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게이트의 주범 박동선이 말하는 애국심의 위선 (feat. 문명자)

 
9백20만 불 커미션 중 대미 로비에 쓴 것은 75만 불 뿐

박동선이 '대미 로비스트'로 활동한 기간 동안 한국은 필요하지도 않은 쌀을 미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해야 했다. 이것은 미국의 쌀 생산지대 출신 상.하원 의원들의 강요 때문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루이지애나 출신의 오토 패스만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상원 세출위원회 산하 대외활동소위원회 의장의 지위를 이용해 한국에 쌀 수입을 강요했다. 물론 이 문제에서 박동선은 항상 패스만에게 협력했다. 패스만은 대한 군사원조비를 중지시킬 수도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그의 요구를 항상 들어 주곤 했다.

72년 3월 박동선은 다시 쌀 수입 중개인 자격을 얻었다. 그의 후견인 정일권이 박정희의 신임을 다시 얻었고, 박동선은 박동선대로 자신이 매수한 몇몇 미국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박정희에게 아첨하는 편지를 보낸 덕분이었다. 게다가 71년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으로 자금이 부족했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은 박동선을 중개인으로 복직시키는 데 영향력을 발휘한 후 그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72년 이후락의 요구에 따라 대한농산 사장은 박동선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워싱턴 은행에 구좌를 만들었다. 이 구좌를 통해 박동선이 받은 커미션 중 1백 70만 달러에서 2백만 달러가 한국 중정으로 흘러들어갔다.

박동선이 미국 쌀 수입 독점권을 얻은 것은 쌀 수입에서 떨어지는 커미션으로 대미 로비를 한다는 조건하에서였다. 프레이저위원회에 따르면, 박은 69년 이후 8년 동안 한국의 쌀 수입 중개상을 하면서 미국의 쌀장사들로부터 9백 20만여 달러 상당의 커미션을 받았다. 문제는 박이 이 돈 중 과연 얼마를 소위 '애국사업' 즉 대미 로비에 사용했는가 이다. 미국 법무성과 의회의 조사 결과, 박이 미국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액수는 위 커미션의 8% 쯤에 불과한 75만 달러 정도였다.

이 같은 박정희 . 박동선의 부도덕한 대미 로비로 인해 한국 국민이 입은 피해는 미국의 형편없는 3등급 쌀을 비싼 값에 사먹어야 했던 것만이 아니다. 박동선은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텍사스, 아칸소 등 쌀을 팔아야만 정치생명이 유지되는 쌀 생산 주 출신 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국 정부가 쌀뿐 아니라 그들의 출신주에서 생산되는 다른 농작물들까지 사들이도록 했다. 그로 인해 한국 농민들이 입은 피해상이 어떠했는지는 오늘의 한국 농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오스 패스만 하원 세출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조선호텔에서 리셉션이 있었다. 마침 서울에 와 있던 나도 리셉션에 참석했는데 잠시 로비로 나갔다가 우연히 패스만이 루이지애나에 전화하는 내용을 듣게 됐다. 패스만은 아주 기분이 좋아서 떠들고 있었다.

"나 패스만이요. 우리 얌(고구마와 비슷한 작물)을 한국에서 사주기로 했습니다. 방금 이문제를 매듭지었습니다. 하하하.."

나는 기가 막혔다.
잠시 후 남덕우 장관이 보이기에 그에게 따졌다.

"아니 남 장관님. 한국에 고구마가 없어요? 뭣 때문에 루이지애나 얌을 한국에서 사 줍니까?"

게다가 박 정권은 미국 국회의원들이 이런저런 일로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 매춘여성들을 대 주기 일쑤였다. 더구나 그들은 유엔외교를 위해서라면 미국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각종 인종들을 한국에 불러들여 이런 짓을 했다. 나는 조선호텔의 한 종업원으로부터 미국 국회의원과 동침하던 한 한국 여자가 한밤중에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하고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복도로 뛰쳐나왔다는 소리까지 들은 일이 있다.

박동선은 코리아게이트 조사를 위한 프레이저 청문회에 나왔을 때 나와 부딪치자. "같은 한국 사람끼리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증언에 나선 그는 시종일관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면서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공산화 되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사기 행각을 변명하고 오히려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려 했다. 과연 그는 영웅인가.

77년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박동선이 했던 증언이 기억난다.
"로이벨 의원(캘리포니아, 민주당)에게 1천 불을 주었다. 내가 주고 싶어 준것이 아니라 패스만 의원이 주라 해서 로이벨이 그의 방에 왔을 때 현금으로 줬다."

미국 쌀 수입 커미션으로 무려 9백 20여만 불을 중간에서 가로챈 주제에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참으로 오만불손한 태도였다. 취재하던 미국 기자들은 "기껏 1천 불 받은 현직 국회의원은 위증죄로 처벌을 받게 되고 무려 9백만 불을 중간에서 뜯어먹어 한국민 전체에게 비싼 쌀을 먹게 한 박동선은 미국과 한국에서 영웅같이 행세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했다.

그런데 더욱 한심했던 것은 이 사건을 취재하던 한국 언론 주미 특파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프레이저위원회의 자워스키 수석 조사관이 워터게이트 사건 조사 때의 영웅심으로 세칭 코리아게이트 사건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식의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로 일관해 박동선 사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그르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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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ness is rare in individuals-but in groups, parties, nations, and ages it is the rule"
- Nietzsche
(before he went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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