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를 통해 생각해보는 하이테크와 인류의 미래: 미래에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을 홀로그램으로 즉각적으로 구현한 다음, 그 이상형과 AR/VR+뉴럴링크의 형태로 즉각적인 키스, 애무 및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급기야 현실보다 가상세계가 주는 쾌락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묘사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와 같이, 가상세계가 현실이 되고, 현실세계가 가상이 되는 수준의 역전이 일어날 것이다
1970년대 아놀드 토인비가 늘어나는 자동차들 때문에 도시가 점점 싫어진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작은 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자동차 공해는 물론이고, 온갖 종류의 '디지털 공해'가 1970년대보다 훨씬 더 심한 시대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불특정다수 사이의 대화는 단절된지 오래고, 지하철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않는 인간을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TV와 스마트폰에 밀려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 핵가족화와 개인주의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토인비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더라면 IT의 발전으로 인해 야기된 인간성의 상실에 통탄했음이 분명하다.
'하이테크에 의한 비인간화'와 '아날로그 감성의 쇠퇴'는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즉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1970년대보다는 2023년이 더, 2023년보다는 2033년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하여,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는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시장은 오프라인 마켓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경에는 오프라인 마켓보다 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게임에 중독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숫자 역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The report titled "Future of Retail" added that the size of the overall online market will jump to $325 billion in 2030 from $70 billion in 2022. It will be bigger than the organised retail market, reaching $230 billion in 2030 from $110 billion in 2022."
https://www.business-standard.com/industry/news/online-retail-market-to-grow-2-5x-faster-than-offline-till-2030-deloitte-123062600308_1.html
<블랙미러> 시즌5 1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바로 이 점에 천착해서, 뉴럴링크와 VR/AR 기기가 결합된 근미래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멀쩡히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흑인 남자 주인공은 어느 날 동성의 흑인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AR/VR 게임에 접속하게 된다. 여기서 친구와 서로 다른 아바타로 분장한채 격렬한 섹스에 빠진다. 현실에서 부인과 즐기는 섹스보다 쾌감의 강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 마약같은 유혹을 끊어내지 못한다. 아내와 자식을 생각해서 몇개월 동안 게임을 멈춰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가상세계의 쾌락을 포기하기 못하고 (또는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1년에 하루 정도 날을 잡아서 동성 친구와 함께 게임에 접속해서 쾌락을 즐기게 된다.
자칫 뻔한 설정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에피소드를 <블랙미러>의 제작자 찰리 브루커는 참신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참신하다고 느꼈던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다.
1) 완전한 이성애 성향의 흑인 남자 둘이 가상세계에서 남녀의 배역, 그것도 서양인 여성과 동양인 남성이라는 아바타가 되어 격정적인 섹스를 즐긴다는 포스트모던한 설정: 현실과 가상세계의 괴리감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말한 '죽음의 5단계'처럼, 주인공 남성이 가상세계가 주는 쾌락을 처음에는 격렬하게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그 쾌락에 다시 빠지고 중독되어, 결국에는 현실과 가상세계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적당한 절충안을 채택하게 된다는 설정: 주인공이 가상세계에 대해 겪는 정서변화의 단계가 지극히 현실적이다. 마지막에 가서 절충안을 취하게 과정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다. 만약 <블랙미러>의 이 에피소드를 찰리 브루커가 아닌 인도의 제작자가 만들었다면, 어설픈 권성징악의 내용, 이를테면 주인공 남성이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완전히 끊어내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결말로 끝났을 것이다.
앞으로 '하이테크에 의한 비인간화'와 '아날로그 감성의 쇠퇴'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척될수록, 기술중독의 강도는 심해질텐데, 이는 특히 섹스산업에서 그럴 것이다.
