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사례: 교육 기회가 팽창하고, 복지가 늘어나자 양극화가 줄어들고, 사회이동이 활발해졌다 by sovidence

 

IFS 논문 요약

Heckman & Landerso 논문

 

IFS의 한 줄 요약은, "복지국가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줄 수는 있어도, 기회공정을 만들 수는 없다." 논문의 결론은, "의심할 바 없이, 세후 소득의 측면에서 덴마크는 미국보다 더 평등하고 세대 간 사회 이동이 높은 사회다. 이는 세금과 소득이전의 결과이지, 기술형성의 정책 때문이 아니다." 즉, 기회평등이 되어서 덴마크의 사회이동이 높은게 아니라, 부모 세대의 결과평등이 되어서 덴마크의 자녀 세대 사회이동이 높은 것.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 미치는 영향으로 따지면 미국과 덴마크 사이에 차이가 없다.  

 

넵, 바로 그 소리. 정책 목표는 결과 평등이 되어야지, 기회 공정이 되면 안된다. 후자는 실패한다.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기회공정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결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기제로 주로 작용한다. 자녀 세대의 개천룡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모 세대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다. 

 

 

 

교육 효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는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의 학업성적이다. 덴마크의 1958년생이나, 1988년생이나 차이가 없고, 미국이나 덴마크나 차이가 없다. 금수저의 자녀가 흙수저의 자녀보다 성적이 높다. 

그럼 정책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는 소리냐? 그런거 아님. 아래 그래프는 미국과 덴마크의 출생연도별로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학력의 회귀분석 계수값 변화. 계수값이 낮을수록 부모와 자녀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의미, 즉, 값이 작을수록 자녀의 학력성취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작다는 의미다. 

 

보다시피 미국은 큰 변화가 없는데, 덴마크는 1940년대 출생자에서 계수값이 크게 낮아진다. 이 때 무슨 일이 있었냐하면, 하나는 교육팽창. 모두가 중등 교육을 받게 되면서 교육 성취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달리 말해, 사회이동을 촉진하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모두가 중등교육을 받고,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는 교육팽창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 확대다. 1960-1980년 20년 사이에 GDP에서 복지에 쓰는 비용이 20%에서 45%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그래서 세후 불평등을 대폭 낮췄다. 그랬더니 사회이동이 증가하였다. 

 

덴마크의 최근 코호트에서는 자녀의 교육성취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이 증가한다. 대학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덴마크는 대학 진학률은 한국이나 미국보다 낮은 편이다. 25-34세 인구 중 한국은 70%가 넘게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덴마크는 45% 정도다. 덴마크에서 교육 성취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대학 팽창이 상대적으로 느려서가 아닐까 싶다 (추측일 뿐임). 어쨌든 덴마크에서 대학 등록금은 무료지만, 그게 금수저-흙수저의 격차를 줄이지는 못했다. 

 

 

정리하자면, 아무리 보편 복지 정책을 써도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끼치는 부모의 영향력을 줄이지는 못하지만, (1) 모두가 더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2) 전반적 복지 확대로 부모 세대의 불평등을 낮춤으로써, 세대 간 사회이동을 높일 수 있다. 

 

 

 

Ps1. 한국만 대학 팽창 후 금수저-흙수저 격차가 더 늘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 이런 잘못된 인식을 깨고 진실을 전하는 <교육과 사회이동> 책 시리즈를 보셔야 :-) 

Ps2. 논문은 이웃효과와 관련된 학문적으로 중요한 문제제기도 담고있지만 그건 직접 읽어보시길. 

Ps3. 덴마크는 대학 등록금 무료지만, 그렇다고 금수저-흙수저의 대학 진학률 격차를 줄이지는 못한다. 무료 등록금의 헤택을 가장 크게 받는 계층은 중산층이다. 덴마크에서 보육도 보편 복지지만, 이걸 살뜰하게 잘 이용하는 계층은 중상층과 상층이다. 

출처: https://sovidence.tistory.com/1142 [SOVIDENCE: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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