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국제투기자본이 G2시대를 열기 위해 OPEC에서 석유 결제의 위안화 비중을 늘려주고 (중국에게 지분 일부를 떼어주고), 그 대신 미국 본토에서는 셰일가스 혁명을 일으켜 손해분을 상쇄하게 했다; OPEC의 석유 결제 비중에서 달러화가 줄어드니 미 행정부는 달러의 기축통화/미국의 세계패권 유지 위해 강달러 기조 이어가는 것; 도널드 트럼프든 조 바이든이든 강달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미국의 강달러 기조가 국제투기자본이 개입하는 초당적인 문제이고, 전술이 아닌 전략 차원의 문제임을 의미; 셰일가스 덕에 석유 순수출국 된 美는 2019년부터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정립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제투기자본이 ‘러시아-중국-사우디-이란’을 축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과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을 축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신(新)냉전’ 시대를 열고 있는 것; 2010년대 후반 이후 세계 각 국의 전례없는 군비 증강은 주시해야 할 흐름

 일반적으로 유가와 달러 가치는 역상관관계에 있습니다. 원유는 대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미국 외의 국가에는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유 가격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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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오일에 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영원한 동맹은 없다[양철민의 경알못]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3GA7M4FO
 

975년 '페트로 달러' 구축하며 미국과 사우디 '윈윈'

셰일오일에 석유 순수출국 된 美.. 사우디 몸값은 하락

美 대외정책 1순위는 ‘中 견제’.. 사우디 챙길 여력 없어

이란 위협에 다급한 사우디.. 페트로달러 흔들겠다 위협

美·中 갈등속 어설픈 '줄타기 외교' 벌이는 韓..남일 아냐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페트로 달러’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달러뿐 아니라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중국-이란’을 축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과 ‘미국-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을 축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신(新)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일부 내놓는다. 사우디가 위안화를 통한 원유 결제를 검토할 만큼, 글로벌 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권위주의 진영 소속 국가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경제·에너지 부문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세계의 공장’이자 미국과 함께 G2로도 불리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오는 203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라설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등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또한 이들 국가의 생산량이 전세계 2, 3, 4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가 705 Bcm(Billion cubic meter)의 가스를 생산했으며 이어 이란(234Bcm), 중국(195Bcm) 순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960Bcm으로 세계 1위이긴 하지만 이들 3개국은 인근 수요지에 ‘파이프를 통해 가스(PNG)’를 공급할 수 있다. 반면 북아메리카에 자리한 미국은 PNG 대비 단가가 몇배나 높은 액화쳔연가스(LNG) 형태로 수출해야 해 글로벌 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단순 천연가스 매장량만 따질 경우 러시아의 글로벌 비중이 24.3%로 압도적 1위이며 이란(17.3%)이 2위다. 미국은 5.3%에 불과하다. 희토류 또한 2020년기준 중국의 매장량이 4400만톤으로 압도적 1위이며 러시아의 비중(1200만 톤)도 상당하다.

다만 사우디가 원유 수출시 위안화 결제 허용을 검토하는 것은 이 같은 국제질서 변화와 외에 미국을 석유 순수출국으로 변모시킨 ‘셰일오일’과 관련이 깊다. 미국이 최근 몇년새 석유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사우디의 지위가 급하락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우디에게 군사적 보호막을 제공해 줄 이유가 최근 몇년 새 크게 낮아진 반면, 사우디는 이란의 부상과 같은 위협 때문에 미국의 도움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자칫 ‘페트로 달러’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속에서도, 사우디가 위험한 도박을 하는 이유다.

미국과 사우디에 서로 이득이었던 ‘페트로 달러’


페트로 달러는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후에도 미국이 글로벌 금융패권의 쥐게 해준 핵심 동력이다. 1944년 연합국 대표들은 미국 뉴햄프셔 브레튼우즈에서 만나,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태환제’를 도입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교환해주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연동되는 것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골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또한 이 같은 브레튼우즈 체제 하에서 탄생했다.

