6곳을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CSIS는 이에 대해 “G7에서 아시아를 대표할 국가는 단 한곳(일본)뿐이고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도 배제돼 있다”며 “이런 구조로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선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신흥 기술 공급망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일부 G7 회원국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CSIS는 이어 한국과 호주의 신규 회원국 가입을 위해 2석을 차지한 EU 관련 기구의 회원 자격을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유럽국 중 일부를 배제할 수 없다면 EU가 ‘자리’ 하나를 빼라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G7에 한국을 추가하자는 논의가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G7 가입 논의는 2020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을 추가한 G11 체제로의 전환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실상 중단됐고, 지난해 일본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추가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국무부는 “회원국 변화와 관련한 논의는 알지 못한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보낸 기고문에서 “중국의 도전을 고려할 때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한국과 호주를 G9으로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련 논의를 재점화했다. 트럼프 재집권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 역시 본지 인터뷰에서 “아시아가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에 (유럽 회원국을) 아시아 국가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설득을 위해) 필요할 경우 캐나다를 빼고 한국을 회원국으로 넣는 것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국의 G7 가입은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룰 테이커’에서 규칙을 직접 만드는 ‘룰 메이커’로 변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현재 모든 회원국들이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자국의 이해 때문에 입장이 엇갈리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G7 진출에 반대하는 진영은 회원국의 증가로 발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유럽 국가다. 유럽에서 한국의 G7 가입에 찬성하는 국가는 EU를 탈퇴한 영국이 유일하다. 아시아의 유일한 회원국 일본 역시 '지분 축소'를 우려해 한국의 참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러한 기류는 최근 G7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는지 여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미국 G7 정상회의에 이어 2021년 영국 회의에도 공식 초청됐다. 지난해 일본도 한국을 초청했지만, 당시는 일본의 입장과 별개로 미국이 걸었던 한·미·일 동맹 강화에 드라이브를 무시할 수 없던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면 2022년 주최국인 독일과 올해 주최국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2곳은 나란히 한국을 초청 대상에서 배제했다.

CSIS는 “히로시마 때는 AI와 경제안보 등 야심찬 글로벌 의제를 제시했지만, 이탈리아는 (유럽의 의제인) 아프리카 이주민 문제로 의제를 틀어버리며 연속성을 무시해버렸다”며 “의제의 불연속성은 국제 사회에 혼란과 후속 조치의 부족, 공약의 이행력에 대한 한계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AI와 경제안보의 핵심 협력국인 한국에 대한 초청 배제를 비판한 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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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3월은 뜨거웠다. 적어도 한-일 관계에 관한 한 그랬다. 각종 싱크탱크에서는 한-일 관계 주요 쟁점에 대한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도적이지만 민주당에 가깝다는 브루킹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미국진보센터가 각각 관련 세미나 또는 강연회를 열었다.

놀랍게도 일본 민간재단인 사사카와평화재단이 이들 행사를 모두 후원했다. 2차대전 뒤 에이(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되었으며 이후 우익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파시스트’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사사카와 료이치 전 중의원 의원이 설립한 곳이다. 그 세미나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이 합리적으로 들리고, 종군위안부 문제나 일본 재무장의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작거나 감정적으로만 들렸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책지식의 숲 워싱턴에서 반년을 지내고 돌아왔다. 그곳의 수많은 민간 싱크탱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미국 백악관과 의회로 종합되어 세계를 기획하는 데 활용된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또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지면을 통해 전세계 언론에 인용되며 확산된다. 사사카와는 이 생태계를 영리하게 활용했고 그 결과가 한-미 정상회담에 반영된 셈이다.

이곳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강해진 배경에는 무엇보다 탄탄한 재정구조가 있다. 주로 개인이나 재단이 후원자다. 포드재단이나 록펠러재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집중 지원한다. 길게는 10년씩 장기 지원하며 싱크탱크 자체를 키운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력이 찾아오고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

활동 방식은 제각각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혁명을 기획한 헤리티지처럼 정치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브루킹스처럼 비당파적 정책 연구에 몰두하며 ‘학생 없는 대학’을 자처하기도 한다. 애스펀처럼 젊은 리더들이 당파를 초월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을 제공하며 사회교육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모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생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한국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당 연구소는 당직자 월급을 처리하며 정략에 몰두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대학 연구소는 정부나 기업 연구프로젝트 실적을 좇느라 바쁘다. 시민사회 연구소들조차 값싼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재정을 충당하느라 허덕댄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싱크탱크를 싼값에 보고서를 조달하는 곳으로 여기며, 심지어는 노하우를 베껴가 직접 실행해 버리기까지 한다. 민간 재단들은 싱크탱크를 키우기는커녕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만 독촉하기 일쑤다.

조선시대에조차도 왕권을 견제하는 지식인집단인 사림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책 연구소나 민간 싱크탱크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 한국 정치는 지향점도 신뢰도 잃은 상태다. 시민의 지식과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체계는 완전히 깨어져 있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장기적 시각으로 독립 민간 싱크탱크를 구축하는 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통적인 연구소의 탁상공론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현장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어야 하고 시민의 집단지성을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뇌와 심장을 자극할 새로운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물론 이들을 뒷받침할 재원구조가 필수적이다.

?사족이다. 뜨겁던 3월의 워싱턴에서 딱 한 군데 한국 연구소가 눈에 띄었다. 정몽준 전 의원이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이었다. 그곳 소속 연구자는 워싱턴 한복판의 토론회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 성향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궁금했다. 그 많던 진보개혁 인사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 한겨레 / 2014.08.12 / 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 ]

 

미국 CSIS의 후원자는 일본 사사가와 재단?

https://tv.nate.com/clip/19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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