미래에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을 홀로그램으로 즉각적으로 구현한 다음, 그 이상형과 AR/VR+뉴럴링크의 형태로 즉각적인 키스, 애무 및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급기야 현실보다 가상세계가 주는 쾌락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묘사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와 같이, 가상세계가 현실이 되고, 현실세계가 가상이 되는 수준의 역전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토르 브라우저 같은 다크웹에서 연예인/아이돌 얼굴을 합성한 가짜 동영상들이 돌아다니며, 지인의 얼굴을 야동과 합성하는 신종 범죄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문명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더욱 무서운 (?) 사실은 현재에는 대다수의 대중들이 다크웹과 AI 딥페이크 기술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기술이 일반대중에게 널리 퍼져 면역화되고, 합법화되며, 무덤덤해지는 시기가 되면 (앞으로 50년-100년 뒤쯤이 되지 않을까?),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인구가 현실세계보다는 가상세계에 적을 두고, 그 세계에서 쾌락을 얻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저출산, 저성장 같은 암울한 미래전망과도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이런 변화를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녀석들이다.
이런 하라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실리콘밸리다. 하라리는 최근 펴낸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홍보차 2018년 가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해이스팅스는 그를 위해 저녁 식사 파티를 열었고,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비밀스런 최첨단 분야 연구를 책임지는 X의 경영진은 그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3500석이 매진됐다. 페이스북도 그를 초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그의 책을 극찬했다.
실리콘밸리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하라리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한 가지 가능성은 나의 주장이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니 그냥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더 걱정스럽습니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요?” 물론 자신들이 하는 일이 끼칠지도 모르는 악영향이 걱정돼 하라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열정적인 환영과 칭송은 여전히 그를 불편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엘리트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 그들을 겁먹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지적인 유희로 전락할 수 있어요.”
세계가 점점 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 되면서 쾌락과 유혹의 강도 역시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단계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포르노 잡지를 보던 시기에 비해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시기가 되자 쾌락과 유혹의 강도가 심해졌다.
- 포르노 비디오를 보다가 '야동'같은 포르노 영상 다운로드/온라인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시기가 되자 쾌락과 유혹의 강도가 심해졌다.
- 마약 역시 기존의 코카인이나 필로폰, 헤로인보다 더 강력한 펜타닐이 등장해 미국의 젊은층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하여, '야동'같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보는 시기에서 2050년대-2100년대 AR/VR같은 가상세계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당연히 쾌락과 유혹의 강도가 한층 심해질 것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 이를테면 2100년에는 대다수의 세계 인구가 AR/VR 세계에서 자신이 창조해낸 이상형과 연애를 하고, 대화를 하며, 섹스를 하는데 상당수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로봇산업은 지금까지 그 발달이 매우 더뎠다는 점에서, 현실에서 인간과 흡사한 로봇과 섹스를 하는 미래보다는, AR/VR 기술을 통해 섹스를 하는 미래가 보다 근미래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2100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뒤의 미래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주 먼 미래에는 인간과 로봇이 구분되지 않는 단계까지, 또 유전자공학 기술을 통해 대량의 섹스노예들을 만들어낼 단계까지 갈지도 모르니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배하는 'IT세계의 관리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헌납하고, 현실세계에서의 정치적 주권을 포기한 인류에게, '야동'이라는 당근을 지속적으로 던져주며 지배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다. 고전적인 3s정책이 과거에는 신문매체와 라디오, TV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에는 온라인 미디어와 SNS를 통해, 미래에는 AI와 AR/VR/뉴럴링크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독교인들이 떠들어대는 '사탄의 재현', 또는 불교인들이 말하는 '말세'는, 분명 지금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비교적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갖고 있는 (?) 아날로그-디지털 문명의 과도기에 불과할 뿐이다. 말세는 더이상 현실에서 섹스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게 될 때, 즉, 언제 어디에서든, 가상세계에 접속해 자신의 이상형, 또는 아이돌과 섹스를 하게 될 때가 될 것이다. 만약 이것도 말세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한층 더 극단적인 상상을 해보도록 하자. <터미네이터>나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세계를 지배하거나, 서로 다른 생명체들끼리 유전자를 결합하는 (인간+지렁이의 조합이라던가^^) '키메라의 시대'가 그 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먼 미래에는, 지금 인류가 상상하는 모든 해괴망측한 것들이 부분적인, 또는 완전한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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