반면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정부의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달러 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게 된다. 금태환제 중심의 달러패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당시 금태환 중지에 기반한 달러패권 붕괴의 방아쇠는 프랑스가 당긴다. 미국은 1940년 독일에 무력하게 패배하며 세계 2차대전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한 프랑스를 종전 이후에도 계속 홀대해 왔다. 프랑스 또한 1956년 수에즈운하 소유권을 갖기 위해 영국과 중동에서 일으킨 국지전에서 미국이 이집트 편을 들었다는 점,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 시도를 미국이 사사건건 반대한 것 등에 강한 불만을 가져왔다. ‘위대한 프랑스’를 꿈꾸던 샤를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이같은 프랑스 홀대책 및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반발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계속해서 금으로 바꿔간다.

이후 미국의 눈치만 보던 여타 국가들도 프랑스의 행동에 자극을 받으며 금태환 요구를 잇따라 하게되자 1971년 리차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게 된다. 1819년 영국에서 시작된 금태환제가 150여년만에 종언을 고한 셈이다. 금(金)에 연동되며 일정 가치를 인정받았던 달러는, 결국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세간의 불안도 커져갔다.



미국은 1974년 발생한 ‘1차 오일쇼크’에서 해법을 찾았다. 당시 이스라엘과 중동전쟁을 벌이고 있던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를 무기화 하기 위해 석유 감산에 나선다. 이에 따라 석유의존도가 컸던 서방 주요국들은 두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신음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1973년 12.8%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년만에 6.6%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가스, 원자력, 신재생 등 대체 에너지원이 많은 지금과 달리 1970년대 석유의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가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 했던 셈이다.

이에따라 미국은 석유와 달러를 묶는 정책을 고안해 낸다. 1975년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대금은 미국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 대신 미국은 사우디에게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한다. 페트로 달러 시대는 이렇게 본격 시작된다.

셰일오일에 석유 순수출국 된 美.. 사우디 몸값은 하락


이 같은 페트로 달러 시대의 균열을 가져온 국가는 역설적으로 미국이다. 미국은 2010년대 셰일오일 채굴 열풍으로 10년새 석유 생산량이 2배 가량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3억4610만톤으로 세계 3위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7억1270만톤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미국의 국제 원유시장 점유율도 8.6%에서 17.1%로 껑충 뛰었다. 반면 같은기간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5억2270만톤에서 5억1960만톤으로 10년새 제자리 걸음을 했다.



특히 미국은 국경을 접한 캐나다에서 파이프 라인을 통해 원유를 상시 공급받아 2019년에는 ‘원유 순수출국’ 자리에 까지 오른다. 실제 캐나다는 2020년 2억5220만톤의 원유를 생산한 반면 자국내 소비량은 9810만톤에 불과해 미국의 핵심 원유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이 미국의 글로벌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1970년대 대비 크게 낮아졌다. 실제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된 2019년부터 양국간 관계는 파열음이 꾸준하다. 시아파의 수장이자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이 지난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우디의 동맹국인 미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 1순위로 추진중이었던데다 중동산 석유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만큼 굳이 사우디를 위해 힘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암살사주’ 의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집권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가 참전한 예멘 내전 지원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이란과 ‘핵 협정(JCPOA)’ 복원 시도 등으로 사우디의 불안을 꾸준히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불안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사우디는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8.0%로 전세계에서 이스라엘(5.3%)과 러시아(3.9%)를 뛰어넘는 압도적 1위다. 사우디의 인구는 3500만명 가량으로 숙적인 이란(약 8500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쳐, 값비싼 외국 용병에 국방의 상당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의 GDP가 7000억 달러 수준으로 이란(1900억 달러) 대비 높기는 하지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사담후세인 정권 실각 후 이라크의 집권 세력이 수니파에서 시아파로 바뀌는 등 중동에서 시아파 세력이 확대되는 것 또한 사우디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중동전쟁에서 맞붙었던 이스라엘과 ‘이란 견제’를 목표로 관계 회복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美 대외정책 1순위는 ‘中 견제’.. 사우디 챙길 여력 없어


