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장 긴 하루 (1967): 일본인 및 일본 우익의 정신병적 피해자 코스프레를 보여주는 영화


1. 전후 22년만인 1967년에 찍은 영화라 그런지 2012년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감독 본인부터가 일본제국의 현역병으로 근무했던만큼, 군인 역할을 한 배우들의 말투나 옷매무새 고증이 훌륭한 것 같다.


 

2. 영화가 제작된 1967년이면 야스다 강당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 쯤인데, 영화판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당시 일본은 좌파적인 색채가 상당히 두드러진 시기였다. 감독인 오카모토 기하치 역시 전쟁에 징집되어 육군에서 복무했던 인물로, 반전 성향의 좌파 감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쪽바리적인 관점에서 1945년 8월 14일-5일을 해석해서 그런지, 일본인들의 상당한 피해자 코스프레 의식이 돋보인다.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대신을 의로운 인물처럼 미화한 것이나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미후네 도시로가 워낙 선이 굵은 명배우에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히로히토 일왕 병싄색히를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전쟁을 멈춘 구국의 지도자처럼 미화하거나, 엔딩 나레이션으로 당시 전체 일본인 남성 중 1/4인 1천만명이 징집되었고, 태평양 전쟁으로 200만명의 전사자와 100만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적으며 일방적으로 자국의 피해만 강조하고 끝낸 것도 그렇다.

감독은 좌파임에도, 쪽빠리들의 못된 근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영화적 구성이다.



3. 옥음방송과 궁성 사건이 모티브가 된 영화인 만큼, 히로히토의 옥음방송에 나타난 당시 일본 제국의 뻔뻔한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일왕의 조서는 '덴노 자신이 바라왔던 것은 만방공영과 같은 좋은 것이지, 전쟁을 벌여 타국을 침략하는 등의 나쁜 행위는 바라지 않았다'는 식으로 서술되었다. '전국이 호전되지 않았고 세계의 대세 역시 유리하지 않으며 (결코 '불리해져 갔다'가 아니다!) 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을 사용해 빈번히 무고한 백성들을 살상했기 때문에' 결국 인류 문명의 보호자인 천황이 '제국 정부로 하여금 포츠담 선언에 응하도록 지시한다'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또 중일전쟁에 대한 서술을 생략하여 태평양전쟁 4년만을 전쟁으로 상정했다.

즉, 이러한 조서 내용은 '국체 보전'을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짜맞춰진 조서는 히로히토와 일본 정부의 태평양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종전의 명분 그리고 그 이유 또한 규정했다. 옥음방송은 이 전쟁은 아시아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전쟁의 종결은 죽어가는 신민들을 위해 잔학한 적의 공격으로부터 일본 신민과 인류 문명을 보호하기 위해 천황의 성스러운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일본인들에게 박아넣었고 이는 일본인들이 전후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결정해버리고 만다. 거기에 덴노는 침략 전쟁을 주도한 이가 아니라 위험에 처한 일본을 전쟁의 참화에서 구해낸 이로 포장되었다. 전후 일본의 전쟁책임 회피와, 우익들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버린 셈이다.



4. 궁성사건의 주범인 하타나카 켄지를 연기한 토시오 쿠로사와의 광기 넘치는 눈동자도 인상깊었다. 출연 당시 나이는 24세. 나이가 믿기지 않게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1978년에 '때로는 창녀처럼'이라는 야한 노래를 부른 바 있다. 노래는 인상깊지 않은데, 가사가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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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には娼婦のように 淫らな女になりな

真赤な口紅つけて 黒い靴下をはいて

大きく脚をひろげて 片眼をつぶってみせな

人差し指で手まねき 私を誘っておくれ

バカバカしい人生より バカバカしいひとときが うれしい ムム

時には娼婦のように たっぷり汗をながしな

愛する私のために 悲しむ私のために

때로는 창녀처럼 음탕한 여인이 되세요

새빨간 연지를 바르고 검은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넓게 벌리고 윙크를 해 보여줘요

검지손가락으로 손짓을 해 나를 유혹해 줘요

바보스런 인생보다 바보스런 한 때가 좋아요 음 음

때로는 창녀처럼 흠뻑 땀을 흘리세요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슬퍼하는 나를 위해서

時には娼婦のように 下品な女になりな

素敵と叫んでおくれ 大きな声を出しなよ

自分で乳房をつかみ 私に与えておくれ

まるで乳呑み児のように むさぼりついてあげよう

バカバカしい人生より バカバカしいひとときが うれしい ムム

時には娼婦のように 何度も求めておくれ

お前の愛する彼が 疲れて眠りつくまで

때로는 창녀처럼 천박한 여자가 되세요

멋져요 하고 소리쳐 줘요 커다란 소리를 내 줘요

스스로 유방을 움켜쥐어서 내게 줘 봐요

마치 젖먹이 아기처럼 걸신들린 것처럼 탐해 줄게요

바보스런 인생보다 바보스런 한 때가 좋아요 음 음

때로는 창녀처럼 몇 번이고 요구해 줘요

그대의 사랑하는 그이가 지쳐서 잠들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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