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석회수 마셔도 되나? 한국인들에게 널리 퍼진 유럽 석회수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낭설일 수도

 

유럽인들은 수돗물을 그냥 마십니다. 그것도 끓이지도 않고 마시는 사람이 대략 70%나 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돗물인 아리수를 그냥 마신다는 사람은 5% 정도에 불과합니다. 유럽의 물이 우리보다 더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 여행 중 에어비앤비(Airbnb)에 묵어 보면 한 번쯤 기겁하게 됩니다.



라면을 먹으려고 수돗물을 받아 물을 끓이면 그 위로 하얀 석회가 둥둥 떠다닙니다. 설거지한 다음 물기가 마르고 나면 싱크대에도 접시도 얼룩이 가득합니다. 커피포트 바닥에도 예외 없이 하얀 얼룩이 덕지덕지 끼어 있습니다.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세수할 때 비누 칠을 해도 거품이 잘 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시일이 지날수록 머리는 점점 더 뻣뻣해집니다. 다 물에 든 석회질 때문입니다. 이것을 경험해보면 유럽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정말 괜찮은 건지 걱정이 들게 됩니다. 한동안 유럽의 석회질 물을 오랫동안 마시면 그게 체내에 쌓여 담석이나 신장결석 및 요로결석에 걸리게 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리에 석회 성분이 축적돼 발목이 퉁퉁 붓는 '코끼리병'이 생긴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물에 석회 성분이 심한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에선 아무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담석이나 결석 환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럽에 훨씬 많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럽 정부에선 오히려 한술 더 떠 석회질에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뼈와 근육이 더 튼튼해진다는 것입니다. 석회질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탄산칼슘입니다. 이게 웬만한 양으로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계의 대체적인 결론이긴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무해하다고 단정 지어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중국의 예를 듭니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형성된 다양한 지형을 카르스트(Karst)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 기상천외한 절경이 만들어지는데 중국 사람들이 흔히 천하제일경이라 하는 계림이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50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국인 전체 평균수명인 71.8세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석회질 물이 건강에 치명적인 악양향을 주는 증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어떤 견해가 맞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이런 석회질 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직접 마셔보면 목넘김 자체가 찝찝하기도 하고 물갈이로 인한 배탈, 구토, 설사 등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는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더 심해질 수 있으니 무저건 생수를 사 먹는 게 상책입니다. 유럽의 물에 석회질이 많은 이유는 대륙의 지질 전반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석회암은 주로 조개나 산호 같은 해양생물체가 오랜 시간 쌓이고 단단하게 굳어져서 생기는 암석입니다. 이 말인즉슨 유럽 대륙이 아누 오랜 옛날에는 얕은 바다 밑에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판게아 이론에 의하면 2억 3천만년 전 5대륙은 하나의 땅이었고 유럽은 남주 지역을 제외하곤 모두 바다였습니다. 이게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대략 1만2천 년 정에 유럽 대륙이 육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석회암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은 지형이 평평하기 때문에 석회질이 지하수에 더 많이 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선 빗물을 가장 좋은 물로 여겼습니다.


땅에 스며들기 전이라 아직 석회 성분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질은 화강암 베이스입니다. 게다가 산이 많아 물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석회질 성분이 물에 거의 없습니다.


유럽에서 와인이나 맥주가 발전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석회질 물 때문입니다. 와인은 순수하게 포도로만 발효시켜 만든 술이기 때문에 석회질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맥주는 이뇨작용으로 인해 석회질이 몸 안에서 쉽게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즉, 와인과 맥주는 술이 아니라 석회수를 그냥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음료수 대용품인 셈입니다. 유럽 마트에서 생수를 무심코 집어 들면 물맛이 묘한 탄산수이기 일쑤입니다. 소위 가스가 들어 있는 물입니다.


탄산수의 주 성분인 이산화탄소가 석회질을 걸러내 주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이 밍밍한 맛의 탄산수를 무척 즐겨 마십니다. 중국에서 차 문화가 발전한 이유도 역시 물에 많이 든 석회질 때문입니다. 게다가 황토까지 섞인 물이 많아 물을 반드시 끓여 먹어야 했기 때문에 중국 전역에서 골고루 차 문화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유럽의 석회암 지질은 건축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럽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지천에 깔려 있는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석회암이 땅 깊은 곳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받으면 대리석이 됩니다. 석회암과 대리석은 연해서 비교적 쉽게 자르거나 다듬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집들이 가장 구하기 쉬운 돌을 재료로 사용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석회암으로 만든 가장 거대한 건축물을 들자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의 만리장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질 베이스인 화감암은 무척 단단한 돌입니다. 옛날 기술로는 이를 자르거나 조각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돌 대신 우리나라에선 목조 건축이 많게 된 것입니다. 서구에서 주장하는 대로 석회수가 인체에 무해하다 하더라도 실생활에 끼치는 불편함은 우리 말할 수 없습니다. 유럽의 화장실에 가면 수도꼭지가 달린 구식 비데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자식 비데의 편리함을 몰라서 유럽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술에 함유된 다량의 석회질이 전자식 비데의 섬세한 관을 틀어막기 때문에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유럽의 식당에 가면 반드시 물값을 따로 받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다량의 물을 정화시킬 정수기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미네랄워터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이죠.



이것 역시 석회질이 정수기의 필터를 수시로 막기 때문에 유지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럽의 식당에서 공짜로 물을 준다면 그건 100%로 그냥 석회질이 든 수돗물입니다. 석회수로 세수하고 나면 피부가 땅기는 느낌이 무척 강하게 듭니다. 피부의 수분을 석회질이 빼앗아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유럽인들이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실 유럽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석회수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대만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의 많은 지역들이 석회질이 다량 함유된 수돗물을 견뎌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불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지만 뉴질랜드, 호주, 태나다, 일본, 북유럽 국가들과 함게 석회질 문제를 포함해 물에 관해선 축복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지식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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