위안화를 통한 원유 결제라는 미국을 향한 사우디의 ‘협박’은 사우디가 처한 곤경을 잘 보여 준다.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에너지 판도 변화에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에너지 부국 사우디가 원전 건설을 추진중인 것 또한 이 같은 에너지 시장 변화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불리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가치 또한 이 같은 사우디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 아람코는 2019년 말 상장 직후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2020년 8월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며 ‘8개월 천하’에 그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대(對) 중국 포위망 구축에 여념이 없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리머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극복에 집중하느라, 중국의 급성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국 견제는 본격화 된다. 2017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는 기존 아시아·태평양정책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듬해 미국 태평양사령부(USPACOM)를 인도·태평양사령부(USINDOPACOM)로 명칭을 바꾸며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미국·인도·호주·일본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쿼드를 정상들이 참여하는 안보협의체로 격상시켰다. 쿼드는 미국이 구축 중인 중국 포위망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미국은 올 상반기 내에 ‘인도태평양 경제 틀(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을 발표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포위망을 보다 단단히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경제제재 등의 조치만 내놓은 것 또한, 중국 견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사우디의 몸값이 낮아진 것 외에 미국이 중동에 예전처럼 힘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사우디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美 도움 절실한 사우디.. 韓, 남일 아냐


한국 또한 향후 사우디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라는 뜻의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대표되는 줄타기 외교를 5년째 지속해 왔다. 반면 미국과 중국 모두 최근 몇년 새 ‘우리 편에 서라’며 한국을 압박 중이다. 우리 정부의 선택에 따라 글로벌 정세 변화속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반도체가 향후 외교정책에서 향후 레버리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로 국제정세 변화속에 살아남았던 만큼, 글로벌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D램 등의 반도체가 그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반면 이 같은 반도체 경쟁력은 미국 눈밖에 날 경우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이 이같은 우려의 근거가 된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급등시키며 일본 반도체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린데 이어 이듬해에는 일본산 반도체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한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결국 1989년까지만 해도 NEC·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업체가 나란히 1·2·3위(매출 기준)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 업체가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TSMC에 이어 삼성전자가 세계 2위 규모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또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오지 못할 경우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칩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실한 레버리지가 되기 힘들다. 실제 ASML이 지난 2012년 미국업체 ‘싸이머’를 인수해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EUV 장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 경우 ‘포스트 반도체’라는 이차전지를 비롯해 한국이 육성중인 첨단 산업은 최소 몇년간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이차전지 4대 구성품목인 양극재의 원재료 ‘전구체’는 중국 수입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앞선 중국과 일본간의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드러났듯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우리 나라를 압박할 수 있다. 실제 희토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기차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역의존도가 59.9%(2020년 기준)로 주요 20개국(G20) 중 독일(67.0%)에 이어 2위인 한국 입장에서는, 사우디 보다 더욱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위안화를 통한 원유 결제 카드를 꺼내들며 미국을 향해 ‘나를 봐달라’는 사우디의 절박한 외침에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3GA7M4FO
 
 
 
 
 

JP모건 "달러화, 석유 시장내 영향력 약화…'부분적 탈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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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달러가 석유 시장에서 점차 기피되면서 '부분적 탈달러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달러 강세와 유가 간 상관관계가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JP모건은 점차 석유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와 같은 비달러 통화 비중이 늘어나면서 달러화와 유가 간의 반비례 상관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 거래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유가가 하락한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JP모건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무역 가중 미국 달러(다른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가 1% 상승하면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약 3% 하락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무역 가중 미국 달러 가치가 1% 상승할 때 브렌트유 가격은 0.2% 하락에 그쳤다. 이는 상품 거래에서 달러화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JP모건의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자한기르 아지즈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달러의 중요성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미국 달러의 국제 결제 비중은 약 46%로 유로화와 위안화가 각각 약 25%, 3%에 그치는 데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JP모건은 현재 '부분적 탈달러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는 달러가 방대한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대신 위안화가 미국 비동맹 국가들과 중국 무역 상대국들 사이에서 달러의 현재 기능 중 일부를 맡게 될 경우 부분적 탈달러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우디 감산에 말 못하는 미국…왕년의 미국이 아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646402

 

 OPEC 플러스 회원국이 지난 2일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감산하기로 했죠. 회원국 중 제일 앞에 서 있는 사우디는 하루 50만 배럴 감산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 2월엔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라고 했는데, 또 감산하는 겁니다. 유가 80달러 선을 지키려는 조치입니다. 이익이 줄어드는 걸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거죠.

■ OPEC+ 감산에 미국은 속앓이만...

