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60갑자는 바빌로니아의 60진법에서 유래한 것일까, 아니면 60 자체가 인간이 쓰기 편리한 숫자라서 그런 걸까? 60진법은 10진법을 도입하려 했던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아남은 것을 보면,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린다; 어쨌든 둘 다 모두 유력한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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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를 통해 자연을 파악하죠.

그렇기에 숫자에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여러 숫자 중에 60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알고 보면 60은 매우 특별한 숫자입니다.

인간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을 생각해봅시다.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이죠.

왜 시간 단위에 60진법을 사용한 것일까요?

60진법은 지금의 이라크 부근에 존재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원한 바빌로니아의 수 체계였다고 합니다.

기호로 60개의 수를 사용하고,

60이 되면 이를 하나의 묶음으로 처리해

그 다음 수부터는 이를 왼쪽으로 옮기고 1, 2, 3으로 이어지지요.

그럼 왜 60이라는 수 체계를 썼을까요?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의 마디 수인 12를 기준으로

수를 세기 편해 사용했다는 추측이 있지만

사실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당시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해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표시해서 날짜를 계산했습니다.

태양이 1년 동안 원을 돌아 처음 자리로 돌아오면 약 360일이 되었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시간과 각도가 일치하면 편리할 것이라 생각해

원의 둘레도 360도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원을 반지름으로 자르면

원이 6등분으로 나뉘고, 한 부분의 중심각이 60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60도는 정삼각형 한 각의 크기로 작도하기도 매우 쉬웠습니다.

그래서 태양이 그리는 모습인 원을 360도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6등분 해서 얻은 숫자 60을 단위로 택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60이라는 숫자를 매우 유용하고 신비로운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분수의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60이라는 숫자는 2, 3, 4, 5, 6, 10, 12, 30 등

매우 많은 수로 깔끔하게 나누어 떨어지는 유용한 수였습니다.

그래서 한 묶음의 단위를 60으로 사용했을 지도 모릅니다.

바빌로니아의 60진법은

이후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까지 퍼져

17세기까지 천문학이나 수학의 어려운 계산에 사용되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도 60은 특별합니다.

해나 나이를 셀 때 10간과 12지를 조합해

60년 주기로 세는 관습이 있지요.

그래서 60년은 1갑자가 한바퀴 돌았다고 하며

나이로는 60세를 환갑이라 칭해 잔치를 열었지요.

그런데 18세기 서양에서는

우리 생활을 과학적으로 혁신하고자 했던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이

모든 단위 체계를 십진법으로 재편하려고 했었습니다.

십진법으로 된 미터법이 편리한 것처럼

시간도 십진법으로 바꾸려 한 것이죠.

하루는 10시간, 1시간은 100분, 1분은 100초로 하자고 말이죠.

편리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취소되었답니다.

아마 인간의 마음에는

60이라는 숫자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시간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60진법은 시간뿐만 아니라 각도를 나타내는 데에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특정 위치는 위도와 경도로 나타냅니다.

위도는 적도(0°)를 기준으로 지구를 반으로 잘라

북쪽으로 90°, 남쪽으로 90°로 나눠 가로 위치를 표현하는 각도입니다.

반면 경도는 지구를 세로로 나눈 것으로,

둥근 지구를 360등분 해 하나를 1°로 나타냅니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경 180°, 서경 180°로 나눴습니다.

이때 위도와 경도는 60진법에서 비롯된 각도로 나타냅니다.

1°를 1/60로 나눈 것을 1′(분), 1′을 다시 1/60로 나눈 것을 1″(초)로 표기하죠.

이런 표기 방법은 GPS 좌표에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숫자란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시간은 실재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기호로서의 숫자는

인간의 문명 및 생활과 깊이 관련돼 있지요.

그렇기에 동그라미와 순환을 상징하는 60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기에 살아남은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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