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문화 이끌던 '탐스슈즈'는 왜 위기를 맞았나: 탐스는 실적을 끌어올릴 전략이 없었다. 착한 기업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범한 것이다. 탐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만 패션 시장에서의 생존이 가능한 영리회사다. '착한 소비', '착한 패션' 등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심받기 어려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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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미국의 신발 브랜드 탐스(TOMS)는 2006년 설립됐다. 판매되는 신발 수만큼 제3국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는 '원포원(One for one)' 정책으로 '착한 소비'를 이끄는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맨발로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게 해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인턴 직원 3명과 시작했던 탐스는 창업 10년 만에 전 세계 100여 곳에 매장을 거느린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약 12년 동안 8800만 켤레 이상을 70여 개국 어린이들에게 선물했다. 신발뿐만 아니라 안경, 커피, 가방 사업에 뛰어들어 식수 기부, 빈곤국 산모 출산 지원, 안과 질환자에 대한 지원 등에 기부 영역도 넓히고 있다.
"하나 사면 하나를 기부한다" 8800만 켤레의 기적
탐스는 미국의 사업가였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가 설립한 회사다. 2006년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 마이코스키는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생활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만나게 됐다. 마이코스키는 당시 "이들에게 신발을 주고 싶다. 신발을 계속 줄 방법이 없을까?"란 생각을 하다가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의 신발을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탐스라는 이름도 '내일을 위한 신발(Tomorrow’s Shoes)'이란 뜻에서 착안했다.
탐스의 첫 출시작이자 가장 유명한 모델인 '알파르가타'는 아르헨티나의 전통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신발이기도 하다. 짚으로 된 밑창을 고무로 바꾸고, 캔버스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입혀 현대적인 신발을 만들었다. 탐스가 단기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단순하고 편한 디자인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마이코스키는 설립 당시 200켤레 기부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탐스의 취지에 공감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탐스 신발을 신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출시 6개월 만에 1만 켤레의 신발이 판매됐다. 출시 4년 만에 100만 켤레를 돌파, 지난해까지 기부된 신발만 8800만 켤레에 달한다.
안경·가방·커피 사업 확장하며 기부 영역도 넓혀
탐스의 기부 문화를 총괄하고 있는 '기빙(giving) 팀'도 2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기빙 팀은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기부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를 측정하는 등 기부만을 담당한다. 민간이나 공공부문에서 봉사활동과 보건활동을 진행했던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협력 파트너만 칠드런 인터내셔널, 세이브더칠드런, 케어 인터내셔널 등 100개 이상의 비영리 단체에 달한다.
신발 기부의 성공에 이어 원포원 기부 방식을 도입한 안경과 가방, 커피도 출시했다. 2011년 안경과 선글라스 판매를 시작한 탐스는 고객이 안경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안과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지원했다. 78만 명의 시각 장애인에게 안경을 선물하거나 시력 회복 수술을 도왔다.
2015년 출시한 탐스의 커피 브랜드 '탐스 로스팅' 역시 원두 한 팩을 소진할 때마다 물 부족을 겪는 빈민층에게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40리터의 물을 전달하는 캠페인 방식의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억 리터가 넘는 식수가 제공됐다. 또 탐스 가방은 가방이 팔릴 때마다 조산사 양성, 출산에 필요한 용품, 위생 키트 등을 기부하는데, 1년 동안 2만 명이 넘는 산모들이 이 혜택을 받았다.
착한 기업의 한계에 부딪힌 탐스
탐스는 '기부'를 목표로 설립된 회사였고, 그 목표에 도달한 뒤에도 지속 가능한 기부를 위해 노력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탐스'라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2015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한 소비자 조사에서 적십자, 그린피스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탐스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5억 달러(약 5880억원)에 달했던 연매출은 3억 달러(약 35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탐스에 대해 채권 평가에서 'Caa3' 등급으로 '투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2014년 베인캐피탈로부터 탐스 자산을 담보로 3억13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이 문제였다. 당시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였던 탐스의 기업가치는 6억 달러(약 7000억원)에 달했고, 베인캐피털은 실적을 끌어올려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탐스는 실적을 끌어올릴 전략이 없었다. 착한 기업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범한 것이다. 탐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만 패션 시장에서의 생존이 가능한 영리회사다. '착한 소비', '착한 패션' 등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심받기 어려운 전략이다.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 디자인 등에 대한 업데이트 없이 '착한 소비'만을 강조하는 건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유도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탐스는 안경, 가방, 커피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려 했지만, 지금까지도 95% 이상이 '신발'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는 데다 신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알파르가타' 단일모델에서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것'이 없는 탐스의 구매력이 떨어진 셈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파산 소문까지 들려왔던 탐스는 다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창업자인 마이코스키가 물러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스타벅스와 티모빌 등에서 경력을 쌓은 짐 에일링(Jim Alling)이 영입됐다. 짐 에일링은 지금까지 탐스만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시 신발에 집중했고. 직원 수를 25% 감축했다. 또 탐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며 동시에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있다. 또 탐스만의 기부 문화를 기반으로 '앤드 건 바이올렌스 투게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총기 소지'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이 담긴 서명서를 의회에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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