미국은 당혹스럽습니다.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 이유가 바로 유가 상승 같은 물가 때문인데 산유국이 감산하면 기름값이 오르게 되죠. 발표 이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바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고, 6일 종가 기준 0.11% 오른 80.7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3월 한때 7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했다가 4월 2일 감산 발표 이후 반짝 급등한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선 물가 상승 이슈는 지나갔고 일부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할 것인지, 경기침체를 어떻게 비켜 갈 지가 온통 관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으로 물가 문제를 완전히 책장 안에 넣어둘 수 없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상황은 쉽게 오지 않겠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사이만 더 멀어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1위 국가 수장답지 않게 이번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발표 다음 날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미국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80년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감산 발표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를 규제하겠다던 약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왜 이런 반응을 내놓을까요?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태도입니다. 당장 유가 상승이 전 세계 물가를 건드리고 자국의 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는데 말이죠. 사우디를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Bye-bye 미국·사우디 '밀월'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거래를 100% 달러로만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고, 미국은 이른바 '페트로 달러'로 인해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호적인 두 나라 관계는 9.11테러 이후 미국과 사우디와의 갈등,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을 통한 원유가격 급락, 그리고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한 것 등을 통해 계속 악화돼 왔습니다.

이번 사우디 주도의 산유국 원유 감산 외에도 사우디는 중국과 손을 잡으며 미국과의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 수도에서 열린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위안화 결제를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 달러에 도전한 바 있는데요.
이 기세로 상하이 석유천연가스거래소는 처음으로 중동산 액화천연가스를 위안화로 거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중국 정유회사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위안화로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사우디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이미 원유수출의 최대 국가가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550% 이상 성장하는 사이 중국의 급속한 원유수입량 증가의 절대적 부분을 걸프협력회의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에 거의 8,800만 톤을 중국에 선적한 이 지역 최대의 중국 원유 수출국입니다.

사우디 전체 원유의 27%, 화학 제품의 25%를 중국이 사가다 보니, 경제 분야만 보면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바이든 미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불편하게 했는데 말이죠.

■ 원유 달러 결제까지 위협받나?

관심은 "달러 결제에 변화가 오냐"입니다. 일단 미국 달러화에 대한 도전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말레이시아 총리는 "중국이 미국 달러화와 국제통화기금 IMF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에 관심을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가 계속 달러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브라질도 달러화를 배제하기 위해 최대 무역국 중국과의 교역에서 중국 위안화와 브라질 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위안화로 표시된 무역 결제와 투자가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가 수출 대금의 위안화 결제 비중을 16%로 늘린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중국 위안화의 국경 간 국제 결제금액은 지난해 42.1조 위안(8,060조 4천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2017년 대비 4.6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다만 아직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19%에 불과합니다. 금융통신망 스위프트 집계 결과 달러의 41% 비중에 크게 못 미칩니다. 세계 국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0.8%에서 2022년 58.4%로 소폭 감소한 반면, 위안화 비중은 같은 기간 1.9%에서 2.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원유 결제가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다변화된다면 그건 일대 큰 사건이 됩니다. 그렇게 될까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이른 시간 안에 거기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서방에 있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런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이 중국 위안화 때문에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보고서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달러화 보유고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위안화가 달러화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중국 내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한 과학기술대 재무증권연구소 동덩신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탈달러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남용해 다른 통화와 경제에 피해를 줬다"며 "미국이 더는 세계 최대 무역 경제국이 아니기 때문에 달러 헤게모니는 점차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사우디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
안보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에 공식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다수 회원국이 반미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국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외무장관, 그리고 중국 외교부장이 서로 손을 맞잡은 장면은 중동에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했습니다.

앙숙이었던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 합의 후 이행 조치를 논의했는데, 두 나라 외교 장관의 가운데에 미국이 아닌 중국 외교부장이 서 있었다는 점이 크게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 변화를 미국이 아닌 중국이 이끌었다는 점, 사우디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중국과도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은 미국이 더는 '왕년의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켜줬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재정적·군사적 수단을 통해 달러 패권을 놓지 않으려 시도하겠지만, 중동 외교가 자꾸 흔들리고 페트로 달러가 위협받으면 받을수록 달러 패권은 흔들리고 과거 달러의 위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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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 사람들은 은행으로 달려갔다. 러시아 화폐 루블화가 아닌 달러를 인출하기 위해서였다. 왜 달러였을까?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기축통화인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일 난리다. 무력 중심의 미소 냉전 시대가 끝난 후 힘은 무력에서 경제로 넘어갔다. 세계는 무기보다 강한 돈으로 얽혔고, 국가 간 돈의 흐름은 신체의 혈행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나라라도 평화를 위협하면 미국은 곧바로 경제제재라는 카드를 뽑아 든다. 국가 간 돈의 흐름을 막는 것은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 것처럼 그 나라를 고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러와 상품 사재기, 그리고 더 커진 이자 부담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국민이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가 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침공 결정이 경기 경색이라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극단적 금융통제 조치까지 내놓으며 방어에 나섰지만 실상은 허약한 경제 체질만 드러내는 모양새다. 러시아 국책은행 들이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되었고, 해외 자산도 동결되었다. 러시아는 이론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만큼 외환보유액(6400억 달러)이 충분하지만 서방이 대부분 자산을 동결하고 있어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러시아는 400억 달러(약 48조원)의 대외 부채를 안고 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에 비하면 적지만 외환보유액이 묶여있어 언제든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 (S&P), 피치 등 세계적 신용평가사는 이미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로 부여했다. 무디스는 지난 3월 6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정크(B3)’에서 디폴트 직전 단계인 ‘Ca’ 등급으로 4단계 강등했다.


