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가볍다 by 김훈

 

화장터에서 죽은 사람의 관이 전기 화로 속으로 들어가 시간이 몇 십 분쯤 지나면 ‘소각 완료’, 조금 더 후에는 ‘냉각 중’이라는 글자가 켜지고 화장은 끝이 난다. 흰 뼛가루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나오고 한 사람 분은 한 되 반 정도이다. 세 살 난 아기도 ‘소각’된다. 관이 내려갈 때 젊은 엄마는 돌아서서 울었다. 뼛가루의 침묵은 완강했고, 범접할 수 없는 적막이 흐른다.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었다. ‘일상생활 하듯이 그렇게 가볍게 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척거리지 말고 가자, 지저분한 것들을 남기지 말고 가자, 남은 것 있으면 다 주고 가자.’ 책장을 들여다보았더니 지니고 있었던 것의 거의 전부(!)가 쓰레기였다. 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한 생애가 지나갔다. 똥을 백자 항아리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둔 꼴이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표가 안 나게 이 쓰레기들을 내다버린다. 뼛가루에게 무슨 연민이 있겠는가.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죽음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결국은 가볍다.

작가 김훈이 쓴 ‘결국은 가볍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요약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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