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스케일이 작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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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이헌모의 일본 이야기] 우연히 아침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도쿄에는 23개 구(서울은 25구) 가 있는데, 그중의 가장 부자 동네로 알려진 미나토구(港区)의 공립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을 내년 여름 3박 5일 일정으로 행선지를 싱가포르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본 학교의 수학여행은 일본 국내의 교토와 나라 등을 돌아보는 전형적인 국내 유명 관광지 견학 방식과 한국을 비롯한 외국을 다녀오는 해외 체험형 수학여행 등이 실시되어 왔기에 미나토구 공립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내년에 싱가포르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은 뉴스거리가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상 학교가 사립이 아닌 공립중학교라는 점인데, 3박 5일의 경비가 한 명당 60만 엔이 넘는다 한다. 이에 학생 부담은 국내 수학여행 평균 경비인 7만 엔 선으로 억제하고, 나머지 비용은 미니토구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는데 물론 이는 세금이다. 대략 학생 일인 당 50만 엔에서 60만 엔 정도 보조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일본인의 스케일이 전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ㅎ

 

우선 놀라운 것은 싱가포르 수학여행 경비가 3박 5일에 60만 엔 이상 책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 같은 서민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한데, 역시 도쿄 최고 부자 동네의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통 큰 배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니토구는 도쿄 23구 내에서도 주민 평균 소득이 약 1,200만 엔이라고 하니 가히 일본 최고의 부자동네임에는 틀림없고, 우리 세금으로 우리 애들을 위해 쓰겠다는데 타인이 왈가불가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상식을 초월한 고액 경비 내역이 무척 궁금하다.

일본의 공공요금이나 교통비 등이 다른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인데, 이에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발주와 수주를 통한 입찰 과정의 담합을 비롯한 원청과 하청에 재하청의 구조적 문제와 나카누키(中抜き)라 불리는 중간착취 과정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으나 전혀 개선되거나 바뀔 조짐이 없다.

 

하여간 이번 미나토구의 공립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2024년도 싱가포르 수학여행을 둘러싼 이 소동이 어떻게 결착이 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일본은 과거 중앙집권 형태에서 1990년대의 지방분권의 흐름에 따라 각종 개혁을 통해 2000년 4월부터 지방분권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3할 자치’ 라 불리며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다자인하고 지도하는 대로 ‘실행’ 만 잘하면 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방분권이 진척되면서 지자체는 ’자율‘을 획득함과 동시에 ’책임’도 커졌다.

이에 따라 지자체 별로 타 지자체와는 구별되는 차별화 정책이 늘고 있는데, 이번 미나토구 수학여행 건도 그런 맥락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같아야 하는 ’평등‘을 추구하던 일본 사회가 지방분권의 진척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티부(Tibout)의 ‘발에 의한 투표’(voting by their feet)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덧) 아이폰으로 급히 작성하다 보니 비문이나 오탈자가 있을 터이지만 널리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 글 • 사진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中央学院大学)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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