기축통화가 되는 조건은 다소 까다롭지만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외환위기를 겪지 않아도 되는 등 몇 가지 장점을 갖는다.
기축통화가 되는 조건은 다소 까다롭지만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외환위기를 겪지 않아도 되는 등 몇 가지 장점을 갖는다.



전 세계 유일한 기축통화, 달러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한다고 발표하자 러시아 사람들은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갔다. 러시아 전역의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와 환전소 앞은 며칠간 장사진을 이뤘다. 경제 악화로 금융시장에 위기 감이 조성되면서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 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상황인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월 28일 하루에만 가치가 30% 급락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는 약 70% 폭락했다. 해외에서 루블화의 가치는 70% 줄 어드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 갚아야 할 달러 부채가 70% 더 불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루블화가 휴지 조각이 되면서 러시아 국민은 앞다퉈 달러를 인출하려 했지만 이내 허사가 되었다. 발 빠른 누군가가 이미 달러부터 인출했기 때문이다. 왜 달러를 인출하려 했을까? 답은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key currency)’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는 국제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 미국 예일대 로버트 트리핀 교수가 처음 명명했다. 현재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기축통화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자유교환성(free convertibility)이나 자유대체성(free transfer- ability)를 보유해야 한다. 둘째는 통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두텁고 통화가치의 안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는 위 두 가지 조건을 갖춰도 통화 공급량에 한계가 있고 통화 수요가 적으면 국제통화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이므로 국제결제 통화로서 수요도와 공급도가 높아야 한다. 넷째는 해당 통화를 보유한 국가의 금융시장이 국제 금융시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기능과 조직을 구비해야 한다. 혹자는 강한 군사력을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꼽기도 한다.



첫 기축통화는 영국 파운드화
국가 간 교역에서 지폐를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년 전만 해도 국가 간 거래에는 금화를 사용했다. 믿을 만한 건 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화의 최대 단점은 무겁다는 것이었다. 많이 가지고 다니기 힘드니 당연히 교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거센 풍랑을 만나 배가 바다에 가라앉기라도 하면 금화도 함께 수몰되 었다. 금화의 가치가 높은 만큼 소상공인에게 이런 사고는 곧 파산을 의미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금 보관증이다. 은행에 금을 맡기면 그 양만큼 보관증을 써줬다. 사람들은 금 대신 보관증으로 물건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지폐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는 곧 금본위제도의 시작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은 경제적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마셜플랜’을 통해 많은 달러를 유럽에 공급한 덕분에 유럽 경제는 회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럽은 경제적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마셜플랜’을 통해 많은 달러를 유럽에 공급한 덕분에 유럽 경제는 회생했다.



이 방식을 가장 먼저 채택해 전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것은 영국의 파운드화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부를만큼 세계 최강국이었다. 하지만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많은 금을 허비한 영국은 파운드화를 충분히 찍어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영국 경제는 기울기 시작했고, 파운드화에 대한 신뢰도는 급락 했다. 더구나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이어진 세계공황으로 경제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영국의 파운드화는 더 이상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뉴딜정책’을 도입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 시장에 의존하는 ‘블록경제권’을 형성했다.
이때 파운드화 대신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은 것이 미국의 달러다. 영국과 달리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에서 군수물자를 팔아 엄청난 돈을 벌었다. 여기에 서부에서 엄청난 금광이 발견되며 전 세계 금의 70% 이상을 갖게 되었다. 결국 미국은 한 손에는 돈을, 다른 한 손에 는 군사력을 거머쥐며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 로 유럽은 승전국, 패전국 할 것 없이 경제적 파산 지경을 맞았다. 폐허가 된 국가를 다시 재건하기 위해 원활한 교역은 필수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돈이 있어야 했다.



