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트 러셀 불가지론 관련 유머 / 러셀의 찻주전자

 

버트런드 러셀이 반전운동을 벌이다 수감되었을 때 일화다. 감방의 간수가 이 거물(?)을 극진히 대접하다가 문득 종교를 물었다. 러셀이 불가지론자(Agnostic)라 대답했다. 간수는 이 생소한 단어의 철자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더니,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엔 여러가지 종교가 있습니다만, 제 생각엔 결국 다 같은 신을 모시고 있는 겁니다.

이 작은 오해(?) 덕분에 러셀은 무척 즐거웠다고 한다. 참고로 "I am a gnostic."이라 하면 "나는 영지주의자요."라는 뜻이 된다. 더불어 a가 뒷 단어를 강조하고자 사용될 때는 '어'가 아닌 '에이'로 읽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철자를 설명해도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Agnostic'이 아니라 'A Gnostic'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아님 그냥 간수가 뭔지 몰라서 신흥종교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고.
 
또한 버트런드 러셀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고 답장을 쓴 적이 있다.
친애하는 러셀 씨… 나는 지금 열렬한 무신론자와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신론에 대한 당신의 명확한 의견은 무엇인가요? 그 무신론자는 당신을 틀림없는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회의론을 강조하거나 신앙을 한심한 것으로 보는 당신의 책을 읽고 당신은 오히려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메자 씨, 3월 9일자 편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나를 무신론자로 불러야 할지, 불가지론자라고 불러야 할지에 대해 당신과 그 무신론자가 논쟁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때론 무신론자로, 때론 불가지론자로 부르고 있으니까요. 철학적 입장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물질적인 대상의 실재를 의심하거나, 세계는 단지 5분 동안만 존재해 왔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차원에서 보면 나는 불가지론자입니다. 그러나 모든 실제 의미에서 말하면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나는 올림포스의 신들과 발할라의 신들이 실재한다고는 좀처럼 믿지 않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신의 실재 따위도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지구와 화성 간의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는 도자기 찻병이 없다고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이 실제로 충분히 증명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나는 기독교의 신도 이것과 마찬가지로 존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1958.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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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찻주전자 또는 우주의 찻주전자는 버트런드 러셀이 기독교와 불가지론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유추이다. 러셀의 찻주전자는 〈신은 존재하는가?〉[1]라는 글의 일부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이 글은 1952년 Illustrated지에서 청탁한 것이지만 출판하지는 않았다.

만일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도자기 찻주전자 하나가 타원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찻주전자는 너무나 작아서 가장 좋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내 주장을 반박할 수 없기에, 내가 이를 의심 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들 당연히 내가 헛소리 하는 것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찻주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고대의 책에도 나오고 일요일마다 신성한 진리로 가르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주입한다면, 이 존재를 믿기 망설이는 것은 기행의 표식이 되고 이를 의심하는 자들은 현대의 정신과 의사나 옛날의 이단 재판관의 관심 대상이 될 것이다.


If I were to suggest that between the Earth and Mars there is a china teapot revolving about the sun in an elliptical orbit, nobody would be able to disprove my assertion provided I were careful to add that the teapot is too small to be revealed even by our most powerful telescopes. But if I were to go on to say that, since my assertion cannot be disproved, it is an intolerable presumption on the part of human reason to doubt it, I should rightly be thought to be talking nonsense. If, however, the existence of such a teapot were affirmed in ancient books, taught as the sacred truth every Sunday, and instilled into the minds of children at school, hesitation to believe in its existence would become a mark of eccentricity and entitle the doubter to the attentions of the psychiatrist in an enlightened age or of the Inquisitor in an earlier tim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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