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C에 감기예방 효과 없다; 비타민제 찾지 말고 채소·과일 섭취를 by 명승권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515004.html

 

명승권의 건강강좌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대다수 환자들이 건강을 위해 합성비타민제를 먹고 있다고 말한다. 담배는 피우고 술은 많이 마시나 운동은 할 시간이 없으니 비타민제를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타민제나 이를 포함한 종합영양제는 전체 인구의 약 20%가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미국은 약 50%가 이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비타민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 최근 수십년 동안 발표된 2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각종 비타민, 항산화제,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심장 및 혈관질환과 소화기암의 발생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합성한 비타민제나 항산화보충제도 과연 건강에 이로울까?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47편의 임상시험들을 종합분석한 연구 결과가 2007년 2월에 발표됐는데, 이를 보면 놀랍게도 비타민 에이(A), 비타민 시(C), 비타민 이(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이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았다. 필자도 2009년에 국제종양학술지인 <종양학연보>에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비타민 A,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암 발생에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먹은 집단에서 방광암 발생이 52% 높았다. 29편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해 2010년 발표된 논문에서도 비타민 C 보충제를 하루에 200㎎ 이상 먹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감기 발생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주장했던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은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일부 의대 교수 등에 의해 공공연하게 선전돼 왔다. 현재 성인 하루 비타민 C 권장섭취량은 영국의 경우 40㎎, 세계보건기구는 45㎎, 미국은 90㎎, 우리나라는 100㎎이다. 이 요법은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표준 권장량보다 10~200배 되는 양을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요법의 옹호자인 한 의대 교수는 일반인들의 경우 1000㎎의 비타민 C를 2알씩 하루 3회, 즉 6000㎎을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은 가설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오히려 비타민 C를 하루 1000㎎ 이상 먹으면 설사와 같은 위장장애, 결석, 용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암연구협회와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에서는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제를 먹으면 폐암의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에서는 비타민 A, C, E, 종합비타민제 또는 항산화보충제를 먹어도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타민을 과일과 채소가 아닌 약으로 먹는 것은 오히려 조기 사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암 예방의 효과도 없다. 일부 의사나 연구자의 주장에 휩쓸리지 말고, 비타민은 하루 권장량을 섭취하되 약이 아닌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도록 하자.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선임연구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번주부터 ‘명승권의 건강강좌’와 ‘허찬희의 정신건강’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 전문의)과 허찬희 영덕제일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 바로잡기와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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