전쟁이 만들어준 달러의 기축통화화
1944년 7월, 44개국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였다. 이 회의에서 새로운 기축통화로 미국의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 전제 조건은 미국의 금 보유량만큼만 달러를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금 1온스=35달러’라는 조건에 동의함으로써 브레튼우즈 체제가 시작되었다. 달러가 금 보관증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달러가 곧 금이 된 것이다. 어느 한 통화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에서 그 돈을 쉽게 쓸 수 있을 만큼 통화량이 많아야 한다. 미국은 유럽 재건 프로그램 ‘마셜플랜’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달러를 유럽에 공급하게 된다. 그 덕에 유럽은 경제를 되살릴 수 있었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더욱 굳건해졌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았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베트남전쟁이다. 이 전쟁은 순항하던 미국 경제 의 발목을 잡았다. 금방 끝낼 것이라는 미국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 전쟁은 1955년에 시작해 무려 2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결국 이 기간 미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전쟁 비용을 베트남에 쏟아부었다. 미국은 마구잡이로 달러를 발행했다. 언뜻 봐도 미국이 가진 금 보유량을 넘어서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전제 조건을 무시하는 일이었다.

결국 유럽은 미국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 요구는 명목상으로는 미국이 브레튼우즈 체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독주를 막고 싶었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만한 양의 금이 없어 내어줄 수 없다며,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 대환’을 중단한 다고 선언해 버렸다. 이름하여 ‘닉슨쇼크’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약속은 물론 금본위제도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달러가 곧 금, 금은 곧 달러라는 등식이 깨지는 것이고, 달러가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대국이 된 미국을 응징할 방법은 없었다. 더구나 달러 외에 기축통화 역할을 할 다른 대안도 없었다.
1971년 12월, 선진 10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모였다. 금이 없어도 달러를 계속 기축통화로 인정하기로 하는 ‘스미스소니언 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그리고 달러에 고정시킨 자국의 환율을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은 극심한 환율 변동과 외환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게 되었다.



금 보관증에서 석유 구입증으로
위기는 넘겼지만 달러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중동전쟁에서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아랍 산유국들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단기간에 석유 가격을 4배나 올렸다. 석유 가격이 오르자 모든 물가가 순식간에 급상승 곡선을 그렸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불황에 빠져들었고, 미국을 포함해 각국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달러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기축통화의 생명인 안정성이 위협받자 미국의 외교 천재 헨리 키신 저가 묘안을 내놓았다.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 모든 석유 대금 결제를 달러로만 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에 OPEC(석유수출국기구)에서의 석유 가격 결정권을 주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석유 한 방울 이라도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했기 때문에 전 세계는 달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렇게 달러는 다시 귀하신 몸이 되었다. 그래서 달러의 새로운 이름 ‘페트로 달러(Petro Dollar)’가 생겼다. 달러는 금 보관증이 아닌 석유 구입증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또다시 호황을 누리게 되었지만, 수많은 나라의 경제는 쑥대밭이 되었다.


오일쇼크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아라비아를 설득해 모든 석유 대금 결제를 달러로만 하게 했다. 미국은 호황을 되찾았지만 수많은 나라의 경제는 쑥대밭이 되었다.
오일쇼크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아라비아를 설득해 모든 석유 대금 결제를 달러로만 하게 했다. 미국은 호황을 되찾았지만 수많은 나라의 경제는 쑥대밭이 되었다.



막강한 경제력, 군사력을 갖춘 데다 이런 일련의 사태 이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힘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 몇십 년간 많은 나라는 자국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길 원했다. 혹자는 우리나라 원화 는 기축통화가 될 수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최강국으로 배타적 자존심이 강한 미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 하고 환율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화폐 가치가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 등 기축통화로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1971년 닉슨쇼크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국은 유일한 기축통화 국가의 지위를 어떤 식으로든 지킬 것이 분명하다.

출처 : 리더피아(Leaderpia)(http://www.leader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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